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메이킹 영상 방법을 도입한 사건 목격 스릴러

   
 

[문화뉴스]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어떤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에 빠져버리면 본질은 다 사라져 버리고, 표면적인 것만 남는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제 영화에 들어 있는 거죠."- 이지승 감독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2014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염전 노예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염전에서 수년간 감금당한 채 강제노역과 폭행을 당하고 임금을 착취당한 행적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21세기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현장에서 '공정사회'의 감독 이지승은 인권과 정의를 위해 메가폰을 다시 잡았다. 그는 이를 보고 '무관심, 무책임, 이기주의, 탐욕'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고, 실상 아직도 미해결상태이고 근본 해결책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회적 고민에서 이 작품이 시작되었다.

 

염전 노예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고,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 1인이 혼수상태다. 취재용 카메라는 사라졌다. 그 섬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영화가 여기 있다. 영화는 기자와 카메라 기자라는 설정을 투입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메이킹 영상'방식을 도입하여 독특하게 보이는 것과 보아야 하는 것을 조명한다. 이러한 독창적인 스타일은 제39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포커스 온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오는 3월 개봉을 앞두고, 16일 왕십리 CGV에서 이지승 감독과 배우 박효주, 배성우, 이현욱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의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려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감독님 인사한 말씀 부탁드리고, 배우분들은 인사 한마디와 캐릭터 소개 부탁합니다.
ㄴ 이지승 감독 : 안녕하세요. '섬. 사라진 사람들' 연출 이지승 감독입니다. 오늘 눈이 와서 기분이 정말 좋은데 저희 영화가 개봉하는 3월 3일에도 눈이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배우들과 첫 미팅을 했을 때도 눈이 많이 와서 집에 못 들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영화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박효주 : 안녕하세요. 박효주입니다. 저도 같은 마음으로 눈이 와서 너무 기분이 좋지만, 기자분들 오시느라 너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시면서 고생 많으셨다는 얘기 전해드리고 싶고 오늘 날씨도 험한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자리를 가득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사회부 기자 공정뉴스 TV 이혜리 기자 역할을 맡았고요, 이혜리 기자 캐릭터를 가장 쉽게 말하자면 아직 꺼지지 않은 정의로움에 대한 갈망이 많은 인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성우 : 저는 염전 노예 역할을 맡은 배성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다들 어떻게 보셨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현욱 : 안녕하십니까. 저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카메라 기자 석훈 역을 맡은 이현욱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는 극 중 선배 기자, 이혜리 기자에게 등 떠밀려서 본의 아니게 서포트를 해주는 카메라 기자 역을 맡았습니다.

감독님께 질문 두 개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이 파운드푸티지의 장르를 띠고 있는데, '소셜포비아'도 일종의 다양한 영상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파운드푸티지의 요소를 띤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작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ㄴ 이지승 감독 : 말씀하신 파운드푸티지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촬영한 영화는 아니고요, 사실 형식적으로 메이킹 영상과 소위 페이크다큐 형식과 극영화 형식이 한 영화에 같이 있는 영화가 드물어서, 두 형식이 부딪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소셜포비아'에서 물론 제가 제작총괄을 했지만, 그 영화에서 영향은 받은 것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요. 소재도 다르고 영화 형식도 다른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는 사실 제가 연출자의 시점에서 가만히 봐도, 개연성이 없는 것들이 다소 존재하기는 해요. 그런데 요즘 일어나는 실제 사건·사고를 보면서 제가 많이 느낀 것들인데 정말로 너무 무섭고 개연성이 없는 사건들이 많아요. 물론 그래서 이런 방식을 취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요. 이 영화는 어떤 지역이나 어떤 사람들이나 어딘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영화 속에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 2016년도의 이야기들이 많이 스며들게끔 하고 싶었어요.

   
 
이지승 감독님과 세 배우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영화 촬영에는 기존에 익숙한 전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카메라에 대한 인식을 최소화시키는 방식인데, 이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그런데 '섬. 사라진 사람들'은 이른바 메이킹 영상 기법이라고 나와 있듯 정반대 방식의 장면들이 담긴 것 같아요. 이 방식을 선택하기 위해서 어떤 용기나 결단이 필요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심정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배우분들은 이런 촬영 방식으로 진행됐을 때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ㄴ 이지승 감독 : 말씀하신 대로 연출자의 관점에서 조건 없는 도전 의식이 있어야 했어요. 어떤 이야기냐 하면, 기본적으로 감독이나 배우들은 카메라를 보는 게 익숙하지 않잖아요. 원래 감독은 모니터를 통해 배우를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배우가 촬영 중에 카메라 뷰파인더를 쳐다보면 NG라고 말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저는 반대로 OK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동시에 배우들로서도 원래는 카메라를 의식하고 쳐다보게 되면 NG가 나는 상황인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이혜리 기자가 카메라를 일부러 쳐다봐야만 하는, 그 전에 해보지 않은 일종의 도전적인 방식이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약 한 시간 반 정도 되는데, 관객분들이 그중 한 시간 정도를 카메라 기자 석훈이 찍은 영상을 보는 형식이잖아요. 그래서 이 영상이 편집되지 않은 상태인 것처럼 보여야 관객들이 이 작품 속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와 촬영 감독은 다소 의도적으로 이상한 앵글을 많이 썼고, 포커스 아웃도 많이 썼고요. 약간 어지러우셨을 수도 있을 텐데 카메라 기자 석훈이 저 현장에서 저걸 찍었을 때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많이 하면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한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형식적인 도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이 기자들이 보는 영상이 과연 100% 진실과 사실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감독의 방식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박효주 : 네, 저도 이 영화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모험심이었어요. 이 영화의 촬영 형식이 일반 극영화와는 다른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에, 저한테는 연기로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설렘이 정말 컸어요. 물론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배우가 한두 시간 쭉 연기한다는 건 그렇게 큰 도전이 아닐 수 있지만, 연극이 아닌 영화라는 장르 속에서 한 곳을 무대처럼 돌아다니면서 끊김 없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평소에 다큐멘터리도 너무 좋아해서, 그런 작업을 내가 해보면 어떠냐는 모험심과 설렘이 동시에 왔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겠다’에서 시작했지만, 굉장히 새로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매일 긴장하고, 돌발상황도 많았기 때문에 오늘은 어떻게 촬영될까 라는 기대도 많았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즐겼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배성우 : 저도 사실 비슷한 이야기인데요. 영화 형식이 그렇다 보니까 카메라도 배우처럼 동선 리허설을 항상 했어야 했어요. 저는 좋았던 건 리허설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오히려 슛 들어갔을 때는 부담이 덜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재미있는 작업이었고 공부도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이현욱 : 저는 선배님들과 조금 다르게 카메라 뒤에서 목소리로 연기를 많이 했는데요, 스태프와 배우 사이를 오가면서 고군분투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카메라 감독님께서 저를 귀찮아하실 정도로 제가 계속 옷을 잡고 있곤 했습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고 카메라 뒤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알게 된 것 같아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자 : 현욱 배우의 메이킹을 나중에 한 번 보시면, 항상 촬영감독님 옆에서 팔짱을 끼거나 팔뚝을 붙잡고 계속 같이 따라다니세요. 그 카메라의 앵글이 현욱 배우가 보고 있는 시선이기 때문에 그 시선을 똑같이 맞추기 위해서, 계속 카메라 감독님과 템포를 같이 하고, 뛸 땐 같이 뛰고 걸을 때는 같이 걷고 하셨어요. 아마 앞에서 작업하시는 분들께서도 아주 힘드셨겠지만, 현욱씨는 뒤에서 스태프들이 움직일 때 돌발상황에서도 같이 움직였어야 하는 게 많이 힘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롱테이크로 계속 찍다 보니까 박효주 배우님 애드립도 굉장히 많이 하셔야 했다고 하던데, 어떤 부분인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ㄴ 박효주 : 주어진 텍스트 대본은 있지만 사실 촬영을 하다 보니 비어있는 공간, 화면들이 매우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도 대사 안에만 갇혀서 그걸 주거니 받거니 하기에는 씬들이 너무 롱테이크다 보니까, 저희도 어느 순간부터는 카메라는 카메라대로 돌고 우리는 그 상황에서 집중할 방법을 찾게 되더라고요. 다른 촬영장에 가면 어떤 애드립을 잘 살려볼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더는 애드립이 저한테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촬영장 가서도 적응이 안 돼서 혼자 주절주절 거리다가, 감독님한테 애드립 좀 안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에피소드도 있어요.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는데요, 주로 연기를 하시는 분이 박효주 배우와 배성우 배우이신데,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배경이나, 어떤 이미지를 기대하고 캐스팅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ㄴ 이지승 감독 : 배성우 배우는 제가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제안했고, 성우씨가 어렵겠지만 "자신 있습니다"라는 대답으로 수락해줬던 거로 기억하고요, 제가 성우씨한테 이 제안을 했던 이유는 성우씨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을 동시에 가진 보물 같은 존재라고 생각을 하고, 이런 얼굴을 가진 배우는 없다고 단언하기 때문이에요. 같이 작업을 하게 돼서 너무 고마웠고 영광이었습니다. 제가 효주 씨한테 제안하면서 기대했던 건, 기존에 해오셨던 형사의 강인한 이미지와 애교 있고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동시에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었고요, 효주 씨가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캐스팅 제안을 했고, 영광스럽게도 두 분 다 참여를 해주셔서 고마운 작업을 했었던 것 같아요.

배우분들도 작품 제안받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한 마디씩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ㄴ 배성우 : 제 경우에는, 그냥 갑자기 커피 마시다가 대본도 안 주시고 이러이러한 이야기인데 어떠냐, 촬영을 이렇게 하려고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저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소재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깊이 생각 안 하고 결정했어요. 그리고 그 전에 전작을 같이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친했고요. 제가 너무 감사하죠.

사회자 : 감독님 전작 '공정사회'에서 주인공인 장영남 씨의 남편으로 잠깐 나오셨어요. 굉장히 못된 의사 선생님 역할이었는데 그때도 굉장히 매력적인 연기를 해주셨어요.

박효주 : 저도 '공정사회'라는 작품을 굉장히 인상 깊게 봐서 감독님이 굉장히 궁금했었고요. 전작으로 '공정사회'라는 작품을 연출하셨다고 해서 더 흥미로웠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굉장히 반가웠어요. 많이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시나리오 안에서 여자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사건에 들어가서 헤쳐나 가는 그 과정들이, 이전 작품들에서 주인공이 의존하는 인물 혹은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 정도로만 주어졌던 것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왔었고, 그래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메이킹 영상 기법을 이용해서 작업한다는 게 큰 매력으로 찾아왔었던 것 같아요.

캐스팅 이야기가 나와서 감독님께 한 가지 더 여쭤보자면, 어떻게 보면 주연 배우들보다 얼굴도 많이 안 나오지만,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고생을 많이 한 현욱 씨를 캐스팅하실 때는 어떠셨는지. 이렇게 말끔하게 잘생긴 분을 항상 카메라 뒤에 가려놓으신 거잖아요. 어떠셨나요?

ㄴ 이지승 감독 : 석훈역은 기본적으로 무조건 잘생긴 사람으로 하고 싶었어요. 사실 시나리오상에서는 석훈역의 얼굴이 거의 안 나왔어야 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는 촬영 감독과 어떻게 하면 이 배우의 존재감을 영화에서 많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욱 씨에게도 사석에서 농담 삼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영화는 얼굴이 많이 나오냐 안 나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번을 나오더라도 존재감 있게 나오는 것에 대해 나는 자신할 수 있다. 관객들의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을 한다”라고요. 활동은 많이 했는데 카메라에 많이 안 나오니까 섭섭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럴 필요 없고, 영화에서 우주 최고 미남이기 때문에 다 얻어가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감독님과 배우분들께 질문 드릴게요. 염전 노예 사건과 장기미제사건 중 어느 것이 가슴 속에 더 남으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박효주 배우는 진짜 기자처럼 보이시더라고요,(박효주- 감사합니다)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하고, 배성우 씨는 모자란 척하는 연기가 더 쉬우셨는지, 악역을 연기하는 게 더 쉬우셨는지, 현욱 씨는 잘생기셨는데 화면에 많이 안 나와서 아쉬운 점은 없으셨는지, 더 나오게 해달라고 감독님께 조르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ㄴ 이지승 감독 : 사실 민감한 소재였어요. 제가 2014년도 2월에 방송에서 그 사건에 대해 보고 그 사실에대해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영화 속에서도 그 말이 나오는데 21세기에 2014년, 15년, 16년도에 노예라니. 이런 단어적인 면에서 너무 충격을 받았고요, 두 번째로 충격을 받았던 거는 6~7개월 후에 이 사건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검색했는데 거기서 펼쳐진 상황에 대해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맨 마지막에 버나드 쇼의 명언을 넣었는데, 만약 우리가 사람에 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가질 수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에서 감독으로서 질문을 한번 던져보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에서 이 소재를 선택했던 마음이 있습니다.

박효주 : 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아까 말씀하시는데 제가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쳤는데요, 제가 원래 이런 자리는 많이 떨려 하지 않는데 오늘 아침에 너무 떨리더라고요. 왜 떨린 지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제가 기자님들 모시고 하는 시사회에 기자 역할로 나오더라고요. 아침부터 갑자기 너무 떨리고 영화 보는 내내 눈치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제가 가장 많이 긴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배역에 있어서는 그냥 아주 작은 것부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레퍼런스로 볼 수 있는 작품들,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 기자를 다루는 영화를 최대한 눈에 많이 익히려고 애썼고, 시사 프로그램을 볼 때도 예전에는 사건이나 내용을 봤다면 이번에는 그 속에서 기자님들이 마이크에 손을 놓는 행동,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질문을 유도할 때의 기자님들 각각의 성향들, 이런 것들을 많이 보고 이혜리 기자는 어떤 느낌일까 참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다큐멘터리를 많이 좋아해서 친구들과 많이 찍으러 다니기도 하고, 카메라 들고 사람들한테 인터뷰도 즐겨 했던 기억을 많이 되살렸어요.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배성우 : 네, 저는 정신이 약간 이상한 역이 확실히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제가 진짜 그런 사람도 아니고, 어디까지가 딱 정확한 선일까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상호로 나올 때는 촬영 스타일이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연기로 보이지 않고 더 사실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같은 여러 가지 고민이 있어서요. 그때 확실히 더 힘들긴 했던 것 같아요.

이현욱 : 저도 얼굴이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얼굴이 많이 나오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셔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나왔어요.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만지는 감독님들을 봤을 때 과묵하신 분들이 많던데 제가 영화 속에서 너무 말이 많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감독님께서 캐스팅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같이 촬영한 선배님들과도 너무 재미있게 지내서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노력하신 결과로, 직접 찍은 영상을 영화 속에서 보실 수 있어요. 감독님, 현욱 씨와 효주 씨가 직접 찍으신 부분이 어느 장면인가요?

ㄴ 이지승 감독 : 두 분은 일단 카메라 교육을 조금 받으셨고요, 현욱 씨가 했던 부분은 자동차에서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보고 있는 장면이에요. 사이드미러에서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박효주 씨를 찍고 전화가 오는 것까지 다 직접 찍으셨어요. 그렇게까지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롱테이크에 속하고요. 박효주 씨가 찍은 장면이 아주 긴 롱테이크인데요, 기억하시겠지만 담을 넘어 카메라를 직접 받아서 마당을 지나 방에 쓰러져 있는 배성우 씨를 치료하는 그 4분 정도의 오래 찍기를 직접 찍으신 거예요. 저희 촬영 감독이 박효주 씨가 훨씬 잘 찍는다고 계속 찍으면 안 되겠느냐고 농담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촬영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인데 그런 도전을 두 분께서 잘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사회자 : 저희가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매우 많은데요, 직접 카메라를 드시거나 연기를 하시는 것들, 그런 부분들이 다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다 세세하게 느껴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정판을 오늘 보신 거고요,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에게 영화 속에서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 독특한 방향이 느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섬에서 촬영했는데 갇힌 공간에서 촬영한 거라서 에피소드가 매우 많았을 것 같아요. 하나씩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ㄴ 이현욱 : 영화 속에서 제가 방에서 박효주 선배님께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있어요. 사실 저는 그때 촬영한 기억이 안 나요. 제가 그때 노로바이러스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었거든요. 그 장면이 얼굴도 나오고 대사도 많고, 감정 표현을 하기에도 가장 안성맞춤이었던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가장 많이 준비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이었는데 몸 상태 때문에 그랬는지 잘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감독님께서 그때 찍은 장면이 가장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사라진 사람들처럼 사라진 기억이 되었는데 그때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날씨도 추운데 선배님들도 다들 밤샘 촬영하셔서 제가 어리고 신인이고 열심히 해야 하는 처지이어서 티를 낼 수가 없잖아요. 그 장면을 찍고 다들 잘 나왔다고 환호를 하시더라고요. (웃음)

박효주 : 저는 편의점의 소중함을 알았던 것 같아요. 내 배를 24시간 채워주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실용적인 공간이었는지 느꼈어요. 영화 촬영은 일정한 시간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새벽 촬영도 있고, 아침 일찍 촬영도 있었는데 편의점이 없다 보니까 섬에서 지내는 내내 뭐가 필요할 때마다 찾으러 갈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스태프들과 맥주 한잔을 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공간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나름 도시라고 할 만한 다른 섬에 갔는데 편의점이 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다 같이 박수 쳤던 기억이 나요. 가끔 배성우 선배님과 이현욱 배우님이 가끔 서울에 다녀오면, 서울 여자들이 예뻐 보인다고 농담했던 것도 기억나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패스트푸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괜히 없으니까 피자도 먹고 싶고, 치킨도 먹고 싶어져서, 가끔 스태프 중에 장비 때문에 나가야 하는 분이 계시면 햄버거 사달라고 부탁해서 반씩 나눠 먹곤 했어요.

   
 
배성우 : 아니, 섬을 나가서 여자들이 예뻐 보인 건 아니고요, 섬에 연예인이 있는데요. 뭘(웃음) 그리고 섬에 개가 너무 많았는데요. 특히 영화 초반에 잠깐 나오는 개가 너무 잘생겼거든요. 남자다운 몸매에 감성적인 눈을 가진 개였어요. 오늘 영화를 보니까 얼굴이 안 나오고 근육질의 뒤태만 나와서 조금 아쉬웠어요. 섬에서 촬영할 때 조금 지저분한 개가 계속 촬영장에 돌아다니고 있었는데요, 불쌍해 보이니까 현욱 씨가 목욕도 시키고 털도 싹 깎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주인분이 뭍에 나갔다가 돌아오셔서 누가 내 개를 이렇게 만들어 놨냐고, 얌전히 있는 개를 스타일 바꿔놨냐고 하셔서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섬에 개가 매우 많은데, 그 개와 닮은 개들이 매우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그 개는 저희가 메이킹으로 담아놨어요. 안고 찍으신 메이킹이 있어서 보니까 정말로 잘생겼고요. 영화 속에서 걸어가다가 오줌 싸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오잖아요, 바로 그 강아지입니다. 이현욱 씨가 주변 동네에 있는 강아지들을 그렇게 다 깨끗하게 해놓으셨다면서요?

ㄴ 이현욱 : 섬에 미리 들어가서 감독님과 효주 선배님과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강아지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유독 따라다니는 강아지들이 있었어요. 만져보니까 털도 많이 엉켜있고 불쌍해서 펜션에 데려와서 목욕시키고 가위로 털을 자르다 보니까, 원래는 몸집이 정말 컸는데 아주 작은 강아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주인이 나타나서, 누가 내 강아지를 이렇게 만들어 놨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 섬에 관광객들이 가끔 와서 강아지를 유기하고 가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저는 당연히 주인이 없는 개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독님과 배우분들, 이 작품을 어떻게 봐주시면 좋겠다, 한 말씀씩 하시고 마무리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ㄴ 이지승 감독 : 이 영화 안에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들어 있어요. 사실 감독은 인권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저 스스로한테도, 스태프한테도, 나중에 관객들한테도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후 이전에 한 시간 동안 했던 인권 이야기가 아마 다 잊힐 것이다’라고 했어요.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에 정웅택이라는 사람이 누워서 “살려주세요”라고 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이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거든요.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어떤 자극적인 것들이나, 재미있는 것들에 빠져버리면 중요한 이야기는 다 없어져 버리고 그러한 것들만 남는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제 영화에 들어 있는 거죠. 그 이야기를 감독으로서 꼭 하고 싶었고요. 저 스스로한테도 질문을 던진 거죠.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가실 때 같이 본 친구, 동료, 지인분들께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면 더 행복한 삶을 가질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에서 부족하게나마 만든 영화였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효주 : 저한테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영화인 것 같고요, 가장 큰 부분에서는 다양함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이런 장르를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습니다. 하고 나니까 긴장도 되고 소통이 잘 되었나 라는 걱정도 되지만 거두절미하고 시도에 대한 것, 도전에 대한 것, 조금 편하지 않은 길을 가려는 부분을 예쁘게 봐주시고 좋은 기사 많이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배성우 : 저희 소재나 이야기 속에서 주제가 조금 혼재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그 방향을 잃지 않고 보셨으면 좋겠고 이 영화가 스릴러 구조를 띠고 있으니까 긴장감 잃지 않고 몰입해서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좋은 느낌도 받아가시고 재미있게 보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현욱 :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약 재미를 따지고 본다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이지만, 의미를 생각하고 보면 남다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영화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귀한 시간 내서 와주셨는데, 사실 제가 신인이어서 저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잖아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의 소재는 염전 노예사건이다. 실은 염전 노예사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대형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주목해보자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 안에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범인을 쫓는 느낌들도 담겨 있으므로 이야기 적으로도 흡입력이 있다. 영화는 다음 달 3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사진] 아담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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