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정확하고 완벽하게 아우슈비츠를 담아냈다."

제68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사울의 아들'은 1944년 아우슈비츠의 제1 시체 소각장에서 시체 처리반인 '존더코만도'로 일하는 남자 '사울'(게자 뢰리히)이 수많은 주검 속에서 아들을 발견하고 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일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데뷔작으로 칸과 아카데미를 사로잡은 차세대 거장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사울의 아들'은 잊힌 증인 '존더코만도'를 최초로 영화화했습니다. '존더코만도'는 나치의 대규모 학살을 강제로 도와야만 했던 유대인 작업부대로, 하루 수천 명의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인도하는 일부터 학살 이후 가스실 청소와 시신들을 불태워 유골을 강에 버리는 일까지 도맡아야 했습니다. 끔찍한 상황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도록 강요당하던 이들은, 대학살의 증인이 될 것을 두려워한 나치에 의해 3, 4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처형됐죠.
 

   
 

'사울의 아들'은 1944년 '존더코만도'의 일원들이 일으킨 아우슈비츠 역사상 유일한 반란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세계적인 시네아스트 벨라 타르 감독의 조감독으로 있던 시절, 우연히 한 서점에서 '존더코만도'의 증언이 기록된 '잿더미로부터의 음성'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우슈비츠 피해자 집안 출신인 그는 수용소의 운영 방식과 유대인 학살의 규칙, 반란의 조직 과정 등이 세세하게 기록된 책을 보고 강렬한 충격을 받죠.

'존더코만도'가 지켜야 할 규칙들, 유대인의 시신을 '토막'이라고 불렀다는 점, 나치에 대항하던 폴란드 저항군이 카메라를 전해주어 위험을 무릅쓰고 가스실 문이 열린 직후 시신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던 점 등 나치 수용소에 대한 생생한 폭로를 읽게 된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마치 '죽음의 공장'과 다름없는 아우슈비츠의 한복판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가 '사울의 아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구현해낸 아우슈비츠의 모습은 제68회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직후 평단과 관객을 모두 경악하게 했습니다. 사울과 다른 '존더코만도'의 일원들이 입고 있는 윗옷에 그려진 빨간 X자가 '존더코만도'가 도망가려고 할 경우 표적으로 쏘기 쉽도록 나치가 표시했다는 등 상상하기 힘든 잔혹함과 그 잔인한 현실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을 위해 고투하는 '사울'의 캐릭터가 센세이션과 진한 감동을 안긴 것이죠.

특히 영화 작업에 이바지한 '존더코만도'의 유일한 생존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울의 아들'을 직접 본 뒤 아우슈비츠를 완벽하게 담아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는 후문이 들려옵니다. 국내에선 이번 달 개봉 예정입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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