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4일 오전 서계동 국립극장 소극장 판에서 국립극단 이성열 신임 예술감독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이성열 예술감독과 소극장 판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윤한솔 연출가가 참석해 국립극단 운영방향 및 2018년 작품 소개, 질의응답 등을 진행했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지난 2017년 11월 10일자에 임명장을 받았으나 여러 가지 준비로 지금에서야 기자간담회를 가진다며 두 가지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첫 번째는 '연극은 빵'이란 이야기를 하며 "문화, 연극은 빵과 같이 필수적인 것"이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연극인들은 그런 '문화를 만드는 제빵사'이며 국립극단은 그 중에서 가장 큰 빵공장이라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로는 '연극은 거울이다'라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연극은 자연에 거울을 비춘 거라고 했는데 제 생각도 같다.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가감없이 비추는 거야말로 연극이 수행해야할 임무나 목적이라 본다. 어떠한 경향이나 이념에 의한 편향 없이 자연에 거울을 들이대듯이 역사, 사회, 인간을 그대로 비추는 것이 연극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라 목적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극단은 우리시대의 이야기들, 문제점, 현재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의 국립극단 운영 방향을 밝혔다.

▲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블랙리스트를 언급했다.

'성찰과 개혁, 그리고 동시대적 연극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발표 자료와 함께 그는 "지난 몇년, 길게 10년을 생각하면 문화계는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피해자기도 했다. 연극이 아무래도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장르기도 하니까 예술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로서, 억압받는 대상이 됐다. 한국 연극계는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로 새해를 맞았다. 작년 연말에 주최한 한국연극인 대상 심사 총평에서도 나왔는데 한국 연극 전체가 어떤 피해를 입어서 지금 몹시 상처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빨리 회복해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라며 "전체에 대한 치유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개혁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테두리 안에서 국립극장도 나름의 성찰과 개혁이 필요해보인다."라고 발표 자료의 제목이 뜻하는 바를 전했다.

이 감독은 "저희가 그동안 아시다시피 일련의 사태를 통해 의도치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칠 건 고치고 반성할 건 반성하고 두 분의 예술감독님 거치며 이어받은 좋은 점을 수용하고, 한편으론 고쳐가는 '온고'와 '지신'의 입장으로 극단을 성찰 개혁하겠다. 우리 연극은 그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거고 결국 그 동시대적 고민을 담아내는 걸 큰 목적으로 생각한다. 저희 국립극단도 제 임기 동안에는 동시대적 연극을 담아내는 걸 가장 큰 목적으로 본다."라며 어떻게 '동시대적 연극'을 향해갈지 큰 틀을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창작극"이라며 국립극단의 2018년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2018년의 국립극단은 동시대적 연극, 창작 신작 중심을 통해 현장 간담회를 확대하는 등 한국 연극계와 소통하는 국립극단이 될 전망이다.

세 개의 극장(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을 체계적으로 분화해 명동예술극장은 중장년 관객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레퍼토리 극장을 목표로 한다.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작가 중심의 창작 극장으로 개편한다. 중견작가의 신작을 창작 신작으로 내보이며 국립극장의 '빨간색'에서 모티브를 딴 온라인 '빨간 우체통'을 만들어 상시로 젊은 극작가들의 신작을 접수, 우체국장 조만수 교수가 검토, 진행해 수시로 낭독공연 '작가의 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극장 판은 연출 중심의 실험 극장으로 판 예술감독과 연출가들이 모여 '연출의 판'을 진행한다. 젊은 연출가들과 공동의 테마를 모으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작품을 개발해서 워크샵 등 완성되기 전 단계의 실험적인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것이 젊은 연출가전까지 이어진다는 구상이다.

다음으로는 1명의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3개 극장의 극장장, 전체 작품의 예술감독 등을 모두 맡는 과부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분권을 위한 제도 변경 및 제도 내에서의 변화를 줄 전망이다.

판 소극장에는 별도의 판 예술감독을 선임한다. '작품개발실' 소속 작품개발실장이란 이름으로 국립극단 내 드라마터그를 둬 교육, 출판, 학술 등 다양한 일이 진행된다. '3월의 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레퍼토리 작품도 지속적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국립극단 시즌단원제를 개편한다. 기존의 시즌단원제가 30세-50세 사이의 단원 20명을 근로계약조건상 1년마다 재계약하고 1/3 가량교체하며 운영됐던 것을 하한선 없이 45세까지로 변경하고 계약기간 역시 단원들에게 일괄적으로 2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한다.

국내 유일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경우 창작연구 파트에서 '청소년x예술가'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예술가의 만남을 추진하고 '새로운 이야기' 프로그램 청소년극을 공모하고 낭독공연을 연다. 배우 1명이 진행하는 '작은 극장 큰 배우'는 특별한 한 공간이 아닌 여러 곳을 이동하며 진행하는 이동 공연 워크숍을 목표로 한다.

 

공연제작 역시 활발하다. 신작 연극 '사물함'(4월 20일~5월 6일)과 레퍼토리 작품 '죽고 싶지 않아'(6월 15일~7월 1일), 한국, 영국 양국의 배우들이 함께 참여해 2개 국어로 공연하고 양국에서 모두 공연하는 '오렌지 북극곰'(10월 11일~21일)이 올라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국립극단 전체로는 레퍼토리 작품으로 '3월의 눈'(2월 7일~3월 11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9월 5일~10월 1일)과 함께 한인디아스포라전 작품이었던 '가지'(2월 21일~3월 18일)가 올라간다. 

창작 신작으로는 '작가의 방' 개발 신작인 '얼굴도둑'(5월 11일~6월 3일), 오세혁 작가 신작인 '전시의 공무원'(10월 17일~11월 12일), 부새롬 연출이 준비 중인 '2센치 낮은 계단(가제)'(5월 30일~6월 18일)이 있다.

세계 명작으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성'(3월 23일~4월 15일)을 이미경 작가가 각색하고 구태환 연출이 맡는다. 박근형 연출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5월 18일~6월 10일)를 각색하고 연출한다.

2대 예술감독인 김윤철 감독이 4년 동안 8개 작품을 올린 근현대극 역시 계속 이어진다. 이 감독은 "3년동안 6개 작품 정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기존에 1950~60년대 정도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선정했던 것에서 벗어나 '근현대극 작품 선정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회의해서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해방 근처까지의 작품들로 선정하기로 정했다. 올해 선정된 두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기록상 최초로 공연(1921년)된 작품인 윤백남 작가의 '운명'(9월 8일~30일)을 김낙형 연출이 맡고 월북 작가 송영의 유쾌한 시대풍자극인 '호신술'(12월 5일~24일)을 윤한솔 연출이 맡는다.

이외에도 손진책 연출의 '심청가'(4월 25일~5월 6일), 김수희 연출의 '말뫼의 눈물'(4월 5일~22일), 김정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손님들'(6월 26일~7월 15일), 고선웅 연출의 '흥보씨'(7월 13일~22일), 최용훈 연출과 윤미현 작가의 '텍사스 고모'(11월 2일~25일), 김재엽 연출의 '록앤롤 Rock 'N' Roll'(11월 29일~12월 25일) 등이 올라갈 예정이다.

▲ 윤한솔 소극장 판 예술감독

끝으로 소극장 판 예술감독이 된 극단 그린피그의 윤한솔 연출은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작가의 방'이 있다면 '연출의 판'은 연출가에게 그런 것과 유사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을 주고자 한다. 4명 정도 선정해서 개인이 천착해온 연출미학이 국립극단이 매년 제시하는 주제와 만나서 정해진 시간까지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공간의 압박 '없이' 또 집단적 개인적으로 작품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다."라고 '연출의 판'이 가지는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국립극단 선언문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첫해는 국립극단이 과연 어떤 위치를 찾아야할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볼 생각이다. 방법은 그 선언에 대한 토론부터 시작한다. 어떤 의미고 어떻게 지켜지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선 저희가 그동안 생각해온 '국립', '연극', '극단' 등의 개념을 상대화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부터 의심하고 타파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연극인, 나아가 국민 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그동안 있던 차별과 불법을 묵인하고 허영해 온 스스로를 비판하는 것부터 소극장 판을 시작해보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연출의 판'은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네 명의 연출가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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