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대학로 명작극장에서 극단 고향(대표 박은희)의 김태수 작, 신유청 연출의 <아내의 서랍>을 관람했다.

극작가 김태수는 대전에서 출생하여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극작 및 연출전공으로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 대학원 PR 광고학과를 졸업한 다음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수학하였다.

84년부터 86년까지 KBS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기도 했으며 8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파멸”이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87년 희곡단행본 장막 ‘풍무도’를 출간하고 동해에 단막희곡 “늪지대‘를 발표하였다.

그러다가 87년 잠시 연극을 떠나 92년까지 광고대행사의 프로듀서와 카피라이터로 활동하였고 93년부터 광고 프로덕션의 CF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유명광고와 유명카피를 포함하여 약 80여 편의 CF 광고를 직접 제작하였다. 그러던 중에 95년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가 서울 연극제 공식 초청작이 되면서 연극계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후 2003년에서 2017년에 이르기까지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비 오는 날의 축제‘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서울 열목어‘ ’칼 이야기‘ ’코메디 클럽에서 울다‘ ’홍어‘ ’꽃마차는 달려 간다‘ ’나비는 천 년을 꿈꾼다‘

’칼 맨‘ ’이구아나,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 운현궁에 노을지다’ ‘트라우마 IN 인조’ ‘이구아나’ ‘천덕구씨가 사는 법’ 등과 같은 대학로 최고의 연극 히트작을 중심으로 ‘효녀무사 바리’ sbs 어린이 뮤지컬 ‘신밧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등과 같은 뮤지컬과 ’여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 ’봄날은 간다‘ 등과 같은 악극등도 창작하였다.

그리고 ’별산대 놀이가 다 있네‘ ’동네방네 나팔 불고‘ ’굿모닝 춘향‘ 등의 마당극이나 ’허난설헌의 불꽃 아리랑‘같은 오페라까지 광범위한 창작 장르의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백상예술상과 서울연극제상을 비롯한 상들을 수상했다. 제3대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극단 김태수 레퍼토리를 창단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유청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2006년 김상열 연극 사랑회 장학금을 받았다. 연출가로 활동하며 뮤지컬 <드가장> <정글라이프> <춘우>를 연출하고 연극 <나두야 간다> <살인광대> <The zoo story> <소리의 위력> <빌라도 보고서>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8년에는 거창연극제에서 <동물원 이야기>로 작품상 금상을 수상한 미남 연출가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오른편에 주방과 식탁 그리고 냉장고, 벽장 등이 보이고, 왼쪽은 안락의자와 탁자가 놓여있다. 바닥에 보료가 깔렸다. 정면에 아내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하수 쪽이 현관이고 상수 쪽에 남편 방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설정된다.

조명효과로 아내 방의 창을 통해 아내 방안의 자수로 장식한 이불이 보이고, 싱크대 밑 나무문을 열면 물이 폭포수처럼 튀어나오기도 한다. 대단원에서 초를 꽂은 생일케이크, 꽃바구니, 그리고 천정에서 잘게 절단하 종이가 눈처럼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

시청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남편은 은퇴 후의 인생을 바둑대회나 친구모임 등에 자주 나가 활동을 하는 편이지만 아내는 원래 조용한 품성답게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보낸다. 소시 적 부터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온 남편은 결혼 후 40여년을 가정과 가족을 지켜왔으므로 남편으로서의 자부심이 높은 것으로 설정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대형 원통형 솥에 뼛국을 가득 끓여놓은 채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남편은 시장에 갔으려니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어쩐 일인지 아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불안감에 휩싸인다. 남편은 평소 아내가 갈 만한 곳을 알아보려 하지만 대체 아내의 친구가 누구인지, 갈만한 데가 어디인지를 전혀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에다가 해야 할 집안일이 많아, 아내가 없는 사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보기 시작한다, 힘이 빠지도록. 그런데 그날 아내는 처음으로 외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남편은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그러면서 혹시 무슨 단서라도 있을까 하여 아내 방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에서 나오는 많은 편지들. 그리고 남편이 선물한 가짜나 짝퉁 장신구들, 남편은 편지를 일일이 읽으며 옛일을 회상하고 가까 장신구를 진짜처럼 선물했던 것을 반성하기도 한다. 편지를 읽는 회상장면에 젊은 시절 모습의 아내가 등장해 남편과 다투던 모습을 재현해 낸다.

남편은 과거에 자기가 무의식중에 내 뱉은 말 한마디나 행동거지가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음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사라졌다고 딸에게 연락을 해 딸이 놀라서 아빠를 찾아오지만 엄마의 행방을 알지는 못한다.

아내는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요양원에 입원할 자리를 마련했노라고 이야기를 한다. 치매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까닭으로 해서 요양원을 봐두고 왔다는 이야기다. 남편은 아내의 병, 특히 치매증세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들이 모여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남편은 치매를 앓는 아내를 위해 새로운 인생을 살겠노라 결심을 한다. 마침 다가온 아내의 생일 날 남편은 장만한 케이크와 꽃바구니, 그리고 천정에서 쏟아져 내리는 잘게 썬 색종이로 아내를 기쁘게 하고,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아내를 살포시 포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주호성이 남편, 김순이가 아내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주호성은 이 극이 자신을 위해 마련된 연극인 듯 성격설정은 물론 진정성을 보이는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김순이...이 극에 출연하기 6개월 전에 부친을 여의었다. 그녀의 감성과 경륜이 연기력으로 표현되어 2시간의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눈물과 감동과 갈채를 이끌어 낸다. 박민관과 신혜옥이 남편과 아내로 더블캐스팅 되어 출연해 놀라운 기량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기획 장경민, 음악 음향 남기오, 무대디자인 임 민, 무대제작 전국무대 유관호, 조명 무대감독 주현우, 분장 정완식, 특수효과 박환호, 시진 김현수, 안무 홍지우, 조연출 김서현, 분장 김미숙, 홍보 디자인 이준석, 주최 기획 시민극장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고향(대표 박은희)의 김태수 작, 신유청 연출의 <아내의 서랍>을 연극성과 대중성이 갖추어진 감동만점의 2인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극단 고향의 김태수 작 신유청 연출의 아내의 서랍
- 공연명 아내의 서랍
- 공연단체 극단 고향
- 작가 김태수
- 연출 신유청
- 공연기간 2017년 11월 22일~2018년 2월 4일
- 공연장소 대학로 명작극장
- 관람일시 1월 14일 오후 3시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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