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플랫폼, ‘인디펍’ 민승원 대표 인터뷰
독립출판물 플랫폼, ‘인디펍’ 민승원 대표 인터뷰
  • 이우람
  • 승인 2018.01.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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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이우람 기자]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작은 동네책방이 늘어나고 있다. 동네책방의 증가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동네책방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인 출판사 대표와 동네책방 사장을 거쳐 독립출판물 플랫폼 ‘인디펍’을 설립한 민승원 대표를 만났다.

Q. 인디펍은 무엇인가?
A. 인디펍은 독립출판물 유통 플랫폼이다. 인디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립출판물 유통 구조를 알아야 한다. 독립출판물 유통은 크게 입고, 판매, 정산, 반품으로 이루어진다.

제작자는 동네책방에 각각 이메일로 입고 문의를 넣는다. 책방은 소개 자료를 보고 책의 입고 여부를 결정한다. 독립출판물이 늘어나는 만큼 책방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제작자는 책을 만들어도 동네책방에 진열하기조차 힘들다. 또한, 택배비 때문에 한 책방에 최소 다섯 부씩 보낸다. 동네책방은 책을 한 권만 받고 싶어도 최소 다섯 권은 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책방은 이와 반대의 상황에 처해있다. 책을 입고 받고 싶어도 제작자와 연락하기가 쉽지 않고, 연락이 된다하더라고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위탁이 아닌 현매로만 책을 입고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제작자는 책을 입고한 이후에 책의 재고·판매·반품현황을 알 수 없다. 책방마다 메일로 문의를 할 수는 있지만, 매번 메일로 책의 상황을 물어보는 건 제작자 입장에서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어련히 알아서 해주겠거니’하며 기다리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정산이다. 책방 운영자는 책이 판매되면 제작자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금액을 입금한다. 동네책방들은 바로 이 정산 업무에 굉장히 시달린다. 어떤 책이 팔렸는지, 누구에서 얼마를 보내줘야 하는지를 일일이 파악한 후 돈을 보낸다. 이체수수료 부담이 있고, 정산 업무가 과도하기 때문에 일부 책방에서는 입고된 책이 모두 팔리면 정산을 해주는 제도나, 2~3개월을 주기로 정산을 해주는 제도를 운영한다.

반품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폭탄이다. 서점업 특성상 들여오는 책은 대부분 위탁, 즉 외상 매입이다. 해당 책의 판매를 종료하거나 책방을 폐업할 경우 책을 제작자에게 반품해야 한다. 이때 반품 택배비는 대개 책방이 부담한다. 하지만 동네책방의 대부분은 임대료나 겨우 낼 정도이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는다고 책을 쉽게 반품하지 못한다. 심지어 폐업하는 책방 중 책을 반품하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Q. 인디펍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A. 제작자는 한 번에 많은 책을 인디펍 물류센터로 보낸다. 입고된 책은 ERP에 등록되고, 책방은 인디펍 쇼핑몰에서 도매가로 책을 들여올 수 있다.
(*ERP = 전사적 자원관리. 기업 내 통합정보시스템. 제작자는 ERP에서 재고·판매·반품현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제작자는 여기저기 입고 문의를 할 필요 없이 인디펍으로 책을 보내면 된다. 샘플도서를 증정할 필요도 없고, 입고 택배비를 부담할 필요도 없다. 또한 매월 전월의 판매분을 투명하게 정산 받을 수 있고, 도서의 재고·판매·반품현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책방은 인디펍에서 원하는 책을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들여올 수 있다. 위탁이 아닌 현매로 책을 매입하지만 12개월 이내에 인디펍에 반품할 수 있다. 이때 반품수수료가 부과되는데 과도한 반품을 막아 제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일본의 35북스 사례를 벤치마킹하였다.
(*35북스: 평균 22%의 서점 판매수익률을 35%로 늘리고, 미판매 도서 반품 시 정가의 35%를 반품 수수료로 부과하는 제도. 일명 ‘책임판매제’로 불린다.)

정산 업무는 완전히 사라진다. 인디펍이 판매 내역을 집계하여 한꺼번에 제작자에게 월 1회 정산한다. 책방은 책을 판매하기만 하면 된다.

반품 문제도 해결된다. 반품처가 인디펍 한 곳으로 일원화되기 때문에 여러 제작자의 책을 모아 한 번에 반품할 수 있다. 책의 유통 현황이 ERP에 등록되기 때문에 투명한 반품 관리가 가능하다.

Q. 인디펍을 시작한 이유는?
제작자는 유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책방은 본연의 업무인 북 큐레이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언제까지 불편한 입고, 불투명한 재고·판매·반품관리, 불합리한 정산관행을 독립출판물만의 매력이라며 포장할 수는 없다. 독립출판물 유통 환경도 변화가 필요하다. 인디펍이 이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우람 기자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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