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재연을 맞아 '에드거 앨런 포' 스타일이 더욱 진해졌다.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가 2016년 초연에 이어 돌아왔다. 초연 당시 이미 재연을 염두에 두며 개발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외적인 변화가 눈에 띄지 않고 초연에서 보강된 형태의 재연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분명한 변화가 느껴진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다름 아닌 안무의 변화다. '시카고', '올 댓 재즈' 등으로 유명한 밥 포시 스타일로 유명한 서병구 안무가의 느낌 있는 안무가 그로테스크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에드거 앨런 포'와 만나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앙상블들의 안무를 보면 요염함과 절제미에서 두드러진 그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서사는 초중반의 전개를 다듬고 엘마이라의 역할을 크게 강화해 인물들의 개연성을 담아냈으나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인물은 여전히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인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진 느낌이다. 그것은 애초부터 '에드거 앨런 포'의 명확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월드가 바라보는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예컨대 극 초반 '매의 날개',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으로 연달아 이어지는 이야기는 '에드거 앨런 포'의 서사라기보다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반면 '그리스월드'가 부르는 '널 심판해' 같은 노래들은 음악적인 완성도와 함께 그의 '서사'를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초연보다 더욱 '에드거 앨런 포'의 스타일을 확립시킨다. 정말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천둥벌거숭이 같던 '에드거 앨런 포'와 '그리스월드'의 대립은 '선'과 '악'의 대립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스월드'가 보여주는 악마적인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아이러니하며 작품 전체가 거대한 혼돈 속에 빠져있는 느낌을 준다. 초연에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듣던 작품이지만 재연에선 좀 더 확실한 스타일이 정립됐다.

그렇기에 마지막의 '영원'은 더욱 특별해진다. 마치 '그리스월드'의 현실에서의 승리선언 같은 '널 심판해' 이후 이어지는 '영원'은 마치 문학 그 자체가 된 '에드거 앨런 포'가 보여주는 '해탈'이자 통쾌한 반전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관객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에드거 앨런 포

- 공연날짜 : 2017. 11.04. ~ 2018. 01.28.

- 공연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 프로듀서 : 박영석

- 원작 : 에릭 울프슨

- 각색/한국어 가사 : 지인우

- 작곡/편곡/음악감독 : 김성수(23)

- 연출 : 노우성

- 안무 : 서병구

- 출연배우 : 김수용, 정동하, 윤형렬, 이창섭(BTOB), 최수형, 에녹, 정상윤, 백형훈, 안유진, 최우리, 나하나, 김사라, 유보영, 허진아, 임춘길, 김장섭, 채시현, 황만익, 조원석, 박수진, 김종준, 임지영, 임지은, 이슬기, 김응주, 이준호, 김준희, 양찬주, 양예원, 전성혜, 최민우, 김현기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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