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레드북'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비록 수상은 없었지만 빛나는 작품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7시부터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2016년 12월 1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국내에서 개막해 14회 이상 유료 공연한 작품 중 국내프로덕션으로 제작한 공연을 대상으로 열리며, 전문 투표단 100명과 매니아 투표단 100명의 의견을 모아 선정한다. 시상은 총 18개 부문(대상, 작품상, 소극장뮤지컬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신인상, 앙상블상, 극본/작사상, 작곡상, 안무상, 연출상, 무대예술상, 프로듀서상, 공로상, 특별상(올해의 스태프상))에 총상금은 8천여만원이다. 후보작은 총 72작품이 출품했고, 그 중 온라인으로 각 부문 1인 2후보자/작을 투표해 다득표순으로 순위를 선정 및 발표했다.

뮤지컬 '타이타닉', '빌리 엘리어트', '록키호러쇼', '영웅', '헤드윅' 등이 화려한 축하무대를 수놓은 가운데 이번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 '레드북'을 살펴보자.

뮤지컬 '레드북'은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엉뚱하지만 당당한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청년 브라운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다. '2016 공연예술 창작 산실 우수 신작' 선정작으로, 지난 2017년 1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가진 성공적인 초연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뮤지컬 '레드북'은 기존 작품에서 공식처럼 제시된 서사들을 비틀었다. 여주인공 '안나'는 사회적 지위나 명성 없이도 무척 당당하며 자신에게 닥친 위협을 스스로 극복할 줄 아는 행동력까지 갖췄다. 반면 남자주인공 '브라운'은 그 흔한 이름처럼 고지식하고 고정관념에 갇힌, 그러면서도 러블리한 매력을 갖춘 채 여주인공보다 수동적인 역할을 맡았다. 초연에 참여한 유리아, 박은석, 지현준, 김국희 등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인생캐'를 얻으며 관객들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전했다.

이번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도 총 9개부문(대상, 작품상, 여자주연상, 여자조연상, 남자조연상, 극본/작사상, 작곡상, 연출상, 프로듀서상)에 후보를 올리며 창작뮤지컬의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뮤지컬 '레드북'은 아쉽게도 하나의 상도 받지 못했다. 소극장 뮤지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소극장 뮤지컬상, 여우주연상, 프로듀서상, 작곡상, 극본/작사상, 연출상까지 받으며 환상적인 하루를 보낸 것과 달리 '벤허'에 이어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된 작품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레드북'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창작산실' 우수신작으로 단 2주간의 공연을 올렸던 작품으로 오히려 이렇게까지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것은 올해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는 공연계에 기존에 제시된 키워드인 '여풍'을 넘어 소수자를 지나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서가 등장하는 작품인 '헤드윅'과 '킹키부츠'의 축하공연에 이어 엔딩을 B급문화의 상징인 '록키호러쇼'가 꾸민 것을 봐도 그렇다. 여기에 여성의 욕망, 성장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뮤지컬 '레드북'이 9개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뮤지컬 '레드북'은 현재 오는 2월 6일부터 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아이비, 이상이, 원종환 등 새로운 캐스트를 추가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2018년 본공연에 들어서며 티켓 가격, 포스터 등을 통해 관객들의 아쉬움이 제시된 상황이다. 뮤지컬 '레드북'이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 이어 이번 본 공연까지 미완의 아쉬움을 남길 것인지, 이런 어려움을 뛰어넘고 매력적인 공연으로 다시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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