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FA 계약 맺은 김현수, 그 뒤를 이어 투수 신현수 두산 입단

▲ 올해 오프시즌에서 해외 유턴 후 LG와 FA 계약을 맺은 김현수. 사진제공=LG 트윈스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이번 오프시즌에서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팀 중 하나가 바로 두산 베어스일 것이다. 민병헌이 떠나고, 오랜 기간 두산 선발 마운드 필두에 섰던 더스틴 니퍼트도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진출 이후 다시 친정팀 복귀가 예상됐던 김현수마저 서울 라이벌팀 LG로 떠났다. 두산의 현재와 과거를 이끌었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이탈은 팬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들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선수층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해도 언젠가는 이별을 준비해야 했으며, 몸값이 올라간 민병헌과 김현수에 대해서는 해당 선수들이 원하는 만큼 보상을 해줄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제한된 예산 내에서 최선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난해 가능성을 선보였던 선수들 위주로 전력을 재편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환과 박건우를 외야의 한 축으로 고정해 놓는다고 가정했을 때, 나머지 한 자리를 위한 경쟁 또한 불가피한 셈이다. 따라서 기존 전력 이탈에 대한 타격은 생각 외로 적을 수 있다.

현수가 나가니 현수가 들어온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현수의 두산 적응기

사실 작년 전력 자체만 놓고 보면, 두산 라인업에서 제외될 선수는 민병헌 한 명 뿐이며, 마운드에서 제외될 선수는 니퍼트 한 명 뿐이다. LG로 이적한 김현수는 지난해 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던 지난해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내심 올해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산의 선수단 변화에 한 가지 유의미한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김현수가 이적하고 나니, 그 자리에 똑같은 이름의 '현수'가 신인으로 입단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주인공은 대전고 출신의 장신 우완 투수 신현수(19). 이름만 같을 뿐, 서로 다른 사정을 지닌 거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자세한 사정을 들여다보면 둘은 꽤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 김현수가 빠져 나가고 나니, 공교롭게도 두산에는 동명의 신현수가 입단했다. 그는 지난해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 강호 서울고를 탈락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먼저 김현수는 신일고 시절에도 타격에 재능을 선보이며, 당시 스카우트 팀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신인지명 회의에서도 호명을 받지 못한 채 육성 선수(당시 신고 선수) 신분으로 두산에 입단했다는 사실은 꽤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본인의 노력과 구단에서 제한적으로나마 부여한 기회를 잘 붙잡으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이끄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정식 지명을 받은 선수도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운 곳이 프로의 세계인 만큼, 김현수와 같은 육성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 한다.'라는 말로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이겨낼 가능성 또한 지극히 낮다. 육성 선수 신화를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이러한 성공 사례 뒤에는 숱한 실패 사례 또한 존재하는 법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번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두산에 8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현수는 김현수와는 조금 다른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명 라운드 순위가 다소 낮았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즉시 전력감이 아닌, 육성이라는 측면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0cm에 이르는 좋은 체격 조건에도 불구하고 고교 시절 140km 내외의 빠른 볼 구속을 기록했다는 점도 즉시 전력이라는 측면에서 꽤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그에게 주어진 상황 자체가 김현수의 육성 선수 신분 시절과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10여년 전 김현수는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한 결과, 해외에도 진출하고 국내 복귀 후 거액의 FA 계약을 맺으면서 육성 선수 신화를 다시 써 내려간 바 있다. 이제 김현수가 친정팀을 떠난 직후 바로 동명의 신현수가 입단했다. '현수가 떠나니, 또 다른 현수가 들어온' 이 기묘한 상황 속에서 둘의 투-타 맞대결이 이루어질 날이 올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이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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