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왼쪽부터) 가성현(보컬, 기타), 장용호(기타), 김학겸(베이스), 유진상(드럼).

음악적으로 훌륭한 곡도 좋지만, 그런 곡들이 모여 만들어진 앨범은 리스너들에게 큰 선물이다. 주로 디지털 싱글만을 만나볼 수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한 앨범을 트랙 순서대로 찬찬히 들으며 앨범 전체의 메시지를 느끼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월 발매된 오오오(O.O.O.)의 EP 앨범 '홈(HOME)'은 아주 뚜렷한 앨범이다. 무심코 흘려들어도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선이 느껴진다. 다시 한 번 들으면 곡마다의 다채로운 연주와 흥미로운 전개가 눈에 띈다. 이렇게 꼼꼼하면서도 명확한 음반이 실은 각자 마음대로 연주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네 개의 색채가 어우러져 자신만의 음악을 펼쳐내는 밴드 오오오(O.O.O.)를 만났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용호: 오오오에서 기타 치는 장용호다. 게으르며 팀에서 여유로움을 맡고 있다. 농구를 좋아한다.

ㄴ성현: 노래하고 가사 쓰고 잡무도 맡은 가성현이다. IQ 164의 소유자로, 멘사 회원이기도 하다. 항상 의욕이 앞서있는 사람이라 멤버들에게 일정이나 계획을 일단 질러놓고 보는 편이다.

ㄴ학겸: 베이스 치는 김학겸이다. 다른 사람을 재밌게 하려고 하며, 실제로도 재밌게 해주는 분위기메이커다. 아프리카 TV에서 '학교미’라는 BJ로도 활동했다. 그리고 SNS에서 소통 왕을 맡고 있다.

ㄴ진상: 드럼을 맡은 유진상이다. 사람을 잘 안 믿는다(웃음). 그리고 네 명 중에서 제일 부지런하다. 집에 가만히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항상 밖에 나와서 뭔가를 하는 편이다.

모든 것이 다른 네 사람이라고 들었다.
ㄴ성현: 성격에서부터 가치관, 취향, 혈액형까지 다 다르다. 공통된 주제가 밴드밖에 없다.

ㄴ용호: 그래서 일로만 만나고 있다(웃음).

ㄴ학겸: 물론 사이는 좋다(웃음).

단독공연 매진, K인디차트 최다 음반 판매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ㄴ성현: 인기를 실감할 정도는 아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스스로 만족하고 합주하면서 신이 나는 정도다. 그런 반응이 표면으로 와 닿았던 건 얼마 전 학겸과 진상이 다른 밴드에서 세션으로 연주를 했을 때다. 둘을 소개할 때 관객들이 오오오를 알고 좋아해 주셔서 신기했다.

   
 

각자의 취향이 궁금하다.
ㄴ진상: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음악은 알라바마 쉐이크스(Alabama Shakes)를 주로 듣는다. 흑인음악도 좋아한다.

ㄴ학겸: 나는 베이시스트지만 음악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그래서 음악도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음악보다는 라디오 헤드(Radiohead)처럼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호한다. 공포게임도 좋아한다. 최근엔 지하 작업실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라이브 프롬 베이스먼트(Live From Basement)' 영상을 자주 찾아보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

ㄴ성현: 음주를 좋아한다. 음악은 가리지 않고 신보가 나오면 다 들어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유영진, 디오의 'Tell Me What Is Love'를 재밌게 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뮤지션들의 음악도 좋아한다. 우리가 떡처럼 찰진 음악을 한다면, 이들은 크루아상처럼 결이 살아있는 음악을 한다. 이런 정반대의 음악을 듣는 것이 재밌더라. 영화는 최근에 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인상적이었다.

ㄴ용호: 내 경우는 취향 자체에 공통된 면이 있다. 내가 소심한 데다 밝은 성격은 아니다 보니 반대로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웃긴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음악도 신나는 것을 좋아한다. 기타를 치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음악 때문이었다. 농구도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해서 그냥 보기만 한다(웃음). 성격이 취향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 진상이 추천한 알라바마 쉐이크스(Alabama Shakes)의 'Don't Wanna Fight'.

 

밴드 O.O.O.는 어떻게 뭉치게 됐는지.
ㄴ성현: 용호랑 나는 밴드 구인·구직 카페에서 만났다. 용호의 프로필이 매력적이어서 내가 먼저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둘이서 3년간 활동하다가, 라이브 공연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밴드 셋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 글의 조회 수가 700이었는데 그중에서 진상이에게만 연락이 왔다(웃음). 학겸이는 나랑 중학교 때 같이 밴드를 했던 사이인데, 한두 달 도와준다고 시작했다가 어쩌다 보니 쭉 같이하게 됐다.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과 잘 지내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서로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나.
ㄴ성현: 용호는 잘생겨서 좋았다. 옛날엔 좀 더 마르고 머리도 길어서 지금보다 잘생겼었다. 진상이는 얼굴만 봐도 실력파일 것 같았다(웃음). 이렇게 세 명이 제각각인데 학겸이는 또 다른 유형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서로 잘 맞았다.

ㄴ학겸: 데모를 들었을 때 퀄리티가 뛰어나진 않았지만, 진실성이 있어서 좋았다.

   
 

곡 작업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ㄴ성현: 용호랑 둘이 있을 때는 기타 치고 멜로디를 만들면서 작업했다. 기타와 보컬을 만들어놓고 그 위에 리듬을 얹는 식으로 만들었다. 물론 리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다.

이후 학겸과 진상이 들어오고 나서는 리듬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됐다. 가령 용호나 내가 기타 리프를 만들어오면, 다른 멤버들이 그것에 맞춰 적절하게 연주를 해준다. 맘에 안 들면 절대 안 쳐준다(웃음). 예전에는 멜로디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요즘은 반주에 멜로디를 얹기도 한다. 보통 합주하는 형식으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게 곡을 만들고 나서 가사를 쓴다.

앨범이 전반적으로 혼란스러운 정조를 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ㄴ성현: 20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혼란스러운 시기다. 그래서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들쑥날쑥한 하루를 보낸다. 내 주위의 친구들도 내게 "밴드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말하다가도 "좋아하는 일 해서 좋겠다"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것이 내 주위의,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곡에 20대의 불안함과 모호함이 녹아난 것 같다.

첫 EP 앨범인데도 벌써 음악에서 여유와 내공이 느껴진다. 

ㄴ성현: 보컬을 포함한 모든 악기의 특색을 고루 살리고자 노력했다. 이 곡에서 왜 이 악기가 존재하는지, 그때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기타 솔로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서 쳤다. 가령, '눈이 마주쳤을 때’ 후주의 기타 리프는 줄행랑치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보컬도 마찬가지다. 보컬을 위해서 악기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도 다른 악기들처럼 노래의 일부일 뿐이다. 의미 전달을 하면서도 너무 튀지 않았으면 해서 힘을 빼고 불렀다. 사실 내가 가창이 뛰어난 보컬은 아닌데 예쁘게 만져주셔서 노래가 잘 나왔다(웃음).


 

앞서 얘기한 보컬의 변화도 눈에 띈다.
ㄴ성현: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감정이 담겨있는 보컬을 살리고자 했다. 같은 말이라도 감정에 따라 톤과 뉘앙스가 다르지 않나.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EP 앨범의 곡 중에서는 '모래’를 부를 때가 가장 힘들었다. '아침’이나 '거짓말’은 슬프게, '눈이 마주쳤을 때’는 지질하게 부르면 된다. 하지만 '모래’는 분노도 상실도 아닌 복잡한 심경을 담은 곡이라서 그 감정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웠다. 라이브 공연까지 생각하다 보니 더욱 그랬다.

마지막 트랙 '소녀와 개’가 음원으로 공개되지 않은 이유가 있나.
ㄴ성현: '소녀와 개’는 용호랑 학동역 근처의 한 녹음실에서 거의 숙식을 해결하며 지낼 때 만든 노래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곡인데, 곡이 완성되기 전에 헤어졌다. 지금도 마음에 크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다시 녹음했을 때 당시의 간절하면서도 풋풋한 느낌을 살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데모 버전을 그대로 싣기로 했다. 믹싱도 거의 하지 않았다. 데모인지라 음원으로 내기는 애매해서 CD에만 실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진정성이 가득한 곡이다. 불안한 보컬이 매력적이다(웃음).

어쩌면 '소녀와 개’가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트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순간 꿈으로 넘어가는 곡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면 아침이 되니까. ('아침'은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이다.)

   
▲ 지난 1월 발매된 EP 앨범 '홈(HOME)'의 앨범아트.

수록곡만큼이나 앨범아트 또한 인상적이다.
ㄴ성현: 어항은 바깥세상을 볼 수는 있지만, 그 곳을 향해 나갈 수 없는 공간이다. 그 어항 속의 금붕어 네 마리는 우리 네 명을 상징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어항 속 금붕어의 감정으로 이 앨범을 들으면 좀 더 재밌을 것 같다. 참고로 앨범아트에서 어항을 들고 있는 사람은 나다.

곡을 쓸 때 유념하는 점이 있다면.
ㄴ성현: 곡을 쓸 때 딱 한 번만 꼰다. 두 번 뒤집으면 원상복귀고, 세 번 뒤집으면 너무 복잡해진다. 무심코 들으면 쉽고 편하지만, 주의 깊게 들었을 때는 곱씹을 지점이 있는 곡을 쓰고자 한다. 그런 장치를 만드는 것이 재밌다. 나 역시 그런 방식으로 노래를 듣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이번 EP 앨범의 타이틀곡 '거짓말’의 경우, 곡 전체가 거짓이다. 처음의 가사는 "이렇게 너 떠나가면 남아있는 난 어떡해"였다. 그런데 '너'와 '나'의 순서를 바꿔 "이렇게 나 떠나가면 남아있는 넌 어떡해"로 만들면서 결국엔 다 거짓말인 노래가 됐다.

앨범 작업은 어땠나.
ㄴ진상: 작년 8월부터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을 정도에 발매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작업이 길어져서 이제야 나왔다.

ㄴ성현: 스태프들이 의욕적으로 이끌어주시면서 우리가 더욱 욕심내도록 만들어주셨다.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더니 오래 걸렸다.

ㄴ학겸: 스태프들이 각자의 인상이 뚜렷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웃음). 우리는 첫 녹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배우는 마음으로 재밌게 작업했다.

ㄴ성현: '아침’과 '거짓말’을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합주하면서 녹음하는 건 외국 밴드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신기했다. 메트로놈도 안 듣고 오직 진상의 드럼에만 의지하면서 녹음했다. 다른 곡의 경우도 베이스와 드럼은 전부 다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오오오의 음악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ㄴ성현: 어디서 많이 들어봄 직한 음악인데 뭔지는 모르겠는 음악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다. 가사를 못 알아듣는 음악은 안 듣는 경향이 있어서, 해외 음악은 잘 안 들었다. 그렇다 보니 내가 곡을 쓰면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수밖에 없더라. 또한, 나는 진실 되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미화된 표현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이렇게 내가 익숙하게 곡과 가사를 만들어오면 다른 멤버들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연주한다. 그래서 우리의 음악은 뻔하면서도 신선하다. 익숙하지만 특이한 팀이다. 한눈에 멋있기보다는 자세히 봤을 때 미묘하게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

앞으로 밴드 오오오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
ㄴ성현: 내가 좋아하는 단골 술집이 있는데, 그곳의 메뉴들은 평범하지만 뭘 먹어도 맛있고 자극적이지 않다. 우리의 음악도 맛있고 깔끔한, 잘 지은 쌀밥 같았으면 한다. 다른 음악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르고 좋은 음악 말이다. 우리는 실험을 하는 타입은 아니다. 흔하면서도 특별한 음악으로 좀 더 사랑받는 팀이 되고 싶다. 록 페스티벌도 나가고 싶다(웃음).

ㄴ학겸: 우리는 곡을 쓸 때 마음을 먹고 다 같이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얼개를 잡은 뒤 각자 할 수 있는 걸 뽑아낸다. 이에 대해서 웬만하면 관여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한다. 그래서 어떤 음악을 하겠다는 계획보다는 각자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지점이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이 느껴지는 팀이 됐으면 한다.

ㄴ성현: 각자 하고 싶은 걸 다 하다 보니 산으로 가는 앨범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회사에서 음반을 안 내줄 수도 있다(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는 팀이 되고 싶다.

   
 

2016년의 계획은 어떤가.
ㄴ성현: 3월에는 단독 공연, 4월에는 싱글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 5월에도 아마 단독 공연을 진행할 것 같다.

그리고 가을에 EP 앨범을 내기 위해, 계속해서 곡을 모으는 중이다. 우리 밴드 이름인 '부재중(Out Of Office)'의 목적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시작점이 HOME, 집이었으니, 같은 맥락에서 장소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갇혀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이러한 장소들에서 빠져나오는 건 정규앨범부터일 듯하다. 정규앨범은 잘 내고 싶어서 아직 보류 중이다. 그 전에 새로운 앨범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싶다.

오는 12일 진행되는 단독공연에 대한 포부를 들려달라.
ㄴ성현: 음원은 남아있어 계속 들을 수 있지만, 공연은 지나가는 순간이다 보니 공연 때는 좀 더 에너지 넘치게 연주하는 편이다. 밀도 있는 연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지금처럼 꾸준히 나아가서 1년 이내에 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ㄴ학겸: 지겹게 만나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우리가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보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ㄴ성현: 사랑합니다, 진짜로. 우리 어머니께서 이번 단독 공연을 예매하신 분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러 가신다고 하더라(웃음). 우리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기사를 읽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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