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의 보물, 두 정현의 동반성장 바라며

▲ 야구의 정현(사진 좌)과 테니스의 정현(사진 우)은 한국 스포츠의 자산이면서도 수원/아시안게임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라코스테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박찬호와 박찬호, 김민수와 김민수, 이승엽과 이승엽, 이동훈과 이동훈. 얼핏 보면, 서로 같은 이름을 두 번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이들은 이름이 같은 서로 다른 야구 선수들이다. LA 다저스를 시작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코리언 특급 박찬호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리고 장충고 졸업 이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내야수 박찬호도 있다. 둘은 나이 차이만큼이나 포지션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전혀 다른 야구인들이다. 김민수도 네 명이나 있다. 청원고-성균관대를 거쳐 kt wiz에 입단한 투수 김민수, 상원고-영남대를 거쳐 한화에 지명된 후 고향팀 삼성으로 돌아간 포수 김민수, 제물포고 졸업 이후 롯데에 지명을 받은 장타력의 소유자 김민수, 부산고 졸업 이후 NC에 지명을 받은 재간둥이 스타일의 김민수 등이 있다. '라이언 킹' 이승엽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두산에서 뛰었던 타자 이승엽도 있으며, 같은 상원고 출신으로 삼성과 한화에 입단한 두 명의 외야수 이동훈도 있다.

이러한 동명이인(同名異人)의 존재는 프로야구를 보다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는 또 다른 스포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40년을 바라보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동명이인 투-타 대결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또한, 분야가 다른 두 명의 스타가 야구장에서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2015 신인지명회의에서 NC 다이노스가 1라운드로 울산공고 좌완 투수 구창모(21)를 지명한 이후 '희나리'로 유명한 가수 구창모(64)씨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아들뻘 되는 선수와 만남을 가진 일화는 꽤 유명하다. 평창 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세계랭킹 1위 윤성빈과 롯데 와일드씽 유망주 윤성빈도 이번 시즌에 좋은 만남을 갖게 되는 일도 꿈꿔봄 직하다.

테니스의 왕자 정현, kt의 미래 정현,
서로 웃으며 아시안게임에서 조우하기를!

이렇듯, 종목이 서로 다른 분야에서 1류로 활약하고 있는 동명이인 선수들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포츠 팬들에게 적지 않은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호주 오픈 테니스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남자 단식 8강에 오른 정현(22)과 kt wiz의 현재이자 미래인 유격수 정현(24) 역시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만한 재주를 지닌 동명이인 스타들이다.

먼저 이름을 알린 것은 야구의 정현이었다. 부산고 1학년 때부터 즉각 실전에 투입되면서 두각을 나타냈던 정현은 청소년 대표팀에도 선발되면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경험이 있었다. 공-수-주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였던 탓에 플레이 스타일이 알렉스 로드리게즈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삼성 역시 2013 신인지명회의에서 그를 1라운드로 지명하면서 큰 기대를 품기도 했다. 이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하여 kt로 이적해야 했지만, 2015년을 앞두고 상무 입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면 삼성 역시 보호선수 명단을 다시 짜야 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상무 전역 이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풀타임을 소화한 정현은 단숨에 잠재력을 뿜어내면서 124 경기에 출장, 타율 0.300, 105안타, 6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이에 선동열 감독도 동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23세 이하)에서 그를 부르며 두 번째 태극 마크를 선사하기도 했다. 부산고 시절, 정현을 지도했던 차정환 경상중 감독은 "보통 악바리가 아니다. 설령 해외로 진출한다 해도 절대 빈 손으로 돌아 올 친구가 아니다. 하다 못해 언어 하나만이라도 꿰차고 올 녀석이다."라며, 그의 강한 승부욕에 큰 점수를 준 바 있다.

▲ 부산고 시절의 정현. 이 당시부터 알렉스 로드리게즈 스타일의 선수라고 평가를 받았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리고 이번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경기에서 가장 핫(Hot)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정현(22) 역시 테니스 신동이라 불리며 될성 부른 나무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각종 주니어 대회 우승, 그리고 윔블던 주니어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준우승 등의 성과는 그의 가치를 높여 주는 지표가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임용규(27)와 한 조를 이루어 치른 인천 아시안 게임 남자 테니스 복식에서는 결승에서 인도의 미네니 사케스-사남 싱 조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꺾으면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먼저 이름을 알린 것은 야구의 정현이었지만, A매치격인 성인 대회에서 금메달을 먼저 획득한 것은 테니스의 정현이었던 셈이다.

현재 호주 오픈에 참가 중인 정현은 32강전에서 세계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꺾은 데 이어 16강전에서도 전(前) 세계 랭킹 1위(현재 14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제압했다. 8강전마저 넘어설 경우 준결승전에서는 또 다른 전설, 세계랭킹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재미있는 것은 두 이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동시에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테니스의 정현이 이미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복식 우승을 경험한 바 있고, 야구의 정현도 지난해 아시아 프로야구 국가대항전(23세 이하)에 참가하여 선동렬 호(號)에 탑승한 바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안게임 참가가 유력하다. 한국 스포츠의 재산이기도 한 동명이인의 정현이 수원야구장과 아시안게임에서 동시에 만나는 장면이 꼭 그려지기를 기원해 본다. 공교롭게도 테니스의 정현은 수원이 고향이며, 그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 wiz에는 유격수 정현이 버티고 있다. 따라서 만남의 기회를 잡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지 않나 싶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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