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극단 이루의 이혜빈 작, 손기호 연출의 <지금도 가슴 설렌다>를 관람했다.

<지금도 가슴 설렌다>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 작이다.

이혜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창작집단 다정다감의 대표로 <지금도 가슴 설렌다> <결혼> <나선 은하> 등을 발표 공연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녀작가다.

<지금도 가슴 설렌다>는 남산예술센터의 “초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먼저 가능성을 인정받고 발굴된 작품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가족’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주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에게 인물을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가슴 설렌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 삶의 두께를 지니고 있는데, 그 두께가 작가의 설명을 통해 보여 지는 것이 아니라 극중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그리고 말해지지 않는 침묵 속에서 구축되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차분하고 섬세하게 언어를 쌓아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 속에서 각자가 지닌 외로움, 고독을 차분히 그려내고 그 속에서 어떤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의 연출은 극단 이루의 손기호 대표가 맡았다. 극단 이루는 창작극을 고집한다.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다시 서는 남자 이야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사랑을 묻다>등 손기호 극단 이루 대표가 쓰고 연출한 작품들이다.

손기호 대표가 쓴 작품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는 2004년 거창국제 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고,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2010 서울연극제 인기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연극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는 2011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했다. 연극 <사랑을 묻다>는 2013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정면에 백색의 벽면이 있다. 벽면에 영상을 투사해 산동네의 빽빽하게 들어찬 옛 연립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의 모습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눈이 내리는 모습, 비가 쏟아지는 풍경, 나뭇잎이 흩날리는 모습 등이 펼쳐진다.

무대에는 입체로 된 사각의 조형물과 벤치 형태의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그 조형물 뒤에 감춰놓은 소품들이 극 전개에 따라 활용된다. 배달원이 주문한 물품을 들고 등장하고, 조명이 투사되는 위치에 따라 할아버지 방, 식구들의 방과 거실로 설정이 되고, 객석방향은 산 아래동네로 설정된다.

연극은 도입에 예쁜 소녀가 해설자로 등장해 노래와 대사로 극을 이끌어 간다. 이 집 고교생 딸 달리가 가장 어린 나이의 주인공이고, 달리의 친구가 등장한다. 배달원, 셋째 며느리, 둘째 삼촌, 달리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옆집 할아버지가 등장해 각자 작중인물의 성격에 걸 맞는 호연을 보인다.

할아버지는 척수마비 장애인인 듯 언어와 동작이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대신 할머니가 이 집의 가장노릇을 한다. 엄마는 쾌활 다변한데다가 인물도 좋은 편이고, 아빠는 무뚝뚝한 성격에 인물도 괜찮은 편이라 외도를 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둘째삼촌은 젊고 팔팔하고 부지런히 일을 하며 살아가고, 셋째 삼촌의 부인은 동남아인인 듯 말이 어눌한 편이다. 옆집 할아버지는 상처를 한지 얼마 아니 된 노인으로 호인이다.

때는 구정이 다가오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자식들이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둘째 삼촌은 포장 빵을 한 상자 들고 등장한다. 자식을 반기는 할머니, 그러나 할아버지는 반기는 표정이 아니다. 엄마가 가족 접대에서부터 집안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 간다.

등장인물들은 대다수가 경상도 방언을 사용한다. 그런데 현재 이 집을 팔아버린다는 소식에 접하게 된다. 당연히 자식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한다. 그러자 할머니가 장애자인 할아버지를 더 이상 돌 볼 힘이 없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아버리려 한 것이 밝혀진다.

할아버지가 크게 노한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집을 판다며 벌컥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자식들도 친부모를 직접 돌봐야 하지 어떻게 고려장을 하듯 요양원에를 보내느냐고 반대를 한다. 그러나 할머니의 의지는 확고하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갈등요소가 첨가된다.

다른 게 아니라 아빠 문제다. 아빠가 자주 매무새를 고치고 이발소에를 자주 다니고 하는데서 엄마는 아빠가 바람이 난 것으로 짐작을 한다. 이상스럽게 아빠는 엄마와 대화를 나누기를 싫어하는 눈치다. 그리고 툭하면 외출을 한다. 물론 가는 곳을 밝히지 않는다.

다른 식구들도 아빠를 의심하게 된다. 고교생 딸은 짝사랑하는 오빠에게 발렌타인데이에 쵸콜렛을 선물하려고 벼른다. 그런데 바로 그 쵸콜렛을 할아버지 방 사각의 입체 조형물 뒤에 숨겨놓았기에 할아버지가 벌컥 화를 내고 나가자 재빨리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 쵸콜렛을 들고 나온다.

계속되는 가족 간의 갈등을 딸로서는 더 이상 보고 견딜 수가 없어 딸은 슬리핑백을 챙겨 들고 나간다. 딸은 언덕 난간에서 아래동네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에게 발렌타인데이라며 쵸콜렛을 주고 떠난다. 새벽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딸의 행방을 두고 가족들은 난리가 난다. 할아버지가 딸의 행방을 알려준다. 딸은 가족들에 의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장면이 바뀌면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들어간 것으로 설정이 되고, 이삿짐을 나르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가 이삿짐을 나르려 하니, 아빠는 엄마를 가만히 앉게 하고 자신이 짐을 나른다. 할머니도 등장을 한다. 삼촌도 이사를 거든다.

딸과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엄마 “내 진짜 첫사랑은 바로 너다. 나는 너를 낳고 네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다. 나는 지금도 너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 이 말에 늘 상 따돌림만 당하던 딸의 가슴이 따뜻하게 물든다. 옆집 할아버지가 예쁘게 꽃이 핀 화분을 문 밖에 내놓고 사람들이 함께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이사하는 가족은 물론 관객의 가슴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구자승, 조주현, 최정화, 나종민, 장하란, 하지웅, 김하리, 이세영, 이랑 등 출연자 전원의 적절한 성격설정과 방언구사 그리고 호연은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관객자신의 가족과 비교를 하도록 만든다. 어머니 역의 최정화의 열연과 해설자 역의 이랑의 호연과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무대 김태훈, 조명 김광섭, 영상 윤호섭, 의상 조은영, 작사 작곡 정자연 최미루 홍예진, 음악감독 한송이, 사진 이강물, 조연출 한창현, 진행 이장순 황보현, 홍보 마케팅 이은성 이은빈 차담희, 도움주신분들 박건희 민새롬 차지성 등 제작진과 기술진 그리고 후원인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이루의 이혜빈 작, 손기호 연출의 <지금도 가슴 설렌다>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공연메모
극단 이루의 이혜빈 작 손기호 연출의 지금도 가슴 설렌다
- 공연명 지금도 가슴 설렌다
- 공연단체 극단 이루
- 작가 이혜빈
- 연출 손기호
- 공연기간 2017년 12월 20일~2018년 1월 14일
- 공연장소 선돌극장
- 관람일시 2018년 1월 13일 오후 3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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