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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염력' 심은경 "연상호 감독 '몹쓸 연기', 애드리브 원동력" ①에서 이어집니다.

극 중 아버지로 나왔던 류승룡과의 호흡은 어땠나? '서울역'에 이어 부녀관계로 출연했는데?
└ 선배님과의 작업은 편했다. 그래서 '석헌'과 루미의 질기면서도 속정이 보이는 진한 감정을 잘 만들 수 있었다. '불신지옥'부터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서 함께 했는데, 직접적인 관계로서 연기하는 건 '염력'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좀 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참 배울 게 많은 선배님이다. 이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선배님이 촬영 중에 해주시는 조언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는 게 많아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여유 있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웃음)

류승룡이 당신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해줬는지 알려줄 수 있나?
└ 선배님이 어느 날 문득 나를 불렀다. 본인이 겪은 경험담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은경이가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활동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크게 와닿았다.

▲ 영화 '염력' 스틸컷

그 말이 촬영 내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그 덕분에 '염력' 촬영이 끝나고도 여유를 가지면서 조급하지 않게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또한,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고 더 신중해졌다. 그래서 그동안 선배님께 표현을 많이 못 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인품이나 연기를 대하는 자세나 즐기는 방식 등을 옆에서 보며 많이 존경하며 배웠던 게 많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의 조언을 들어보니, 혹시 과거에 촬영하면서 스스로 조급했었던 적이 있었는지?
└ '염력' 현장이 즐거워서 조급함을 느꼈던 건 없었다. 다만, 그동안 나의 인터뷰나 행보를 선배님이 보고 느꼈던 부분도 있었고, 아끼는 마음에서 나에게 조언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조언 하나하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나에게 있어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다.

특히, '염력' 현장은 류승룡 선배님의 따뜻한 조언과 연상호 감독님의 모두를 배려하고 사랑하며 공감해주는 마음 등이 느껴져, 다음 작품 현장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꿈만 같았다.

심지어 내 촬영분이 없었던 날에도, '염력' 식구들이 보고 싶어 무더운 날씨에도 응원차 춘천 세트장에 내려가 구경하러 갔던 적도 있다. 나에겐 매우 감사한 작품이며, 덕분에 일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많이 내려놓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연기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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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염력'이 당신에게 의미가 큰 것 같다.
└ '내가 이런 현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웃음)

'특별시민' 때 "좀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염력'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촬영하게 되었는가?
└ 예전에는 분명 치열했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 안에 불안함도 섞여 있었다. 당시 치열했던 건, 마음속 어딘가 불안감이 있으니까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한 곳에 달려들고 파고들었던 것도 있었다. '염력'이라는 작품이 좋았지만, 촬영 초반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루미를 통해 어떤 걸 보여줘야 할까?' 하는 개인적인 걱정이 앞서 부담을 가졌다.

이 부담감을 연상호 감독님이 해결해주셨다. 감독님이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마디 건네셨는데, 그 말에 많이 위안이 되었고 의지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감독님과 '염력'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물론, 치열하게 사는 건 좋은 것이며, 자기 일에 열심히 집중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에겐 그 치열함이 사실 과했던 면도 있고, 그 안에 불안함을 언제까지 숨길 순 없었기에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매번 느껴왔다. '염력'을 기점으로 단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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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악역으로 변신한 정유미도 인상 깊었는데, 같이 촬영한 입장에서 어떻게 보였는가?
└ 유미 언니가 연기했던 '홍 상무'는 대본에서부터 이목이 쏠리는 인물이었다. 농담으로 "나도 '홍 상무' 하고 싶다" 느꼈을 정도였고, 배우라면 당연히 욕심낼 법한 인물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더욱 자극되었다.

평소에 악역에 대해 관심도 많았고, 나 또한 유미 언니처럼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악역을 연기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악역을 소망하고 있는 찰나에, 유미 언니가 새로운 악역의 모습을 제시한 것 같아 반갑고, 자극되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나중에 이런 역할 시켜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유미 언니가 홍 상무 역을 잘 연기해줘서 감사하고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염력'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감히 이야기해본다. (웃음)

악역에 대한 갈증을 말했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악역을 연기해보고 싶은지?
└ 음, 홍 상무 같은 악역이다. (웃음)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악역도 작품마다 제각각 성격과 매력이 있고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만날지 잘 모르겠지만, 유미 언니의 홍 상무도 연기해보고 싶고 되도록 다양한 성격을 가진 배역을 연기하고 싶다. 이건 모든 배우의 소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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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맡아왔던 역할들이 상당히 많은데도, 이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 항상 나 자신, 그리고 연기에 대한 고민이 크다. 지금도 나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뒤돌아보고 있다. 이게 좋은 습관인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이런 고민에 끙끙 앓고 머리도 싸맸지만, 지금은 한결 자유로워졌다. 그렇다고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예전과 달리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천천히 가고 싶다는 생각, 혹은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야 연기도 제대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원동력이 '염력'이 되었다. '염력'을 토대로 조금 더 여유 있고 신중하게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단순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질문인데, 영화처럼 실제로 초능력이 생긴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 요즘 날씨가 추우니까, 순간이동 할 수 있는 능력. (웃음) 그리고 내가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공포를 무릅쓰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 영화 '염력' 스틸컷

영화에서 석헌이 불완전하게 날아다니는 걸 보면 날다가도 고소공포증 느끼지 않을까? (웃음)
└ 고소공포증 때문에 실제로 번지점프나 패러글라이딩을 아예 못하는데,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눈 감고서라도 날아보고 싶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봤는데,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과 다를 것 같다.

오는 2월 28일에 당신의 차기작 '궁합'이 약 3년 만에 개봉하게 되었다.
└ '궁합'에서 연기하는 '송화옹주'는 루미와 상반되고 배경도 시대극이라 다르지만, 나름대로 메시지 또한 담고 있는 '귀여운 영화'다. (웃음) '염력'과 '궁합' 두 편 다 많은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좋은 영화였으면 좋겠다.

'염력' 개봉과 함께 '궁합' 제작보고회 및 언론시사회도 해야하니까 바쁠 것 같다. (웃음)
└ 바쁜 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나를 찾아주는 것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하나둘씩 공개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건 값지고 그만큼 힘을 얻는다. 그 덕분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바쁘다고 해서 힘든 건 없다. 최대한 이 순간을 많이 즐기려 하고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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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연달아 두 편이 개봉하니까 올해 당신의 운세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웃음)
└ 연초에 관객들을 찾아뵙는 게 '수상한 그녀' 이후 처음인데, 그때 생각도 났다. (웃음) 한동안 여름이나 겨울에 많이 찾아뵈었는데, 새해 포문을 여는 것에 기분이 좋다. 하루빨리 관객들과 소통하고픈 것도 있지만, 연달아 두 작품이 개봉하니까 쑥스러움과 설렘이 교차하고 있다. (웃음) 어쨌든 기분이 좋다.

마지막 질문이다. 2018년이 된 지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올해 목표가 특별히 있다면?
└ 음, 무난히 올 한 해 잘 보냈으면 좋겠다. 특별히 무엇을 이루지 않아도 좋고, 나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면 그 또한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그리고 나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하고 하는 일에 있어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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