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누구나 '나만 알고 싶은'이라는 수식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카스텐, 혁오 등의 인기 인디밴드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수식어인데 이 수식어의 원조격인 밴드가 바로 2005년 결성된 '몽니'다. '그대와 함께', '소나기' 등 밴드 인지도를 뛰어넘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노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탄한 음악성을 지닌 몽니는 또한 보컬인 김신의가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몽니의 특성을 잘 살린 공연이 바로 몽니 뮤직드라마 콘서트 2018 'Grown up(이하 그로운업)'이다.

'그로운업'은 김신의의 실제 첫사랑 경험담에서 기초한 뮤직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운 콘서트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음악을 기초로 해 새로운 이야기를 그 위에 얹어나간다면 '그로운업'은 본인의 음악에 본인의 이야기가 담겼기에 어지간한 주크박스 뮤지컬보다도 훨씬 더 음악과 드라마의 감정선이 자연스럽다.

'그로운업'은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출발해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을 거쳐 다시 소극장인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로 돌아왔다. 422석의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역시 풍성한 비주얼을 전했지만, 개인이 느끼는 첫사랑의 감정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이니만큼 소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자 드라마의 밀도가 높아졌다.

이 드라마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허규, 박한근, 문진아, 한수림 네 명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력 또한 소극장이기에 더 빛난다. 평범하게 밴드 공연이 열리는 무대 위에 배우들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선 의아함을 느낄 수 있지만, 본격적인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되자 의자와 소품 몇 가지가 놓여졌을 뿐인데 길거리도 되고, 슈퍼 앞도 되며, 버스 안도 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노래와 연기에 모두 능한 베테랑 배우 셋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한수림 역시 '한 남자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연기하기 어려울 수 있는 역할을 본인의 캐릭터로 잘 소화했다.

'그로운업'은 한 남자의 10여년에 걸친 사랑, 혹은 짝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평소 인디밴드, 뮤지컬 공연 등을 접하지 못한 남성 관객들이 봐도 좋을법한 공연이기에 공연 관객층의 분포도를 고려하면 '그로운업'이 지니는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물론 이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철저하게 한 남성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여성보다는 남성 관객이 더욱 공감하기 쉬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른바 '젠더 감수성'을 논할 정도로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 치우친 작품도 아니다. 창작집단 LAS의 이기쁨 연출과 각색에 참여한 이 작품은 공연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에게 여성 입장에서 이러한 드라마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의 여지 또한 제공한다.

'그로운업'은 오는 28일까지 홍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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