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틀빅픽처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드디어 전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할 영화가 나왔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16년 12월 15일, 故 홍기선 감독은 갑작스럽게 만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어렵사리 촬영을 끝마쳤던 '1급기밀'은 홍 감독의 유작이 되었고, 1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2018년 1월 24일 가까스로 개봉했다. 그의 유작 '1급기밀'은 국내에서 단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군대 방산비리를 고발하는 작품이었기에 상당한 상징성을 띄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서 방산비리를 폭로하는 공익제보자 '박대익' 중령을 연기한 배우 김상경과 개봉하기 이전인 지난 18일 서울 중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군대를 소재로 하고 있다보니, 각각 군장교와 특전사로 복무했던 필자와 김상경은 군대 이야기로 뜻하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 ⓒ 리틀빅픽처스

오랜 시간이 걸려 영화가 공개되었다. '1급기밀' 완성본을 본 소감은 어떤지 듣고 싶다.
└ 돌아가신 홍기선 감독님이 영화에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유머러스한 부분이 조금 배제된 것도 있지만, 홍 감독님이 말하고자 하셨던 묵직한 메시지는 의도대로 느껴져서 괜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 소재가 무거운 것에 비해 상영시간이 길지 않아서 괜찮은 것 같다. 관객들이 적당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평소에서 영화를 고를 때, 대본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대본을 읽으면서 얼마나 공감하고 감동하느냐가 첫 번째고, 이 이야기가 지금 시점에 필요한 지가 두 번째다.

'1급기밀'을 처음 읽었을 때 좋았던 건, 대본이 잘 짜여있었다.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돕는 부분도 있고, 편집하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무게가 실려 돌직구 같은 느낌도 있었다. 또한, 그동안 영화계에서 다루지 못했던 군 방산비리를 첫 번째로 소재 삼아서 뜻깊었다.

▲ 영화 '1급기밀' 스틸컷

하지만 영화를 보기도 전에 "'1급기밀'이 정치적 작품이다"고 편견을 갖는 이들도 많다.
└ 이 영화는 결코 정치적이지 않다. 여러 정부에서도 방산비리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지난 정권에서도 방산비리 척결하자고 밝힌 바 있다. 솔직히 말해서,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가 봐야 할 소재이자,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를 다룬 영화다. 그래서 여당, 야당 구분하지 않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색이 강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홍기선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이 대체로 사회 고발성이 짙다 보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은 많은 이들이 방산비리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알리고자 했던 마음이 컸고, 공익제보자들이 배신자처럼 따돌림당하는 현실을 말하고 싶어 하셨다. 그렇기에 방산비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이야기로 볼 수 있고, '1급기밀'을 통해 사회 각층에 있는 공익제보자들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 ⓒ 리틀빅픽처스

영화 소재가 아무래도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방산비리이다 보니, 촬영을 진행하면서 국방부에서 특별한 반응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크게는 '1급기밀'이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작게 보면 군대를 위한 영화라 생각한다. 군대에 소속된 대부분 군인은 나라를 향한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고, 군 기강 도움 차원에서 오히려 군인들이 더 좋아할 만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군대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건 상당한 모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군부대에서 '1급기밀'을 단체관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 중 우리와 함께한다거나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군인들을 위한 문제이고, 우리 가족 중 일부는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 그렇기에 일차적으로 군대가 청렴해지고 개선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개봉 후 반응이 궁금한 것도 있다.

군대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집단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면이 느껴졌다. 집단으로부터 배신당하는 연기를 할 때 심정은 어땠나?
└ 영화의 주요 이야기인 전투기 사업은 지난 2002년 사건에서 참고했고, 박대익이 공익제보한 이후 온갖 고초를 겪는 부분은 모티브가 되었던 김영수 소령님의 실제 경험담을 그대로 가져 왔다.

▲ 영화 '1급기밀' 스틸컷

실제로 2009년 'PD수첩'에 직접 출연하기 전까지 2, 3년 동안 홀로 싸우셨다. 처음에 담당 부서에 고발도 했고, 국방부 쪽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고발했지만 계속 무마되었다고 하셨다. 극 중에서처럼 오히려 회유까지 받아 군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군복을 벗을 각오까지 하며 직접 출연했다고 하셨다.

그 당시 심정을 물어봤는데, 김 소령님의 목표는 장성이 되는 것이었으나 그 목표까지 버리고서 나와야 했기에 참담했고, 아내를 비롯해 다른 가족에게도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고 털어놓으셨다.

실제 주인공이었던 김영수 소령 또한 이 영화를 봤다고 들었다.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 작고하신 홍 감독님과 오랫동안 이 영화를 준비해왔는데, 촬영이 들어가기까지 여러 가지 사유로 연기되기도 했다. 모든 정권마다 항상 방산비리 척결을 주장해서 순탄하게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계속 연기되니까 김 소령님은 영화 제작이 안 될 줄 알았다고 하셨다.

내가 출연 결정 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촬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김 소령님은 이게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 반응이셨다. 그렇게 언론시사회까지 다가오니까 기뻐하셨다. 언론시사회 때 만났을 때, 약간 흥분된 상태에서 속이 시원하다며 소감을 전하셨다.

▲ ⓒ 리틀빅픽처스

'1급기밀'에서 "식구"라는 단어 사용에 조금 놀랐다. 필자 또한 실제 군 생활할 때 종종 듣던 말이어서 왠지 모를 공감대가 갔다. 군대를 소재로 하기에 고증도 많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 감독님과 김 소령님이 대본 초기 작업부터 애착을 가지면서 함께 했기 때문에 "식구다", "가족이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 소령님의 경험담이 반영되어있기도 했다.

김영수 소령님이 실제로 청탁 및 비리 금지 선서문을 자신에 책상에 붙여 놓고 밑줄까지 그어놓으셨다. 그만큼 원칙주의자셨고, 불합리한 상황에 원리원칙대로 행동한 것이다. 박대익이 마지막에 호루라기를 불면서 이야기한 건 육사생도 선언문이며,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생활수칙을 담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악의 세력들은 그에 행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문화 人] '1급기밀' 김상경 "차태현처럼 연기·예능 병행, 난 불가능해" ②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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