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메이킹 영상 방법을 도입한 사건 목격 스릴러
[문화뉴스]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어떤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에 빠져버리면 본질은 다 사라져 버리고, 표면적인 것만 남는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제 영화에 들어 있는 거죠."- 이지승 감독
오는 3월 개봉을 앞두고, 16일 왕십리 CGV에서 이지승 감독과 배우 박효주, 배성우, 이현욱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려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박효주 : 안녕하세요. 박효주입니다. 저도 같은 마음으로 눈이 와서 너무 기분이 좋지만, 기자분들 오시느라 너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시면서 고생 많으셨다는 얘기 전해드리고 싶고 오늘 날씨도 험한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자리를 가득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사회부 기자 공정뉴스 TV 이혜리 기자 역할을 맡았고요, 이혜리 기자 캐릭터를 가장 쉽게 말하자면 아직 꺼지지 않은 정의로움에 대한 갈망이 많은 인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성우 : 저는 염전 노예 역할을 맡은 배성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다들 어떻게 보셨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현욱 : 안녕하십니까. 저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카메라 기자 석훈 역을 맡은 이현욱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는 극 중 선배 기자, 이혜리 기자에게 등 떠밀려서 본의 아니게 서포트를 해주는 카메라 기자 역을 맡았습니다.
감독님께 질문 두 개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이 파운드푸티지의 장르를 띠고 있는데, '소셜포비아'도 일종의 다양한 영상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파운드푸티지의 요소를 띤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작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소셜포비아'에서 물론 제가 제작총괄을 했지만, 그 영화에서 영향은 받은 것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요. 소재도 다르고 영화 형식도 다른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는 사실 제가 연출자의 시점에서 가만히 봐도, 개연성이 없는 것들이 다소 존재하기는 해요. 그런데 요즘 일어나는 실제 사건·사고를 보면서 제가 많이 느낀 것들인데 정말로 너무 무섭고 개연성이 없는 사건들이 많아요. 물론 그래서 이런 방식을 취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요. 이 영화는 어떤 지역이나 어떤 사람들이나 어딘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영화 속에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 2016년도의 이야기들이 많이 스며들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약 한 시간 반 정도 되는데, 관객분들이 그중 한 시간 정도를 카메라 기자 석훈이 찍은 영상을 보는 형식이잖아요. 그래서 이 영상이 편집되지 않은 상태인 것처럼 보여야 관객들이 이 작품 속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와 촬영 감독은 다소 의도적으로 이상한 앵글을 많이 썼고, 포커스 아웃도 많이 썼고요. 약간 어지러우셨을 수도 있을 텐데 카메라 기자 석훈이 저 현장에서 저걸 찍었을 때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많이 하면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한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형식적인 도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이 기자들이 보는 영상이 과연 100% 진실과 사실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감독의 방식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박효주 : 네, 저도 이 영화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모험심이었어요. 이 영화의 촬영 형식이 일반 극영화와는 다른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에, 저한테는 연기로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설렘이 정말 컸어요. 물론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배우가 한두 시간 쭉 연기한다는 건 그렇게 큰 도전이 아닐 수 있지만, 연극이 아닌 영화라는 장르 속에서 한 곳을 무대처럼 돌아다니면서 끊김 없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평소에 다큐멘터리도 너무 좋아해서, 그런 작업을 내가 해보면 어떠냐는 모험심과 설렘이 동시에 왔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겠다’에서 시작했지만, 굉장히 새로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매일 긴장하고, 돌발상황도 많았기 때문에 오늘은 어떻게 촬영될까 라는 기대도 많았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즐겼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이현욱 : 저는 선배님들과 조금 다르게 카메라 뒤에서 목소리로 연기를 많이 했는데요, 스태프와 배우 사이를 오가면서 고군분투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카메라 감독님께서 저를 귀찮아하실 정도로 제가 계속 옷을 잡고 있곤 했습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고 카메라 뒤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알게 된 것 같아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자 : 현욱 배우의 메이킹을 나중에 한 번 보시면, 항상 촬영감독님 옆에서 팔짱을 끼거나 팔뚝을 붙잡고 계속 같이 따라다니세요. 그 카메라의 앵글이 현욱 배우가 보고 있는 시선이기 때문에 그 시선을 똑같이 맞추기 위해서, 계속 카메라 감독님과 템포를 같이 하고, 뛸 땐 같이 뛰고 걸을 때는 같이 걷고 하셨어요. 아마 앞에서 작업하시는 분들께서도 아주 힘드셨겠지만, 현욱씨는 뒤에서 스태프들이 움직일 때 돌발상황에서도 같이 움직였어야 하는 게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롱테이크로 계속 찍다 보니까 박효주 배우님 애드립도 굉장히 많이 하셔야 했다고 하던데, 어떤 부분인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배우분들도 작품 제안받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한 마디씩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회자 : 감독님 전작 '공정사회'에서 주인공인 장영남 씨의 남편으로 잠깐 나오셨어요. 굉장히 못된 의사 선생님 역할이었는데 그때도 굉장히 매력적인 연기를 해주셨어요.
박효주 : 저도 '공정사회'라는 작품을 굉장히 인상 깊게 봐서 감독님이 굉장히 궁금했었고요. 전작으로 '공정사회'라는 작품을 연출하셨다고 해서 더 흥미로웠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굉장히 반가웠어요. 많이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시나리오 안에서 여자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사건에 들어가서 헤쳐나 가는 그 과정들이, 이전 작품들에서 주인공이 의존하는 인물 혹은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 정도로만 주어졌던 것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왔었고, 그래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메이킹 영상 기법을 이용해서 작업한다는 게 큰 매력으로 찾아왔었던 것 같아요.
캐스팅 이야기가 나와서 감독님께 한 가지 더 여쭤보자면, 어떻게 보면 주연 배우들보다 얼굴도 많이 안 나오지만,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고생을 많이 한 현욱 씨를 캐스팅하실 때는 어떠셨는지. 이렇게 말끔하게 잘생긴 분을 항상 카메라 뒤에 가려놓으신 거잖아요. 어떠셨나요?
박효주 : 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아까 말씀하시는데 제가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쳤는데요, 제가 원래 이런 자리는 많이 떨려 하지 않는데 오늘 아침에 너무 떨리더라고요. 왜 떨린 지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제가 기자님들 모시고 하는 시사회에 기자 역할로 나오더라고요. 아침부터 갑자기 너무 떨리고 영화 보는 내내 눈치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제가 가장 많이 긴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배역에 있어서는 그냥 아주 작은 것부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레퍼런스로 볼 수 있는 작품들,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 기자를 다루는 영화를 최대한 눈에 많이 익히려고 애썼고, 시사 프로그램을 볼 때도 예전에는 사건이나 내용을 봤다면 이번에는 그 속에서 기자님들이 마이크에 손을 놓는 행동,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질문을 유도할 때의 기자님들 각각의 성향들, 이런 것들을 많이 보고 이혜리 기자는 어떤 느낌일까 참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다큐멘터리를 많이 좋아해서 친구들과 많이 찍으러 다니기도 하고, 카메라 들고 사람들한테 인터뷰도 즐겨 했던 기억을 많이 되살렸어요.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현욱 : 저도 얼굴이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얼굴이 많이 나오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셔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나왔어요.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만지는 감독님들을 봤을 때 과묵하신 분들이 많던데 제가 영화 속에서 너무 말이 많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감독님께서 캐스팅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같이 촬영한 선배님들과도 너무 재미있게 지내서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노력하신 결과로, 직접 찍은 영상을 영화 속에서 보실 수 있어요. 감독님, 현욱 씨와 효주 씨가 직접 찍으신 부분이 어느 장면인가요?
사회자 : 저희가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매우 많은데요, 직접 카메라를 드시거나 연기를 하시는 것들, 그런 부분들이 다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다 세세하게 느껴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정판을 오늘 보신 거고요,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에게 영화 속에서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 독특한 방향이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섬에서 촬영했는데 갇힌 공간에서 촬영한 거라서 에피소드가 매우 많았을 것 같아요. 하나씩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박효주 : 저는 편의점의 소중함을 알았던 것 같아요. 내 배를 24시간 채워주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실용적인 공간이었는지 느꼈어요. 영화 촬영은 일정한 시간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새벽 촬영도 있고, 아침 일찍 촬영도 있었는데 편의점이 없다 보니까 섬에서 지내는 내내 뭐가 필요할 때마다 찾으러 갈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스태프들과 맥주 한잔을 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공간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나름 도시라고 할 만한 다른 섬에 갔는데 편의점이 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다 같이 박수 쳤던 기억이 나요. 가끔 배성우 선배님과 이현욱 배우님이 가끔 서울에 다녀오면, 서울 여자들이 예뻐 보인다고 농담했던 것도 기억나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패스트푸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괜히 없으니까 피자도 먹고 싶고, 치킨도 먹고 싶어져서, 가끔 스태프 중에 장비 때문에 나가야 하는 분이 계시면 햄버거 사달라고 부탁해서 반씩 나눠 먹곤 했어요.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그 개는 저희가 메이킹으로 담아놨어요. 안고 찍으신 메이킹이 있어서 보니까 정말로 잘생겼고요. 영화 속에서 걸어가다가 오줌 싸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오잖아요, 바로 그 강아지입니다. 이현욱 씨가 주변 동네에 있는 강아지들을 그렇게 다 깨끗하게 해놓으셨다면서요?
감독님과 배우분들, 이 작품을 어떻게 봐주시면 좋겠다, 한 말씀씩 하시고 마무리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어떤 자극적인 것들이나, 재미있는 것들에 빠져버리면 중요한 이야기는 다 없어져 버리고 그러한 것들만 남는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제 영화에 들어 있는 거죠. 그 이야기를 감독으로서 꼭 하고 싶었고요. 저 스스로한테도 질문을 던진 거죠.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가실 때 같이 본 친구, 동료, 지인분들께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면 더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에서 부족하게나마 만든 영화였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효주 : 저한테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영화인 것 같고요, 가장 큰 부분에서는 다양함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이런 장르를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습니다. 하고 나니까 긴장도 되고 소통이 잘 되었나 라는 걱정도 되지만 거두절미하고 시도에 대한 것, 도전에 대한 것, 조금 편하지 않은 길을 가려는 부분을 예쁘게 봐주시고 좋은 기사 많이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배성우 : 저희 소재나 이야기 속에서 주제가 조금 혼재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그 방향을 잃지 않고 보셨으면 좋겠고 이 영화가 스릴러 구조를 띠고 있으니까 긴장감 잃지 않고 몰입해서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좋은 느낌도 받아가시고 재미있게 보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현욱 :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약 재미를 따지고 본다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이지만, 의미를 생각하고 보면 남다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영화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귀한 시간 내서 와주셨는데, 사실 제가 신인이어서 저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잖아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의 소재는 염전 노예사건이다. 실은 염전 노예사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대형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주목해보자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 안에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범인을 쫓는 느낌들도 담겨 있으므로 이야기 적으로도 흡입력이 있다. 영화는 다음 달 3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