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아티스트에디터 문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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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요람 피렌체에서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탈리아의 비밀을 '서바이벌 이탈리아'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이탈리아 통신원 문희선입니다. Buon giorno.

[문화뉴스] (전편에서 계속)

지난 주말 이탈리아 내에서는 'svegliati Italia, 우리말로는 '이탈리아 깨어나라'라는 슬로건으로 동거인 권리 인정, 동성 간 혼인과 입양 허용에 관련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동시 집회가 열렸었고,

이번 주말에는 지난 주말의 집회에 반대하는 가톨릭 조직을 중심으로 구성된 보수파시민들의 전통적 가족의 개념을 보호하자는 의도의 Family Day 집회가 로마의 광장 시꼴로 마시모(Circolo Massimo)에서 열렸다.

 이런 종류의 집회들은 여러 해에 걸친 대규모의 시위들로 이탈리아 시민들이 가족이라는 개념과 권리의 진화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와, 아직 이탈리아도 '가족'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에 대해 소극적인 유럽국가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 화끈한 이탈리아 사람들도 예민한 주제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국민의 대부분이 가톨릭 교육을 받고 성장하며, 이탈리아 현대 사회에서의 가톨릭 사상은 세대 간의 갈등과 함께 이탈리아 국가 전체의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이혼율이 낮고, 가족 간의 유대가 어느 국가보다 강한 나라 중의 하나며, 특히 어머니와 아들 간의 돈독한 관계로 인해 이탈리아에서 마마보이로 불리는 친구들도 주변에서 여럿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수다스럽고 스타일리시한 이탈리아 남성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 오늘은 '서바이벌 이탈리아' 첫 번째 주제인 이탈리아 남성, 가정적인 그들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필자는 이탈리아 내 소도시의 한 업체에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현지인들과 함께 근무했다.

이 경험은 실제 이탈리아 가족들의 생활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볼 소중한 기회였다. 제조업체여서 그런지 대부분이 남자직원들이었는데, 자녀를 둔 남자직원들이 기억이 난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필자에겐 이탈리아의 가정적인 아버지상 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이다.

출근 전 자녀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아버지, 점심시간에 자녀를 유치원에서 픽업하여 집에서 점심을 함께하는 아버지, 퇴근과 동시에 자녀를 방과 후 수업에서 픽업해오는 아버지, 주말에 자녀와 보낸 시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아버지, 자녀 생일 선물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는 아버지 등등 필자에게는 미소를 떠올리는 장면들이다. 회사 생활에 대부분의 삶을 집중할 수밖에 없고, 과다한 업무시간에 치이며, 자녀의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필자는 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에서도, 데이트 신청을 하는 방식에서도 최고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이라고 해서, 그들을 섣불리 결혼 후에도 함부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길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살아보니 그것은 외부에 보이는 모습에 불과했다.

   
▲  함께 근무하던 직원 마테오의 가족사진.

한번 가정을 꾸리기 위한 결심을 하고 나면, 대부분 가정에 전념하게 되는 순간부터 자녀에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현상은 이탈리아 남성들이 건전한 'family man'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구조도 한몫을 하지만, 이미 젊은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해본 후, 결국에는 적당한 배우자와 자녀를 둔 안정적인 가정을 갖는 것이 최고라는 현명한 결론을 내린 이탈리아 남성들 자체도 한몫을 한다.

서바이벌 이탈리아 1편 이탈리아 남자들, 그들에 관하여를 마치며, 다음주 새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2편을 기대해 주세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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