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틀빅픽처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1급기밀' 김상경 "'1급기밀', 군부대에서 꼭 봤으면 좋겠다" ①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속 결말과 실제 사건들의 결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던데?
└ 김 소령님도 전역 후에 인권상을 받긴 했지만, 그분의 꿈은 별을 다는 것과 성공적인 군 생활이었지, 사회에 나와 어떤 일을 할지 생각해보질 않으셨다고 하더라. 마지막에 뉴스에서 누가 구속되었다고 알려주지만, 중요한 건 몇몇을 군복을 벗게 하거나 징역을 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전체 분위기까지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조차도 당시 뉴스를 접했을 때, "에이 저 나쁜 놈들"하고 넘어갔을 만큼, 우리는 단편적인 이야기만 하는 데 그쳤다.

박대익을 제외한 군대 내 다른 인물들('남선호', '천장군' 등)은 어디서 착안한 것인가?
└ 다른 인물들은 대부분 가상인물이다. 하지만 극 중 대사처럼 "니가 처음인 줄 아느냐" 같은 협박을 봤을 때, 실제로도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 소령님도 실제 그런 압박이나 회유도 겪었다고 하셨다.

▲ 영화 '1급기밀' 스틸컷

극 중에서 악역을 맡았던 최무성과 최귀화의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 홍 감독님께서 캐스팅을 잘하신 것 같다. (웃음) 무성이 형은 본인이 가진 에너지 자체가 크고, 무게감도 있다. 게다가 그에 어울리는 장군 역할이자 악의 축의 대장이자 머리 역할이었기에 충분히 어울렸다. 귀화는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게 마치 발 빠른 행동대장 같았다.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하니까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병철이는 대익의 사무실의 또 하나의 실질적인 대왕이었다. 사무실 안에 분명히 자기보다 계급이 높은 대위가 있음에도, 그가 '황 주임'의 눈치를 보고 쩔쩔매는 걸 보면, 확실히 그 사무실 안에서 악의 중심이었다. 실제로 오래 복무한 부사관의 행동도 맛깔나게 잘 표현했다.

과거에 특전사로 복무한 것으로 아는데, 그 경험이 이번에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나?
└ 전역한 지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특전사로 복무할 때 수많은 장군 앞에서 각종 시범 등을 많이 선보였던 경험과 자세가 몸에 배었던 게 많았다. 그리고 국방부에서 근무 중인 학교 후배의 경험도 참고했다.

▲ 영화 '1급기밀' 스틸컷

그러고보니, 예전에 군 홍보대사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내가 복무했던 특전사 쪽에서 홍보대사처럼 활동해주면 안 되겠냐고 연락 왔던 적이 있었다. 그당시 바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특전사는 최소 부사관 계급부터 팀을 꾸리고 있어 특전사로 차출된 마지막 병사 출신인 나로선 부담스럽기도 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듣다보면, 말을 상당히 잘하는 것 같다. (웃음) 혹시 영화계 이외에 다른 분야에서 함께 하자고 연락오지 않은지?
└ 방송국 쪽에서 같이 하자고 연락이 오긴 하지만, 나 자신을 영화 이외 다른 곳에서 드러내는 게 부담스럽다. 영화 홍보차 예능 등에 출연해 잠깐 보여주는 모습이나 인터뷰 등으로 직접 나를 만나는 이들은 재밌어하거나 신기해하겠지만, 매 주 나온다면 특정한 이미지로 굳어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내가 진지한 연기를 하는 데 '김상경이라는 배우는 원래 웃긴 사람'이라 생각하며 관객들이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 다행히 요즘에는 대중이 영화와 평소 모습을 별개로 봐주시긴 하나, 어르신들은 아직 한 이미지로 고정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가깝게만 하더라도 나의 어머니 친구분들은 그렇게 여기신다. (웃음)

▲ ⓒ 리틀빅픽처스

최근 배우 차태현을 비롯하여 연기와 예능 등 병행하는 이들도 많은데, 너무 크게 걱정하는 거 아닌가?
└ 나의 기본적인 성향은 여러 사람과 만나 재밌게 이야기하고, 노는 걸 좋아한다. 예능을 하게 되었을 때, 대중이 재미있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한 곳에 집중하는 스타일인데, 방송을 주마다 출연하면서 영화 등을 병행하며 집중한다는 게 쉽진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면 끝까지 파고들어 연구하는 성향도 있다. 예전에 했던 '공소시효' 때만 하더라도, 단순히 진행자로서가 아닌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어가고자 직접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뜯어서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매일 시체사진도 보았다. 그것 하나에만 몰입해 집중하기 때문에 나한테는 연기까지 병행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더라. 마찬가지로 현재도 연기 하나에만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진 연기만 파고드는 것만으로도 재밌다고 느끼고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길로 갈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되면 또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가장 좋아하는 대본을 선택하고, 이 영화가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지금처럼 말이다. 몇 년 뒤에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그때가 되면 병행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당신이 출연한 영화들 중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그리고 이번 '1급기밀'의 공통점이 특별한 소재의 영화다. 그래서 접할 때마다 남다를 것 같다.
└ 일부러 특별한 소재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세 개의 작품 모두 대본이 재밌었고, 감동하였고,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쉬웠다. 여기에 플러스알파 격으로 주요사건까지 결부되어 있었기에 난 운이 좋았을 뿐이다. 나에게 좋은 시나리오가 와줬다.

▲ ⓒ 리틀빅픽처스

평소에 자신이 출연한 작품 이외 다른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도 자주 챙겨보는 편인가?
└ 아니, 잘 안 보는 편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내가 나온 작품들도 잘 안 보는 편이며, 촬영 진행 중에도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반복하는 연기가 싫어서 하지 않는 점, 그리고 항상 나만의 연기를 새롭게 창조하려고 하는 것 때문이다.

경험이 많은 일부 배우들은 대중이 자기의 연기 중 좋아했던 것들을 다 알고 있기에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지 않고, 안정적인 걸 찾아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난 아니었다. '생활의 발견' 때부터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했는데, 나조차도 모르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게 참 좋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나오는 모습을 안 보고 내가 생각한 새로운 걸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내가 나온 작품들은 언론시사회 때에만 보고 한동안 안 봤다. 왜냐하면, 내가 연기해왔던 이미지가 쌓이면 새로운 인물을 만나 연기하는 데 방해될 것 같더라. 그래서 이번 '1급기밀'에서 연기한 나의 모습도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다. 아마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다시 찾아볼 것 같다.

▲ ⓒ 리틀빅픽처스

'1급기밀' 이후 당신이 출연한 '궁합', 그리고 '사라진 밤'이 상반기에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나도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웃음) 1년에서 1년 반에 새 작품이 하나 나오는 편인데, 갑자기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석 달 동안 3편이 나오게 되었다. 나는 다작 배우가 아니기에 이번 상황이 조금 힘들다. (웃음)

그런데 재밌는 건, 나를 향한 댓글 중 일부가 "왜 이렇게 뜸했어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꾸준하게 촬영해왔는데, 작품 편집 등 여러 상황 때문에 개봉 시기가 많이 달랐던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연말에 1주일 간격 두 편으로 관객에게 선보여 모두 흥행시켰던 하정우가 대단하게 보였다. 나도 그만큼 운이 따라줬으면 좋겠다. (웃음)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목표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정말 어렵다. 그리고 현재 일상에 주어진 것에 가장 행복해하는 것이다. 그 외 바라는 게 없다.

syrano@mhnew.com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