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이들은 그저 평범한 삶을 원했습니다."

1930년대 최초로 여성들에게 투표 권한을 준 나라 중 하나이지만, 그 반대로 여성이 하는 모든 행동이 성적인 행위로 치부되고 여성들의 활동이 제한되고 무언가 금기시되는 터키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개봉합니다.

터키의 한 외딴 마을에서 평화롭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다섯 자매가 있습니다. 달콤한 첫사랑을 하는 첫째 '소냐'(일라이다 아크도간), 특유의 우직하고 묵묵한 성격을 지닌 둘째 '셀마'(툭바 선구로글루), 소녀 감성이 넘치는 셋째 '에체'(에릿 이스캔), 착하고 순종적인 넷째 '누르'(도가 제이넵 도구슬루), 다혈질이지만 정이 많고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막내 '랄리'(구네스 센소이)가 이들이죠. 자매들은 비록 부모가 없지만, 할머니와 삼촌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바닷가에서 남자아이들과 함께 물장난한 것이 구설에 오르게 됩니다. "함부로 남자아이 무등에 올라 아랫도리를 비볐다"는 이웃 주민의 제보가 온 것이었죠. 그 이후 자매들은 외출 금지와 함께 홈스쿨, 심지어 순결 검사, 신부 수업, 그리고 첫째부터 순서대로 이어지는 혼담을 통해 강제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폭력 아닌 폭력으로 응징당하는 인권의 모습을 막내인 '랄리'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죠. 갑작스러운 결혼은 자매들의 생이별이자, 소녀들에겐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평원에 사는 야생마 '무스탕'처럼 다섯 자매의 활기찬 여름 이야기는 웃음과 활기도 선사합니다. '무스탕'은 원래 길러진 말이 야생화된 것인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도 일부는 현실에 순응하지만, 일부는 현실에 저항합니다.

그러면서 '무스탕'은 실제 축구 장면을 보여줍니다. 바로 2011년 터키 페네르바체의 '금남' 축구 경기인데요. 열혈 관중의 난동으로 인해, 페네르바체의 홈구장 수쿠루 사라코글루 스타디움엔 남성의 경기장 출입을 한 경기 제한하고 여성과 12세 이하의 어린이만 입장하게 했습니다. 영화상에도 이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는데요. 여성들이 장악한 축구의 날은 명장면으로 탄생하며, 영화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부각합니다.

코믹 드라마에서 반전 스릴러로, 여기에 잔잔한 성장 드라마를 오간 이야기는 데니즈 겜즈 에르구벤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는데요. 에르구벤 감독은 1978년 터키 앙카라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터키, 미국을 오가며 성장했습니다. 2006년 단편 '물 한 방울'로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되어 상영됐고, 이번 작품으로 본격적인 장편 감독에 데뷔하게 됐는데요. 

이번 작품을 통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유로파 시네마 레이블상, 제41회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데뷔작품상 포함 4관왕,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촬영 당시 에르구벤 감독은 임신 중이었는데요. 감독은 당시 촬영 강행군에 대해 기적의 연속이었다고 밝힌 바 있죠. 또한,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재들로 인해 진정성도 느껴집니다.

여기에 놀라운 점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예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부분인데요. 캐스팅 후 연기 연출에 앞서 사전에 문제 될 부분이 많아, 배우의 부모에게 역할에 대해 세세하게 항목이 나열된 서류를 먼저 작성해 공유했다고 합니다. 러브씬,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좌절하는 연기 등을 한다는 내용을 정리해 미리 논의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배우, 부모 모두 제작진을 믿고 따라주어 기성 배우들보다 더욱 완벽한 연기를 소화해낼 수 있었죠. 이들의 연기는 17일에 만날 수 있습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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