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떠난 청춘들의 핀란드 여행. 4

 
[글] 아티스트에디터 메리청춘 pon310@mhns.co.kr 핀란드를 '공짜로' 여행했다. 학기 중에 떠나는 여행이 제일 재미있는 여행이며 남의 돈으로 떠나는 여행이 진짜배기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행복을 찾아 (남의 돈으로) 떠난 청춘들.

[문화뉴스] 첫눈이 내렸다.

사실 겨울 도시 헬싱키에서도 첫눈인지 알 길은 없으나 적어도 우리가 맞이하는 첫눈이었다.

당시 우리는 헬싱키 도시를 한 바퀴 걷고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카페를 찾던 참이었다. 야속하게도 소복이 쌓이는 눈이 아니라 진눈깨비에 가까워서 이내 옷깃이 젖기 시작했고 급하게 세계적 카페 체인의 한 매장에 방문했다.

카페 내 인터넷으로 정보를 확인하던 도중 서울에서도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동시에 눈을 맞이한다는 점이 묘했다. 비록 헬싱키의 눈은 머지않아 비가 되었지만. 커피를 마시며 창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었다.

   
▲ 사람구경과 함께 즐기는 여유

잠시 쉬기 위해 들어간 카페에서 우리는 세 시간을 보냈다.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시내에 다녀 피로가 쌓인 탓이었다. 또한, 커다란 창밖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훌륭한 킬링타임 수단이었다.

   
▲ 암석 교회에서 발견한 자연채광 건축

가만히 바라보던 동해 형은 "핀란드 사람이라고 해서 안 바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지만 당시에는 귓속 깊이 들어왔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핀란드 인은 여유와 행복과 훌륭한 복지 안에서 살아가는 대상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늘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여기듯이 말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헬싱키든 서울이든 각자의 일이 있기 마련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둘 다 때로는 바빠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핀란드와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두 나라에서, 평균적인 행복지수와 삶의 만족도는 꽤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새 커피를 주문한 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서울의 첫 눈 소식을 듣다

동해 형은 우리가 지나온 자연채광 건축을 예로 들며, "작은 것에 감사하며 그것을 '잘 활용하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추위와 이른 밤으로 빛이 모자란 곳에서 불평에 앞서서 자연 채광 건축을 통해 훌륭하게 빛을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의견에 우리 모두 동의했다.

흥미로웠던 카페 토론 이후, 같은 건물에 위치한 '아카데미아 서점'에 방문했다. 북유럽 최대 서점이라고 들었는데 사실 규모에 있어 압도적인 것은 국내 대형 서점이다. 다만, 아카데미아 서점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책장 사이에 놓인 푹신한 소파였다. 소파에서는 노인들이 골똘히 독서를 즐기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내 기억에 국내 서점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 헬싱키의 노인들은 여가를 이곳에서 보내는 듯했다. 북적이는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서점에서 추위를 피해 따스하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독서에 전념하는 여유. 보기 좋았다.

   
▲ 아카데미아 서점

서점을 나오니 밖은 어두웠다. 20시에 예정된 로바니에미행 야간열차는 입실까지 두 시간이나 남은 상태였기에 중앙역 근처에 위치한 아테네움 아트 뮤지엄의 브레송 기획전을 관람했다. 인도, 중국, 미국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서민의 일상성을 포착한 프랑스의 사진작가 브레송. 때로는 적나라한 인간의 단면을, 때로는 하염없이 담백한 삶의 순간을 담은 그의 작품을 보며 우리의 남은 여행길 역시 의미 있게 보내자고 생각했다.

   
▲ 캄피 고요의 교회에서 만난 자연 채광

먼 나라에 와서 웃고 떠들고 명소를 방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하나라도 우리의 내면 다지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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