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에 전시된 애니메이션 목록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국내에 상당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가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 팬들을 위해 지난해 12월 한반도에 상륙했다.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오는 3월 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1·2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스튜디오 지브리 대 박람회-나우시카부터 마니까지'는 지브리 설립 30년을 되돌아보며 설립 전 첫 작품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최근작인 '추억의 마니'까지 총 24 작품을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전시하고 있다.

특히, 특별 테마전시로 기획된 '하늘을 나는 기계들'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계들을 입체조형으로 제작-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해 세종미술관을 방문하는 국내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찾고 있는 지브리 박람회를 좀 더 쉽게 이해하는 차원에서 지브리의 주요작들을 한 번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지브리가 설립되기 이전인 1984년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연재하고 있던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다른 이들의 조언을 받아 원작을 토대로 약간 각색해 극장판으로 만들었다. 만화판과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결말 맺었지만, 자연과 인간의 대립에 대한 문제, 제국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지브리 이름을 달고 처음으로 공개된 작품이자, '지브리 전설'의 시작점.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라퓨타 섬'과 '보물섬'을 원안삼아 19세기 후반 유럽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 과학과 자연의 대립, 소년소녀의 우정과 사랑, 모험 등 다양한 내용이 잘 버무려졌고, 히사이시 조의 걸작 '君をのせて(너를 태우고)'는 희대의 OST가 되었다.

 

이웃집 토토로(1988)
오늘날 지브리의 마스코트로 잘 알려져 있는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와 함께 지브리의 전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988년 개봉당시에는 홍보 마케팅 미흡 등으로 흥행실패를 거두었으나, 이후 재평가되어 오늘날 일본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보여줘야 할 필수 애니메이션으로 탈바꿈했다. 특별한 메시지가 없다는 점 때문에 오늘날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반딧불의 묘(1988)
'이웃집 토토로'와 함께 동시개봉한 작품. 주인공 '세이타'·'세츠코' 남매가 태평양 전쟁 중 겪는 피난생활을 그리고 있다보니 국내에선 '우익 애니메이션'으로 상당히 오해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딧불의 묘'는 오히려 연출한 타카하타 이사오와 작품에 담긴 메시지, 대사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전 성향이 강하다. 

 

마녀 배달부 키키(1989)
어린 마녀 '키키'가 자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원작 소설과 널리 알려진 지브리 애니메이션, 그리고 실사 영화 버전 세 가지 다른 버전이 존재한다. 남녀노소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내용인데다, '이웃집 토토로'의 흥행실패를 발판삼아 마케팅까지 신경 쓴 덕분에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상당히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추억은 방울방울(1991)
일본 아카데미 화제상을 받은 바 있는 '추억은 방울방울'은 1980년대 초반 도쿄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는 '타에코'가 10일간 휴가를 내 시골에 농촌 체험을 하고자 기차를 타고 농촌으로 떠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에서 1980년대 후반의 일본의 도시, 그리고 타에코의 어릴 적 이야기인 1960년대 일본의 시골의 모습을 한 눈에 비교해서 볼 수 있다.

 

붉은 돼지(1992)
세계 1차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 치하 이탈리아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붉은 돼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항공기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양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보니, '붉은 돼지'는 유럽 등지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메시지도 담겨있긴 하나, 전반적으론 보기에 가볍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1994)
유일하게 디즈니의 '라이온 킹'이 일본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장본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산에서 자연과 더불어 숨어사는 너구리들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자신들이 보금자리를 잃게 되어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환경보호를 주제삼아 너구리의 시각에서 그려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귀를 기울이면(1995)
히이라기 아오이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으로,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 '츠키시마 시즈쿠'가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환상소설을 쓰게 되는 내용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즈쿠가 훗날 개봉되는 스핀오프작 '고양이의 보은'의 작가가 되며, '귀를 기울이면'에 등장했던 고양이 '바론'은 '고양이의 보은'에 한 번 더 등장하게 된다.

 

모노노케 히메(1997)
'원령공주'로 국내에 잘 알려진 '모노노케 히메'는 한 때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으로 불렸던 만큼, 지브리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작품이었다. 구상하는 데 16년, 제작에 걸린 시간 3년, 예산 200억 원이 들어간 만큼, 지브리의 자랑이다. 일본에선 가장 오랫동안 상영되었던 작품(1997년 7월 12일~1998년 7월 10일)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국내 팬들에게도 지브리 작품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웃집 야마다군(1999)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연재되는 이시이 히사이치의 4컷 만화 '노노짱'을 원안으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기존 지브리 스타일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점과 4컷 만화의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해 몰입도가 떨어지는 점 때문에 흥행참패를 겪었다. 지브리 작품 중 처음으로 100% 디지털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지브리가 베를린영화제, 아카데미상, BBC 등 전 세계에서 만장일치격으로 인정받은 작품이자, 지브리 역대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로 은퇴선언했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복귀했고, 전작에서 드러냈던 자연파괴 문제와 자본주의의 탐욕스러운 면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늘날 영화 팬들 사이에서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다.

 

고양이의 보은(2002)
앞서 언급했던 '귀를 기울이면'의 스핀오프작 격인 작품이자, '귀를 기울이면'에 등장했던 '바론'이 다시 한 번 이 작품에 등장했다. 평범한 여고생 '하루'가 우연히 고양이 왕국의 왕자를 구출한 계기로 고양이 왕국으로 초대받는 이야기를 담았다. 국내에서 개봉할 당시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속편으로 잘못 홍보돼 오해를 낳기도 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영국의 동화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소설을 지브리식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된 작품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함께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개봉당시 300만 명 이상 관객을 기록했다. '하울'과 '소피'의 러브스토리가 주류이나, 그 안에 무정부주의적 성향과 평화주의적 색채도 잘 드러나있다. 원작자 다이애나 윈 존스는 이 작품을 보고 흡족했다고.

 

게드 전기(2006)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의 데뷔작으로, 어슐러 K. 르 귄의 '어스시 연대기' 중 세 번째 작품 '머나먼 바닷가'가 원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이 이슈화되어 일본 내에서 흥행을 거두긴 했으나, 작품의 완성도에서 상당히 미흡한 점을 보이며 본의 아니게 '지브리의 흑역사'로 남게 되었다.

 

벼랑 위의 포뇨(2008)
'인어공주'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제작된 '벼랑 위의 포뇨'.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해 그렸던 '게드 전기'와 달리, '벼랑 위의 포뇨'는 모든 장면을 직접 손으로 그려서 만들어냈다는 점 때문에 보다 동화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줘 인상깊었다.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해외 흥행 순위에서 4위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일본과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루 밑 아리에티(2010)
영국의 동화작가 메리 노튼의 판타지 소설 시리즈 'Borrowers' 바탕으로 만든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얼마 전 개봉했던 '메리와 마녀의 꽃'의 감독을 맡았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의 지브리 시절 첫 연출작이기도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20대 시절 극장용 영화 기획을 하려다 실패했던 게 40여 년이 지나 영화로 탄생하게 되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2011)
'게드 전기'로 실패를 맛보았던 미야자키 고로의 두 번째 작품으로, 1964년 도쿄 올림픽 직전인 1963년 일본 단카이 세대를 소재삼아 만든 작품이다. 세계 2차대전 패전 이후부터 도쿄 올림픽 이전의 일본 사회와 당시 살아가던 청년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미야자키 고로는 이 작품을 통해 '게드 전기'보다 좀 더 발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바람이 분다(2013)
미야자키 하야오의 두번째 은퇴작이자 '제로센'의 제작자 호리코시 지로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제로센을 소재로 썼다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선 우경화 반대세력으로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를 향해 극우세력들이 반정부주의자라고 비난했고, 반대로 한국에선 일제강점기의 상징 중 하나인 제로센을 소재로 사용했다고 분노했다.

 

가구야 공주(2013)
일본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타케토리모노카타리'를 지브리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은퇴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체보다는 일본 고유 그림체에 더 가까우며 수채화같이 연해 전래동화책을 보는 느낌을 줬다. 재밌게도 일본 전래동화지만, 한국 고전인 '구운몽', '이생규장전', '수로왕 신화' 등 일부 내용과도 비슷한 면이 보인다는 게 특징.

 

추억의 마니(2014)
미야자키 하야오 은퇴 후,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와 지브리 프로듀서 니시무라 요시아키가 결탁해 만든 작품으로 원작은 조안 G. 로빈슨의 1967년 작 '거기 마니가 있었다'. 사춘기 소녀들의 교류와 공감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감정표현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난해하며 원작을 재해석하는 데 실패했다며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붉은 거북(2016)
'추억의 마니' 이후 지브리의 신작이자, 프랑스 제작사와의 합작, 그리고 지브리 역사상 최초 외국인 감독(미카엘 두독 드 비트)이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이나, 지브리의 참여 비중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 무인도에 고립된 남자와 그의 인생을 바꿀 빨간 거북이와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붉은 거북'은 2016년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었고, 제89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까지 올랐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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