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 쇼팽콩쿠르 우승 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

   
1일 오후 3시 '조성진 쇼팽콩쿠르 우승 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기념 음반을 들고 있는 (왼쪽부터) 우테 페스케, 조성진,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문화뉴스]
작년 제17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으로 국내의 클래식 돌풍을 예고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드디어 국내에서 첫 갈라 콘서트를 가진다.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의 영광을 차지했던 조성진은 이번 갈라 콘서트에서, 결선무대에서 연주했던 쇼팽 협주곡 1번과 쇼팽 녹턴 13번, 쇼팽 환상곡,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 등을 연주한다. 이번 콘서트는 쇼팽 콩쿠르의 입상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첫 공연이다. 샤를 리샤르 아믈랭(2위)을 비롯해, 케이트 리우(3위)와 에릭 루(4위), 이케 토니 양(5위), 그리고 드미트린 시쉬킨(6위)까지 모두 모였다.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은 수상 후 바르샤바에서 갈라 콘서트를 가진 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야체크 카스프치크와 함께 2016년 2월까지 유럽과 아시아를 돌며 콘서트 투어를 했다. 이번 콘서트가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다. 20시 공연이 티켓 예매가 이례적으로 50분 만에 매진돼, 14시 공연이 추가되기도 했다.

한편,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DH)과 전속 레코딩 계약을 체결한 조성진은 1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 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레코딩 계약으로 인해 팬들은 성공적이었던 첫 실황 앨범에 이어 조성진의 도이치 그라모폰에서의 정규 음반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조성진은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함께 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며, "그 첫 번째 작업으로 쇼팽 협주곡 1번과 네 개의 발라드를 녹음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새 협주곡 녹음은 올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지휘자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 Dresden)와 함께 이뤄지며 솔로 작품 녹음은 이후 베를린에서 진행된다.

오는 2일 예정된 쇼팽 국제 피아노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앞두며, 간담회에서는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기념 및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레코딩 계약에 대한 소감을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자리에는 쇼팽협회장 아르투르 슈클레네르(Dr. Artur Szklener)와 도이치 그라모폰 A&R파트 부사장 우테 페스케(Ute Fesquet)가 함께했다.
 

소감과 인사를 부탁한다.
ㄴ 조성진 : 일단 기자간담회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1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모습 잘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ㄴ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 개인적으로 한국에 처음 오게 됐다.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쇼팽 콩쿠르 역사에 있어서도 이렇게 한국에서 갈라 콘서트를 진행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영광이다. 아시다시피 폴란드에서 쇼팽콩쿠르는 중요한 이벤트다.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콩쿠르다. 쇼팽콩쿠르가 우리나라(폴란드)의 음악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서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아마 이 부분은 잘 모르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에 열린 쇼팽콩쿠르는 폴란드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국민이 콩쿠르에 큰 관심을 가졌다. 전에 없던 역사적인 일이다. 쇼팽콩쿠르에서 연주됐던 곡과 콘서트 프로그램 등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소셜미디어의 호응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대단했다. 예를 들어, 쇼팽콩쿠르와 관련된 게시글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면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호응해줬다. 우리가 받은 메시지만 해도 7천만 개가 넘는다. 기사도 2만개가 넘었다. 더불어 약 218개국에서 우리 콩쿠르에 관심을 가져줬다. 이 모든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이 모든 일들이 클래식 음악을 고취됐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궁극적으로 우리 쇼팽협회 목표 역시 폴란드 음악과 문화만 고취시키는 게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문화의 고취를 위한 메신저 역할이다. 확실히 커다란 흥미와 관심의 대부분이 한국 애호가들의 것이라는 점에 있어 매우 감사하다. 이번 콩쿠르를 통해 쇼팽협회와 한국 대중간의 관계가 시작될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일반 대중 사이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분께 말씀드리고픈 것은, 이번 콩쿠르가 시작되면서부터 조성진 씨가 가장 자주 언급되곤 하는 우승후보였다는 것이다. 워낙 쇼팽 콩쿠르 자체가 과정이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딱 집어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음악성과 연주 실력을 보며 우리는 그의 우승을 예상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이 우리 파트너의 도움들이다.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는 도이치 그라모폰 사다. 관계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멋진 결과가 나왔다. 이번 쇼팽콩쿠르에서 입상한 모든 참가자들의 연주를 앨범으로 냈다. 이곳과 더 많은 앨범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1일 오후 3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도이치 그라모폰 A&R파트 부사장 우테 페스케(Ute Fesquet)

ㄴ 우테 페스케 : 도이치 그라모폰을 대표해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다. 현재 국제적인 아티스트를 비롯해 재능 있는 신예들을 스카웃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몇 시간 전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전에도 와본 적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한국을 꼭 와 보고 싶었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한국에서의 공연 이후 한국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왔다. 조성진 씨가 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돌아온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다. 여러분께 알려드리고픈 것이, 우리가 막 조성진 씨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계약으로 앨범을 여러 장 발매할 것이다. 첫 번째 앨범 계획은 올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 Dresden)과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한다. 쇼팽협주곡 1번과 네 개의 발라드를 녹음하게 됐다. 이후 베를린에서도 네 개의 녹음 작업을 함께 하게 된다. 이렇게 쇼팽콩쿠르 우승자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의 전통을 이어가게 돼 기쁘다. 특히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 이탈리아)와 크리스티안 짐머만(1975, 폴란드)이다. 짐머만이 이번 콩쿠르를 예의주시하고 나서 내게 말해준 사실은, 조성진 씨가 스튜디오 레코딩 작업 중에 많은 재능을 분명 보여줄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내일(2일)은 입상자들의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이런 활동을 진행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쇼팽협회와 우리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혁신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클래식과 세상을 소통시키는 방법들을 늘 새롭게 발전시킨다는 점이다. 우리는 창립된 지 120년이 됐다.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노력해왔다. 더불어 감사한 것이, 크레디아다. 그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한국에서 콘서트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기존의 우리가 해오던 콜라보레이션에 더해서 우리는 공통의 사명의식을 가진다. 클래식 음악 특히 쇼팽의 음악을 전 세계에 많이 알리는 것이다. 쇼팽의 음악이 전 세계에 인종과 문화를 막론하고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며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확신하건대, 한국에서 일어난 놀라운 반응을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여러분의 지지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여기 한국에 계신 분들 뿐 아니라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클래식 음악에 죽고 사는 모든 음악 애호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한다.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 쇼팽콩쿠르의 전과 후가 본인의 인생에서 많이 부분 달라졌을 거라 생각한다. 본인 덕분에 국내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과 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조성진 : 우선, 쇼팽콩쿠르에 참가한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콩쿠르 자체를 좋아하진 않는다. 과정에서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목표이자 꿈이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이 활동하고 싶었다. 콩쿠르라는 것은 그런 목표를 가진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래서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게 됐다. 또한, 콩쿠르가 끝나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 신기하고 놀라웠다. 더불어 생가지도 못했던 좋은 곳에서 내 연주를 많이 초청해줘서 놀랍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다. 나로 인해 클래식 음악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내 연주가 클래식계의 좋은 소식이 된 것 같다. 너무 기쁜 일이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콩쿠르 우승 이후 많은 매니지먼트와 계약 제안이 있었을 것 같은데, 결국 프랑스 솔레아 매니지먼트(SOLEA MANAGEMENT)와 계약했다. 그 이유는?
ㄴ 조성진 : 콩쿠르 이후 11월부터 많은 매니저들을 만났다. 처음부터 염두에 뒀던 것은 회사보다는 매니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매니저와의 인간적인 소통이 잘 맞아야 했다. 그 결과 솔레아 매니지먼트의 로맹 블롱델 씨가 가장 생각이 잘 맞았고, 앞으로 일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 솔레아 매니지먼트가 제너럴 매니저먼트긴 하지만, 로컬 매니저먼트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지금 솔라와 협력해 이탈리아, 미국과도 함께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런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일본은 콩쿠르 전부터 함께 해오고 있었다. 회사의 네임밸류(name value)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니저가 중요하다는 것을 콩쿠르 전부터 느꼈고 알고 있었다. 이번에 결정하는 데에도 그것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계약이 밝혀졌다. 구체적 기간은 얼마나 되며, 몇 장의 앨범이 나오는가? 쇼팽 이외에도 또 어떤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하고 싶으며, 협연 지휘자로 염두에 두는 사람은 있는가?
ㄴ 조성진 : 5년으로 계약했다. 그 동안 다섯 장의 음반을 녹음할 것 같다. 두 번째 음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쇼팽 이외의 작곡가가 될 것 같다. 같이 하고 싶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 조성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계기와 쇼팽콩쿠르에서 연주하면서 마음속에 어떤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는가?
ㄴ 조성진 :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많이 들었고,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도 배웠다. 그런데 바이올린은 서서 연습해야 하니 힘들었고, 피아노는 앉아서 연습해도 돼 좋았다. 그렇게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다. 콩쿠르는 어느 콩쿠르나 똑같이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다.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서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ㄴ 슈클레네르 : 잠시 끼어들자면, 조성진 씨는 굉장히 겸손한 아티스트다. 나는 조성진 씨의 연주를 콩쿠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봤다. 또 많은 이들이 그의 연주를 지켜봤는데, 첫 무대와 두 번째 무대에서 그는 쇼팽의 소나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줬다. 여러분 모두 조성진 씨가 연주한 전주곡을 꼭 들어보길 바란다. 조성진 씨는 연주한 24곡의 연주곡 각 조각들이 하나의 큰 사이클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우리는 이 모든 연주를 다 들은 다음에, '저렇게 연주하면서 어떻게 떨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했다.

콩쿠르를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자신만의 준비 방법이나 음악에 몰입하는 특정 연습 방식이 있는가? 듣기로는 이번 콩쿠르에서는 스마트폰을 수개월 자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ㄴ 조성진 :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저 쇼팽의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연구했다. 세계 유수의 피아니스트 연주들을 많이 들었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 파리에 살고 있는데, 작년 초에 스마트폰을 도둑맞았다. 처음이 아니라 벌써 두 번째였다. 그래서 또 사야 되나 싶어서 저렴한 2G폰을 사서 8개월 간 사용했고, 콩쿠르가 끝난 다음 새 휴대폰을 장만한 것이다.
 

   
 

 

공식 석상에서 부모님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그리고 지휘자 정명훈과는 2009년 이후, 다시 만나 함께 녹음하게 됐다. 정명훈과의 인연에 대한 감회가 궁금하다.
ㄴ 조성진 : 부모님은 음악가도 아니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시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니 도와주셨다. 정말 감사한다. 사실 제일 고마운 점은 나를 믿어주셨다는 것이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셔서 그러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기에 허락해주실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나 힘든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믿음을 가져주시고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 정명훈 선생님과는 2009년 5월에 첫 협연을 하고 그 이후 8개의 콘체르토에서 같이 협연했다. 총 몇 번 협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스무 번은 넘는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선생님께 배운 것도 정말 많다. 매우 감사드린다. 음악가로서 정말 존경스럽다. 이번 4월에 같이 녹음하는 것도 무척 기대된다.

표정이 담담해보이기도 하고 긴장한 것 같기도 한다. 지금의 솔직한 감정은 무엇인가? 더불어 내일 고국 무대가 이어진다. 갈라 콘서트를 전 세계적으로 해왔지만, 고국에서의 무대에 대한 소감은? 그리고 이전에 '좋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훌륭한 피아니스트'란 무엇인가?
ㄴ 조성진 : 마이크를 별로 안 좋아한다. 마이크로 내 목소리를 생중계하는 것이 무대에서 피아노 치는 것보다 더 떨린다. 작은 연주든 큰 연주든 똑같은 자세로 임하고자 노력한다. 그래도 내일 무대는 콩쿠르 이후 첫 고국 무대인만큼 더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훌륭한 피아니스트란, 귀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훌륭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가다. 음악을 할 때만큼은 진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작곡가들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우리가 아는 명곡을 쓰는 작곡가들은 엄청난 노력과 고뇌를 가지고 곡을 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해)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특별한 점에 대해 얘기하는 (맨 왼쪽) 쇼팽협회장 아르투르 슈클레네르(Dr. Artur Szklener)

조성진이란 피아니스트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ㄴ 슈클레네르 : 답변에 대해 완벽하게 드리자면 한 시간도 모자라다. 음악학자로서, 그리고 12년째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방금 들었는데 한국의 많은 분들이 대부분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여러분 모두 쇼팽이 여러 곡들 중에서도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완벽하게 연주하기 어려운 테크닉이다. 조성진 씨는 어떻게 그리 완벽하게 소화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키보드음악의 유상을 쇼팽의 음악에서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바흐의 터치라든지 멜로디라인, 모차르트의 색깔, 베토벤의 강점 모두가 쇼팽의 음악에서 보인다.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해 예술적인 피스로 소화시키는 것이 쇼팽음악의 특징이다. 쇼팽 음악의 연주는 굉장히 오랜 기간 이해하고 훈련해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쇼팽 연주곡을 설득력 있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더 어렵다. 역사적으로 많은 피아니스트들 중에 제 마음에 와 닿게 설득력 있게 연주하는 사람은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성진 씨는 내가 말한 요소를 다 가졌다. 단순하게 빠르게 치는 것이 아닌, 피아노를 장악하는 테크닉. 그리고 두 번째는 쇼팽 음악에 대한 완벽하고 환상적인 이해력이다. 이것은 배우기 어렵다. 음악이라는 언어는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법은 매우 어렵다. 특히나 쇼팽의 음악은 하나의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에, 이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세 번째, 더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하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조성진 씨는 에튀드나 발라드, 소나타, 특히나 24개의 전주곡들은 이 모든 요소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어우러져 조성진 씨의 연주로 나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ㄴ 페스케 : 슈클레네르 박사님께서 해주신 포괄적인 분석에 감탄하며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조성진 씨와 작업하면서 느낀 것에 기반을 둬 말씀드리자면, 그는 굉장히 사려 깊고 신중한 사람이다. 음악적 접근법에 있어서도 깊고, 전념하며, 몰입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가져올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의 연주는 시적인 면과 섬세함이 곁들여지면서도 엄청난 힘이 공존한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객들이 쇼팽콩쿠르의 실황 녹음 앨범을 구매한 것으로 안다. 조성진 씨는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든지 취미로 듣는 사람이든지 전 세계의 누구에게든지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예술가, 음악가라면 누구나 이를 꿈꿀 것이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다보면 이렇듯 어마어마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쇼팽콩쿠르 우승이 자신의 음악 인생에 있어 어느 지점 즈음이라고 생각하는지? 5년 전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40곡이 넘는 협주곡을 마스터하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까지 몇 곡 마스터했는가?
ㄴ 조성진 : 사실 콩쿠르 우승이 인생의 목표가 된다면 슬픈 일인 것 같다. 콩쿠르는 내가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21살 내 인생이 언제까지 계속 될지도 모르겠고, 어디가 정점일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내 마음속으로는 이제 막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5년 전에 했던 말은, 꿈을 크게 가졌던 것 같다. 아직 40곡은 마스터 못했다. 20곡 정도 들어갔다. 어렸을 때는 전곡, 혹은 많은 곡을 배우는 게 멋있어 보이고 좋아보였는데, 지금은 한 곡을 하더라도 깊고 오랫동안 시간을 가지며 배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예를 들면, 5년 전에 어떤 곡을 쳤는데, 그 이후 한 번도 안 치다가 쳐보면 다른 시각과 느낌으로 다시 다가온다. 그런 재미가 있다. 언젠가는 40곡을 하게 될 것 같지만만, 이제 5년 남았는데, 남은 5년 안에는 힘들 것 같다(웃음).

가장 자신 없어하는 레퍼토리를 쇼팽으로 알고 있다. 콩쿠르와 갈라 콘서트 이후 어떻게 다가오는지?
ㄴ 조성진 : 쇼팽이 자신 없다고 했던 이유는, 연주하기 너무 어려운 작곡가이고, 쇼팽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쇼팽을 아카데믹하게 여기고 어떤 이는 낭만적으로 여긴다. 이상적인 쇼팽을 생각하는 게 참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쇼팽에 대한 확신을 얻지를 못했다. 그런데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쇼팽 레퍼토리를 주로 준비하다 보니, 나만의 쇼팽을 생각하게 되고, 나만의 길을 찾게 됐다. 특히 콩쿠르 이후 계속 콘서트로 연주하다 보니 더 깊게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다소 위험한 것은 똑같은 곡을 계속 무대에 올리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악보를 다시 보면서 계속 새로운 느낌을 얻고자 노력한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우승할 것이라는 점쳤다고 한다. 본인은 콩쿠르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그리고 평상시 조성진의 모습은 어떠한가?
ㄴ 조성진 : 쇼팽콩쿠르가 유튜브(youtube)로 중계 됐는데, 일부러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듣지 않았다. 이 콩쿠르의 수준이 어떤지 몰라서 우승에 대한 예상을 전혀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나는 또래 친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래서 요즘 20대가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클래식 음악을 평소에도 주로 듣는 편이다. 그래도 한국 발라드 가수들의 음악도 가끔 듣고 있다.

 

   
 

일본에서 먼저 갈라 콘서트와 리사이틀이 진행됐다. 일본에서 공연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고, 청중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이후 1년 만에 인천국제공항에 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ㄴ 조성진 : 지난 1월 22일에 일본 사이타마에서 리사이틀을 하고 이후 갈라 콘서트를 거의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일곱 번 연주했다. 그러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나라마다 관객의 특색이 다른 것 같다. 일본은 관객들이 매우 진지하고, 혼자 연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객석 분위기가) 고요하다. 그래서 무대에서 연주에 집중하기 편한 점도 있다. 사이타마 리사이틀 후에는 관객의 반응을 보고 앵콜곡을 그 자리에서 정하기도 하고 그랬다. 앵콜은 늘 '디저트'라 생각한다. 내가 이제까지 연주한 것 중에 아마 다섯 번 이상의 앵콜곡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단 것을 많이 먹으면 달게 안 느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앵콜은 2, 3곡 정도로 마무리한다. 인천공항에 들어왔을 때는 어떤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이 매우 정신없었다. 호텔에 들어와서 빌딩들을 보며, 너무 오랜만에 와서 감회가 새롭고 기쁘기도 하고 그랬다. 이번에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지인과 친구들을 못 만나고 갈 것 같아 아쉽다.

최근 한국의 많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약진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활약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꿈'이라는 말을 했는데 롤 모델이 있다면?
ㄴ 조성진 : 나보다 훨씬 선배인 김선욱, 임동혁, 손열음과 가깝게 지낸다. 정말 존경스러운 선배들이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다. 사실 내가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을 못 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내 기사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분들의 소식에 귀기울이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롤모델은 일부러 정해놓지 않는다.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픈 것도 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라두 루프(Radu Lupu)를 좋아하지만 롤모델이라고는 말하지는 못한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분을 존경하지만 그 분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분의 길을 간다고 해도 부자연스러울 것 같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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