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느낄 틈조차 주지 않는 이탈리아의 인기 TV프로그램 '산레모 뮤직페스티벌'

 
[글] 문화뉴스아티스트에디터 문희선 
heesun.moon2015@mhns.co.kr
르네상스의 요람 피렌체에서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탈리아의 비밀을 '서바이벌 이탈리아'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이탈리아 통신원 문희선입니다. Buon giorno.

[문화뉴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내…지루할 틈 없이 모든 국민이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주관하는 나라 이탈리아는 연중 지역별로 크고 작은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열리는 국가 중 하나로 유명하다.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던,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가는 2월 중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지중해 기후에 익숙한 이탈리아인들은 추위를 피해 회사 일이나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바로 집으로 귀가하여 하는 일들 중 하나가 바로 TV방송 시청이다.

저녁 식사 시간이 시작될 무렵, 가족들과 함께, 또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피자를 시키거나, 집에 늘 준비되어있는 냉장고 속 와인 안줏거리를 꺼내어 TV 앞으로 모여든다. 그 이유는 바로 이탈리아 공영 방송국 Rai(라이)에서 5일간 서북부지역의 작은 항구 도시 'Sanremo(이하, 산레모)뮤직페스티벌'을 매일 저녁 생중계를 해주기 때문이다.

   
 

올해로 66회째를 맞는 '산레모 뮤직페스티벌'은 지금까지도 이탈리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중가요제로, 이미 오랫동안 사랑받는 기성 가수들의 신곡을 들을 수 있음과 동시에 재능있는 'New face'를 발굴해내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이자, 집에서 전화 투표를 통해 후보자들을 선택함으로써 페스티벌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가 있는 축제 중 하나다.

▲ '산레모 뮤직페스티벌' 역대 우승자들을 모두 모아 놓은 영상. 역사와 위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프로그램 중에서 '전국노래자랑+전성기적 슈퍼스타K' 형태로 볼 수 있겠다. 

최근 TV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스티벌 기간 내내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기사가 연일 화제가 됐다.

지난 2월 8일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의 작은 항구도시, 산레모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이번 페스티벌은 국민 MC Carlo Conti(카를로 콘티)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을 맡게 되었고, 그의 곁을 더 빛나게 해준 아름다운 두 명의 여배우와 멋진 남자 배우가 보조진행을 맡았으며, 풍성한 프로그램과 함께 축제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진행을 맡은 마달레나, 가브리엘, 비르지냐, 카를로

최근의 유럽 내 대도시 테러로 인해 한층 더 삼엄해진 경비에도 불구하고 올해 페스티벌은 국내외로부터 도착한 셀러브리티들과 함께 화제를 뿌리며 화려한 오프닝을 장식했다.

대회에 참여하는 참가자는 총 20명이며, 이들은 '구세대(일명, big 그룹)' 팀과 ;신세대'팀 두 팀으로 나누어져 팀 내 경합을 벌이며 중간 심사로 4명이 탈락된 후, 최종 우승자가 결정되는 그날까지 총 16명의 후보자가 경쟁하게 된다.

관련 업계 전문 기자들, 주최 측에서 선정한 심사의원들, 시청자들의 참여에 의한 전화투표의 결과들이 결승전에 반영되며, 최종 우승자의 노래는 음반사에 의해 앨범은 제작하게 되며, 그 다음해의 산레모가 시작될 때까지 이탈리아 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영예를 안게 된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 

   
 

대회 중간중간 다양한 게스트들과 공연들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축제 시작 이틀째 되는 날, 페스티벌 중계방송은 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지켜본 가운데 지난 10년간 '산레모 뮤직페스티벌'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La Repubblica(라리퍼블리카)'의 2월 12일 자 기사에 의하면, 축제 시작 후 두 번째 날 총 1740만 명의 시청자들이 49%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인구가 1월 기준으로 6천 65만 6천명이니 3.8명당 1명이 이 프로그램을 본 셈이다. 참고로 이날은 게스트로 초대된 니콜 키드먼과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Ezio Bosso(에지오 보쏘)의 출연이 최고 시청률 기록에 한몫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발렌타인데이 하루 전인 13일 저녁, 드디어 최종 우승자가 발표됐다. 올해의 우승자는 Big 팀에서 나왔는데, 이들은 볼로냐 출신의 그룹 Stadio(스타디오)가 올해의 우승자로 선정됐다.

▲ 66회 우승자 Stadio의 신곡 'Un giorno mi dirai'(언젠가, 나에게 말해주겠지)는 당장 거의 일 년간 이탈리아 전 지역의 라디오, TV방송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듣게 될 것이다.

페스티벌이 끝난 이후에도, 신문 기사나 SNS를 통해 올해의 페스티벌에 관련한 끊임없는 댓글은 이탈리아인들의 산레모 페스티벌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탈리아의 멋이 궁금하다면 지금 동영상 검색창에 'sanremo'를 입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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