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2일 오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안나'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냈다. 옥주현, 정선아, 이지훈, 민우혁, 서범석 등이 출연하며 오는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러시아 뮤지컬 중 전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이자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의 첫 번째 대작이라는 점에서 취재의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웠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하이라이트 시연 등을 위해 프레스콜 참석 예정이었던 배우 옥주현이 프레스콜 당일인 12일에 참석 불가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제작사인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오후 공연을 위한 컨디션 관리상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실제로 그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티켓을 '구매하는' 일반 관객들의 소중함을 강조했으며 그로 인한 자기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옥주현의 빈자리는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 정선아가 메꿨다. 그녀는 원래 옥주현과 절반가량 나눠서 소화할 예정이던 하이라이트를 모두 혼자서 소화하면서도 무리 없는 모습을 선보여 빼어난 기량을 증명했다.

또 타이틀롤을 맡은 두 사람 외에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자체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동유럽 뮤지컬과 함께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정도로 구분되던 뮤지컬들과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프레스콜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 알리나 체비크 연출

예를 들면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단순히 배경으로 무대미술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서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어울리는 인터랙티브한 면모가 매력적으로 드러났다. 오프닝씬이기도 한 '프롤로그'의 경우에는 강렬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격렬한 춤과 함께 '행복'을 외치는 아이러니한 매력을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배우 민우혁은 하이라이트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가 주목할만한 작품이 탄생됐다"라고 밝힌 뒤 "이렇게 멋진 작품에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팀,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최고의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영광을 갖게 돼 너무 행복하다. 관객들에게 이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이 왜 '안나 카레니나'인지 온전히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겠다."는 참여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배우 서범석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지금도 고민되는 게 '정중동'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무대에서는 관객에게 좀 더 친절하게 보이기 위해 큰 동작을 하고 감정표현을 많이 하는데 제가 맡은 '카레닌'이란 인물은 무척 정적이면서 내면에선 피가 끓는다. 모든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가지만, 표현하지 않고 누르는 인물이라 그게 표현될까 했다."라며 카레닌 역을 어떻게 관객에게 표현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 서범석은 겉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데 카레닌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용광로 같은 심리가 흘러서 계속 고민했다. 그걸 좁히기 위해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라며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작품으로 러시아인들의 정서가 내밀하게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정선아는 "사실 어느 나라나 사람 살아가는 것. 사람의 관계는 다 비슷한 거 같다."고 말하면서도 "저희가 조금 연습하며 힘들었던 건 관계다."라고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사랑에 대해 러시아 분들은 상당히 적극적이고 불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좀 더 소극적이고 여자가 가녀리고 얌전해야 한다면 연출님꼐서는 이런 불같은 감정을 모르시냐고 하셔서 저희는 그게 뭔가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연출님이 불같고 열정이 끓어오르는 걸 저희에게 표현해주시기 위해 지금까지도 많이 도움을 주셨다. 불타는 사랑을 무대에서 해달라고 많이 하셨는데 그 이야기만 들어도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뜨겁게 사랑하는지를 알 거 같았다. 그래서 연습 때 (감정)게이지를 올리는 것에 신경쓴 것 같다. 물론 작품의 방대한 분량을 축소시키며 점프업을 해야하는 것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연출님의 뜨거운 사랑. 직선적인 느낌을 저희들도 많이 담아서 무대에서 보여드리려고 했다."라며 우리나라와 다른 러시아 적극적인 감정을 표현하려 했음을 전했다.

배우 이지훈 역시 이러한 차이점을 두고 "단면적인 걸 말씀드리자면 한국 사람들 기본 정서가 서로 배려하고 겸손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를 대할 때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러시아는 그보다는 좀 더 저돌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우리는 인사를 해도 공손하게 한다면 러시아에선 고개만 끄떡하는 정도인데 그게 평상시 인사라더라. 그런데서 습관의 차이에서 느껴지는 생각의 차이를 바꾸는데 오래 걸렸고 작품이 발레를 기본으로 하기에 배우들이 서있는 자세에도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저희가 잘 모르고 무대에서 보이던 안 좋은 버릇들이 좋은 모습으로 바뀐 것 같다."라며 덧붙였다.

 

공연제작사인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김용관 프로듀서는 러시아 뮤지컬인 '안나 카레니나'가 한국 뮤지컬 시장 발전에 '버라이어티한 경험'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프랑스 뮤지컬인 '노트르담 드 파리'와 '태양의 서커스' 등 다른 회사에서 잘 하지 않는 독특한 시도를 이어온 제작사다운 발언이었다.

끝으로 김용관 프로듀서는 "여러 나라의 공연마다 장단점이 있다. 이미 수준이 많이 올라간 창작 뮤지컬이지만, 여러 시장에서 배우면 차후 마스트 엔터테인먼트가 창작 뮤지컬에 도전할 때 이런 경험이 그라운드가 될 것이다"라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단순히 하나의 공연보다는 차후에 의미를 더 가질 수 있기를 희망했다.

 

some@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