2016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내'멋대로 해라!> 개최…양진열·양익제 감독 인터뷰

   
▲ 양진열(왼쪽), 양익제(오른쪽)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영화 하는 일이 삶이 되기보다, 내 삶이 영화가 되어야 한다." "영화는 밥이다. 영화 안 하고는 못 살 거 같다." 군대보다 힘들었지만, 치열해서 아름다웠던 한국 영화 아카데미를 올해 졸업하는 열혈 영화 청년 둘을 만났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의 2016년 졸업영화제가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신사역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플러스와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개최된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봉준호, 최동훈, 김태용, 이재용, 임상수 등의 감독을 배출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올해 개교 33년째를 맞아 연출, 촬영, 프로듀싱,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까지 600여 명의 졸업생이 나왔고, 이번 해 21명의 영화인을 배출한다. 조성희, 허정, 엄태화, 홍석재, 안국진 등 최근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인 영화인들을 역시 대거 배출하며 그 위상과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 영화계의 미래를 책임질 32기 졸업생 중 이번 영화제 집행장을 맡은 '팡뜨'의 양진열 감독과 '서울의 달'의 양익제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카메라라는 눈으로 세상을 담아내는 그들이기에 이번 인터뷰에서는 누구보다 뜨겁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그들의 진심 어린 눈을 볼 수 있었다.

1988년 개봉한 마이크 니콜스의 영화 '졸업'에서는 사회로 나가는 청춘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다. 졸업하는 소감을 말해달라.

ㄴ 양진열 : 아카데미 1년 과정을 동기들이 아마 살면서 제일 힘든 시기라고 느꼈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군대보다 더 힘들었다(웃음). 아직은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리울 것 같다. 그래도 너무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그리울 순간이 많다. 아카데미는 산업에 나가기 직전 전초기지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정말 최후로 나가기 직전이라 두려움도 있고 설레는 점도 있다.

양익제 : 다음 주부터 실업자 신분이 돼서, 어떻게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살아갈지 우울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시원섭섭하다. 1년 동안 하루를 1년처럼 살면서 동기들과 바쁘게 잘 지냈다. 그래서 서로 돈독하고 미운 정 고운 정 쌓았다. 그래서 아쉽다. 나가면 학생이 더는 아니니까 두려움도 있지만, 아카데미가 끝나서 즐거운 면도 있고 복합적인 심정이다.

   
 
'"내"멋대로 해라!' 영화제의 제목이 흥미롭다. 어떤 뜻인가?

ㄴ 양진열 : 처음에는 영화제 제목 공모를 했는데, 우리 영화들의 특색이 뭘까 생각하다가 우리 기수의 영화들이 다른 기수들에 비해서 다양하고, 개성이 뚜렷했다. 한 방향으로 모이기보다 다양했다.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를 빌려서 제목을 그대로 하다가 "내" 멋대로 해라로 바꿨고, 내 멋대로지만 책임을 지면서 우리 끼와 특색을 보여주고자 했다.

금요일에 상영하는 실습작과 토, 일에 상영하는 졸업영화의 차이가 있다면?

ㄴ 양진열 : 실습작은 학교 들어오자마자 미션같이 만들도록 주어진 작품이다. 50만 원을 지원해주고 충무로 규율에 따라 하루 12시간 이내에 영화를 찍어오는 것이다. 또 여러 한정적 조건을 준다. 남녀주인공 한 명씩 있어야 하고, 연출 전공이 배우를 해야 하는 등. 촬영 시간, 남녀 배우, 10분 이내, 제작비 50만 원 이내의 조건에 덧붙여 외부 스텝의 도움 없이 우리 동기들끼리 만들어 낸 작품이 실습작이다. 5-6명이서 12시간 동안 10분짜리 영화 한 편을 만든다. 편집도 1-2주 만에, 바쁘게 진행된다. 실제로 영화 현장에서 작업하면 이러한 현실적 제한들이 주어질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제가 주어지는 것 같다. 현실적인 요소들을 체화시키라는 뜻이 아닐까.

이와 달리, 졸업 작품은 10배 이상의 큰 금액이 예산으로 지원된다. 스텝도 외부 스텝도을 포함하여 감독 재량으로 꾸릴 수 있고, 장비도 넉넉히 지원된다. 그리고 촬영 기간도 1주일 정도 주어지고, 영화도 25분 정도 내외로 만들 수 있다. 졸업 영화야말로 그간 우리의 배웠던 것을 최대한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졸업 영화가 마지막 단편 영화가 되고, 장편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졸업영화제를 여는 것도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많은 제작사와 현장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에게 우리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게 아닐까.

   
▲ 양진열 감독
앞으로 천만 관객, 아니 그 이상의 관객을 만나겠지만, 큰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기분이 궁금하다.

ㄴ 양진열 : 남들 앞에서 발가벗고 있는 느낌이다. 눈을 다 뜨고 못 보겠다. 영화를 잘 만들고 못 만들고의 여부를 떠나서 아직 힘들다.

양익제 : 아직 이 영화를 외부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은 없다. 처음으로 일반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건데 내 영화가 어떤 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여러 반응이 있겠지만, 내 영화를 좋아해 주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좋겠다. 설레서 기다리는 순간이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도 동시에 든다. 이제 작품이 다 완성이 되고 내 손을 떠나 관객들이 작품을 개개인의 방식으로 평가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교육과정을 요약한다면?

ㄴ 양진열 : 검증의 연속이다. 하루하루가 평가받고 검증받는 과정이었다. 시나리오 한 줄을 고쳐도 검증받고, 매주 앞에 나가서 발표도 해야 한다. 시나리오든 기획서든. 촬영본, 편집본의 경우 매주 그리고 수업마다 교수님들이 완전 밀착형으로 관리해주셔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학교의 컨셉이 아닐까. 실제 현장에 나가면 단련이 됐더라도 치열해서 성공할까 말까 한다. 과정은 힘들지만,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아카데미의 경우 처음부터 잘난 사람이 입학한다기보다는, 교육과정을 통해 많이 단련되고 강해져서 졸업해서 성공을 거두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칠 수 있다. 그러나 교수님들이 수업이랑 학생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 학생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작품을 통해 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다.

나에게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ㄴ 양진열 : 학원도 아니고, 대학도 대학원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국립 영화 학교 같다. 예전에는 2년 과정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1년 과정으로 바뀌었다. 실제 중고등학교나 대학 시절보다 짧은 시간 함께 학교에 다니는 건데도 불구하고, 동문과 선생님들의 수업과 서로에 대한 애착이 이보다 강하다. 알게 모르게 서로를 끌어주는 끈끈함이 이곳에는 있는 것 같아. 여기에서 기억들이 짧지만 강렬하게 느껴진다. 본인도 나중에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받은 만큼 많이 도와주고 싶다. 이러한 문화가 계속 유지돼서 좋은 감독님들이 계속 배출되는 거 같다.

양익제 : 아카데미는 공식적으로 영화사관학교라는 말을 썼다. 이런 문화를 그리 반기지는 않지만, 이 말이 유효한 거 같다. 일 년간 집중적으로 감독을 압박하고 현장에 맞춘 시스템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라서 실제 산업에 나가서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과 동시에 시련을 주는 학교. 그러나 그 시련이 성숙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할 여지를 주는 것 같다. 그래도 안 겪어보면 모른다. 군대 훈련소에서 1년 동안 훈련받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 선후배 동기가 끈끈한 거 같기도 하다.

   
▲ 양익제 감독

영화를 찍으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ㄴ 양익제 : '서울의 달'은 동대문에서 촬영됐다. 동대문이라는 곳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동대문이라는 공간은 서울 사람들이 생활하고 노동하는 공간이다. 자신들의 공간에 영화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는 일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고, 흥미롭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준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도 정말 감사하게도 동대문에 있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처음부터 자신감을 느끼고 촬영에 들어갔다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리고 주연배우를 제외하고는 동대문 현장의 비전문 배우들이 직접 출연해주셨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을 이번 영화제로 초대했다. 어떻게 영화를 보실지 궁금하다.

이번 졸업작품에서 연출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한 부분은 어디인가?

ㄴ 양익제 : 공간이다. 어떤 공간에 있는 인물인가. 동대문의 현장감을 담는 데 주력을 다했다.

양진열 : 배우다. '팡뜨'는 펜싱에 관한 스포츠 영화인데 배우에 관한 신체 훈련부터 감정, 움직임 등 배우에 관해 고민했다.

존경하는 감독과 좋아하는 영화를 말해달라.

ㄴ 양익제 :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허우샤오시엔의 '남국재견', 지아장 커의 '소무'다. 작년에 내 머릿속에 맴돌던 영화라서 '서울의 달' 연출에 많은 영향을 줬다.

양진열 :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다.

   
▲ 양익제 감독
나에게 '영화'란?

ㄴ 양진열 : 영화는 '나'다. 영화 하는 일이 삶이 되기보다, 내 삶이 영화가 되어야 한다.

양익제 : 영화는 '밥'이다. 밥은 살기 위해 매일 먹어야 하고, 때론 지겨울 수도 맛있을 수도 있다. 밥 안 먹고 못 산다. 영화 안 하고 못 살 거 같다.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ㄴ 양진열 : 아카데미 친구들과 일본을 갈 예정이고, 앞으로 장편 시나리오를 열심히 써나가겠다.

양익제 : 아카데미에서 큰 시련을 겪어서 현장에 갈 준비가 된 거 같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현장에 가서 좋은 감독님 밑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 '미친 아줌마'라는 차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를 꿈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한마디만 한다면?

ㄴ 양진열 : 영화를 하거든 영화 외의 것들을 다 포기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양익제 : 영화 너무 재밌으니까 같이해요(웃음).

10년 후 자신에게 한마디를 해달라.

ㄴ 양익제: 익제야, '좋은 영화' 찍고 있니? 찍고 있길 바란다.

양진열 : 진열아, 내 꿈은 십만 감독이었잖아. 하고 싶은 영화하고 있니? 다들 천만 관객을 꿈꿀 때, 1%지만 너를 봐주는 소수의 관객이 있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지? 행복하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ㄴ 양진열 : 이번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에 다양하고 좋은 영화가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꼭 많은 관객이 와서 우리 멋대로 만든 영화를 관객들 멋대로 감상해줬으면 좋겠다. 15편 작품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영화연출 12명 애니메이션 3명, 촬영 전공 6명을 포함하여 21명이 졸업한다. 이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고, 언젠가 다시 스크린으로 뵙고 싶다.

 

이번 졸업영화제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32기 학생들이 제작한 습작 영화와 졸업 영화를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세대의 고민과 다양한 사랑의 모습,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단편 영화와 단편 애니메이션 총 33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2016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내" 멋대로 해라의 입장권은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 무료 배포하며, 상영작 정보 및 시간표 등 영화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영화아카데미 공식 페이스북(facebook.com/kafa1984)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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