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참 살기 어려운 요즘이다. 어느 시대나 다들 팍팍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긴 하지만, 이제는 객관적으로도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때다. 많은 이들이 눈앞의 생활에 급급하면서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 나가는 것이 존경스럽다. 사회에 대한 의무감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이라서 더욱 고맙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낙관적이지만 냉철한 문화기획자이자 최게바라 기획사의 대표 최윤현을 만났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최게바라 기획사 대표 최윤현이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인 실천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예비 문화기획자다. 대한민국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내가 문화기획자라고 하기에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 많다. 아직 갈 길이 멀다(웃음).

최게바라 기획사는 어떤 곳인가.
ㄴ우리는 열 명이 일하고 있다. 기획팀 2개에 7명, 그리고 '또라이 양성소'를 운영하는 3명이 있다. 독특한 콘텐츠, 공간을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통일과 관련된 프로젝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편하게 풀어낼 수 있는 또라이 프로젝트가 있으며, 나만의 이야기가 들어간 결혼을 통해 결혼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참웨딩, 이 시대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3·1절 프로그램, 4·16 프로젝트, 광주를 방문하는 불꽃 청년 행사 등이 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는 밀양에 가서 할머니들께 초콜릿을 드리고 달달한 노래까지 선물할 예정이다. 사회적인 아픔에 소소하게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

최게바라 기획사의 올해 계획은 어떤지.
ㄴ우리는 다른 곳과는 달리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한다. 통일 분야에서는 매달 '남북청년한잔', 격월로 '남북청년토크', 5월엔 '남북청년운동회', 6월엔 'DMZ 히피 페스티벌', 10월엔 '남북청년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참웨딩은 올해 '마침내 열리는 따뜻한 결혼식'을 통해 4월에 벚꽃웨딩을 선물할 예정이다. 올해는 가을 결혼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라이 분야에서는 9월에 '또라이 과거시험', 연말엔 똘기와 더불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사람을 시상하는 '또라이 어워드'를 진행할 것이다.

지난 삼일절에 진행한 '1919 딱지치기'는 일본군과 독립군의 딱지치기 대결이다. 원래는 나라를 팔아넘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일파 빙고 게임을 하려고도 생각했었다. '나는 이렇게 기록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도록. 이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서 교육용 독립보드게임을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라에서 애국을 많이 강조하고 있지 않나. 기획하면서 정부가 싫어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친여당이다(웃음).

   
 

올해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ㄴ5월 초에 진행할 '또라이 문화주간'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똘기를 분출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가령, '똘런(또라이런)'에서는 실내화에 자신의 색깔을 칠하고, 꿈도 적고, 얼굴도 그려서 그 신발을 신고 신촌 일대를 뛰어다닌다. 내 꿈을 신고 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똘수저'도 있다. 요즘 금수저, 흙수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 단어에는 부모님을 원망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그러나 부모님은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며, 우리 또한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다. 그런 의미를 담아 그 사람만의 수저를 그려서 주고, 메시지를 적고, '우리만의 똘수저로 살아가겠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최게바라 기획사의 비즈니스 모델 혹은 운영체제는 어떤지.
ㄴ얼마 전에 정했다. '영혼 있는 행사대행'이다(웃음). 우리는 관공서, 단체의 기획을 하고 기획료를 받거나, 사업 전체를 진행하는 데서 수익을 얻고 있다. 기존의 우리만의 기획 프로그램들을 보면 통일, 똘기 등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기획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할 예정이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만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나 메시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같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최게바라' 기획만의 특징이 있다면.
ㄴ우리는 다른 회사와 경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수익을 낼 수가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 보니 수익성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취지와 의미를 살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들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색깔이 녹아나고 다른 곳과 차별화가 됐다. 저절로 눈에 띄는 엉뚱함이 많다(웃음).

최게바라 기획사를 존경하거나 함께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ㄴ존경한다기보단 우리를 문화기획 선배로 생각해서 연락을 주는 후배들이 있다. 기업처럼 돈을 잘 벌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기획을 하고,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라서 누군가의 롤모델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본인이 살고 싶은 인생은 누구나 다르니까.

그래서 문화기획을 시작하기 전이나, 시작한 이후에도 되게 외로웠는데 주위에서 많이 도움을 줬다. 응원을 해주기도 하고 돈을 보태주기도 했다. 문득 2년 차쯤 되니까 후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배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감을 느껴 불꽃재단을 만들고 또라이 꾸러기라는 사업을 진행했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단체에 4개월 동안 50만원씩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통해 돕기도 한다. 올해 또라이 꾸러기 3기를 뽑았다.

몇몇 프로그램은 기획단을 따로 모집해 함께 진행한다.
ㄴ우리의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즐기는 것만큼이나, 그 이전에 기획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라이 기획단, DMZ 브레이커스(DMZ Breakers)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기획단을 모집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1919 딱지치기'는 기획단 7명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스튜디오에 가서 직접 프로그램 홍보용 포스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양한 기획단을 통해 작게나마 참여하고, 고민하고, 실행할 기회를 주고 있다.

사실 운영하는 측면에선 번거롭다. 모집해서 선발하는 과정도 그렇고, 뽑은 이후에는 아이디어가 안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조율해야 한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기획단을 계속 운영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기획단의 취지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낮은 문턱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사회참여를 해보자는 것이어서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좋은 친구들이 와서 많은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최윤현은 어떤 사람인가.
ㄴ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나중에 어떻게 되면 그때 하겠다'고 조건을 거는 것이 싫다. '돈 많이 벌면 기부해야지', '퇴직하면 여행 가야지'가 아니라 지금 적은 돈이라도 기부하고, 짬을 내서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한다. 그래서 통장에 돈이 없다(웃음).

지금까지 기획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ㄴ지난 2월 진행한 '남북청년한잔' 때다. '남북청년한잔'은 말 그대로 남북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한잔 하는 행사다. 보통 열댓명 정도 오는데 어제는 약 40명이 왔다. 이번에 처음 온 친구가 자신은 북한에서 온 지 얼마 안 됐다며 고향 이야기를 했다. "이전 탈북자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탈북자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모임은 우리 안에서의 작은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서적인 응원을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노래까지 불러줬다. 그때 다들 울었다. 나도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싹 씻겨나가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연출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펼쳐진 화합의 장이었다.

   
 

최게바라 기획사의 프로그램은 네트워크가 활발하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다.
ㄴ또라이 포럼에는 자기만의 삶을 살고 싶은 친구들이 모인다. 똘기라는 게 일반적인 기준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꿈에 대한 열정이 있고 그것을 무시당하는 데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위로를 얻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 또라이 프로그램은 어떤 일에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보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쉴 새 없이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치진 않는지.
ㄴ매일 지친다. 오시기 전에 누워있었다(웃음). 다행히 역할이나 업무량을 팀원들끼리 잘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그래도 잘 쉬어서 내가 충만하고 행복해야 상상력이 나온다. 맨날 지쳐있고 찌들어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보통 혼자 누워서 잡지나 신문을 본다. 신문 두 개와 주간지 다섯 개를 보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획의 가장 큰 매력은?
ㄴ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기획의 목적이 성공하는 순간, 그리고 내가 상상하고 준비해왔던 모습이 현실에서 그려지는 순간에 느껴지는 짜릿함이 있다. 그 성취감에 중독됐다. 너무 지쳐도 다른 기획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기획은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풀어낼 방법으로서 의미가 있다.

   
 

최게바라 기획사에게 2015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ㄴ이것저것 일을 엄청나게 벌였다. 기존의 또라이 양성소를 유지하면서,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LOE'라는 청소년교육기관과 청년 허브에 있는 카페도 운영했다. 시흥에서 갯골축제도 진행했다.

작년엔 좋은 기회가 많이 있어서 다양한 일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이것들을 정리해서 내실을 쌓고 싶다. 그동안은 기획사를 확장하고 알리는 시간이었다면, 이제 내실을 쌓고 깊이 있게 팔 예정이다.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지.
ㄴ새롭게 영역을 넓히는 것보다는 기존에 하던 분야에서 좀 더 심도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 기존에 다루던 분야 자체가 넓은 데다가 이 안에서도 많은 아이디어가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통일에 대해서는 북한 청년들과 함께 교육용 팟캐스트를 만들고 싶다. 30분만 들어도 북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밌게 꾸릴 것이다. 또한, 통일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는 'DMZ 브레이커스 랩(DMZ Breakers Lab)'도 구상하고 있다.

   
 

본인과 기획사 자랑을 마음껏 해 달라.
ㄴ내부적으로 친하다. 보통 회사들에서 '가족 같다'고 얘기하는 것을 넘어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텁다. 우리는 휴가 때도 만난다. 왜 이 회사에서 일하냐고 물어보면, 우리는 입을 모아 기획사의 비전보다 좋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해오고 있는 것이 크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끼리 모여서 자연스럽게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지난달 내부 사정이 좋지 않아서 출근 시간을 10시에서 8시로 앞당겼는데, 다들 군말 없이 응해줬다. 나도 회사를 잠깐 다녀봤을 때 느낀 거지만 일찍 출근하기 되게 싫다. 그런데도 '회사'가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준다. 회사지만 공동체성이 강하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ㄴ요즘 헬조선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도 신문 보면서 큰 절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희망이 우리에게서 나왔으면 좋겠다. 아직 희망은 있다.

마지막으로 최윤현 대표의 꿈이 있다면.
ㄴDMZ를 뚫는 것이다. 5월에 '뚫어뻥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DMZ를 향해 가는 축제다. 물론 뚫진 못하겠지만, 인디언이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 것처럼 우리는 계속 달릴 것이다. 그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재밌게 찍어서 그 영상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칸영화제에 보낼 것이다. DMZ가 열리는 날에는 그 영상으로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평양에 청년문화기획사를 세우고 클럽도 만들 것이다. 압록강에 레저전문회사도 세우고. 이런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통일되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웃음). 그리고 죽기 전에 통일된 대한민국에서 올림픽 개막식 총연출을 맡고 싶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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