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불쾌하지만 인정해. 넌 매력 있어!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알랭드 보통 '불안')

'지금'을 사는 현대인들은 불안하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만들어낸 불안한 감정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에 대한 불안감이다. 영화 '블루재스민'은 이러한 현대인의 불안을 잘 묘사한다. 부자 남편과 이혼한 후 모든 걸 잃어버린 재스민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이 그동안 무시했던 부류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과시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세상에 대한 자신의 불안이 만들어낸 허상이었고, 이를 통해 재스민은 더 초라해진다. 우리도 그렇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만나고, 사랑하게 되지만 과연 이 사람이 맞는지, 그 사람의 마음도 나와 같은지 궁금하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이 스스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확인을 받아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나의 감정을 평가받고 인정받고 싶어, 그들에게 '그린라이트'를 요청한다.

   
 

'마녀사냥'은 현대인의 불안과 관음증을 제대로 잘 이용하고 있다. 사랑에 목마른, 그래서 상대방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우리는 그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묘사한 사연을 보내고, 스튜디오 안의 그들은 과장되지만 웃음 포인트가 확실한 연기로 사연을 재연하고 그 상황을 평가한다. 그러면 그걸 지켜보는 대중은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쾌감을 느끼고 그것을 가십거리로 만들며 즐거워한다.

프로그램의 의도와 내용은 상당히 불쾌하다.

   
 

그러나 '마녀사냥'은 꽤나 신선한 시선과 접근방식으로 타인의 연애를 대중문화의 소재로 편입시키는데 대성공했다.

얄.밉.지.만.재.밌.다.

뭔가 불쾌하지만 계속 궁금하고 보고싶다. '마녀사냥'에 나오는 사연들은 비록 그들에 의해 우스꽝스럽게 과장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나도 느껴보고 고민해봤을 상황이므로 우리는 겉으로는 사연 속의 그들을 보며 웃지만 속으로는 그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대학 새내기 때 눈만 몇 번 마주쳐도 날 좋아하나 생각하게 한 대학선배, 나에게 유독 친절했던 여자 동기, 나는 아주 좋은데 마음이 슬슬 식어가고 있는 것 같은 남자친구 등등. 분명 그들은 우리의 삶 속에 한 번쯤 존재했던 인물이었다.

이처럼 '마녀사냥'은 정말 얄밉지만 똑똑한 프로그램이다. 이렇기만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녀사냥'에는 대중을 끌어들이는 한방이 있다. 그린라이트를 켰다가 껐다가 하는 그들은 말한다.

분명 이 상황은 그린라이트를 꺼야하지만, 당신이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린라이트를 끄지 않겠다고. 당신은 당신에게 찾아온 설렘에 혼란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기억해야한다. 당신은 그 설렘과 혼란스러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삶의 주인공이라는 걸..(2편에서 계속) 

   
 

[글] 아띠에떠 원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을지로 Oneway 티켓으로 인해 조금은 어렵고 즐거운 서울살이 경험 중. 일코 해제 후 실천하는 청춘이 되려고 노력 중인 24시간이 모자라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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