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8강행 '쾌거'

▲ 조코비치를 꺾으며,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첫 메이저 8강에 성공한 정현. 사진제공=대한테니스협회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이제 그가 가는 길은 대한민국 테니스의 새로운 전설로 남게 됐다. 대한민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 정현(22, 한국체육대)이 호주 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본인이 평소 롤모델로 삼았던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를 제압하며,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올랐다. 특히, 매 세트마다 접전을 이어가면서도 3-0(7-6<4>, 7-5, 7-6<3>), 무실세트 승리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였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두 이의 승부는 세계랭킹 차이(조코비치 14위, 정현 58위)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앞선 32강전에서 정현이 세계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3-2 역전승을 거두기는 했어도 그 기세가 조코비치라는 벽 앞에 막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두 이는 2016년 호주 오픈 1회전에서 처음 만나 조코비치가 무실세트 승리(3-0)를 거둔 경험이 있었다. 한때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며,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12번 정상에 올랐던 조코비치는 2016 시즌 프랑스 오픈 우승에 성공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조코비치의 몸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점이 변수라면 변수였다. 그리고 그 변수는 생각 외로 꽤 크게 정현에게 호재로 작용됐다.

1세트부터 접전이었다. 정현이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1세트를 7-6<4>으로 따냈지만, 사실 조코비치가 가져갔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조코비치가 0-4까지 뒤진 경기를 6-5로 역전시키다가 1세트를 내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1세트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 때문인지, 좀처럼 범하지 않는 더블폴트까지 기록했다. 결국 조코비치는 1세트 종료 후 응급처치를 받았고, 2세트마저 정현이 7-5로 가져가자 메디컬 타임을 요청, 몸을 추스르기도 했다.

세트스코어 2-0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정현은 3세트에서 조코비치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잠시 흔들리는 듯 했지만, 타이브레이크 막판 랠리 싸움에서 끝내 승리하며, 기나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년 전 자신의 롤 모델에게 당한 0-3 패배를 완벽하게 갚아 준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호주 오픈에서는 주요 우승 후보들이 16강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정현과 8강에서 만나게 될 테니스 샌드그렌(26, 미국) 역시 16강에서 세계랭킹 5위 도미니크 티엠(24, 오스트리아)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기 때문. 그리고 그의 세계랭킹은 정현의 58위에도 한참 못 미치는 97위에 랭크되어 있다. 32강전에서 정현에 패한 세계랭킹 4위 즈베레프 역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다만,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과 2위 로저 페더러는 여전히 우승권을 노리고 있다.

만약에 정현이 샌드그렌에 승리하고 준결승에 오르면, 또 다른 전설 페더러와 맞불을 가능성이 크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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