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1000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정책을 짠 사람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진짜 연극인들은 차라리 안 하면 안 했지 모멸감이 들었다…"

서울연극협회 제5대 회장으로 부임한 송형종 회장이 어느덧 취임 2개월을 맞이하고 있다. 송 회장은 이사진 구성 및 정책분과 전문위원 구성과 4월 4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인 '제37회 서울연극제' 준비, 그리고 관련 단체 업무 논의 등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송형종 회장을 본지 회의실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선 직후 송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3년 동안의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었다. 송 회장은 "1년 차에 되도록 사람을 통합하겠다"며 "돈이 없이도 할 수 있는 연극인 간 스킨십을 통해 멘토 멘티와 같은 공약들을 먼저 실천하겠다. 조직개편을 통해 일하는 집행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 차에는 실행에 초점을 맞춰서, 서울시 의회나 서울시와 연합해 프로젝트를 제안하겠다. 낙산개발 프로젝트와 서울연극축제를 잘 실행하도록 하겠다. 3년 차에는 더 큰 그림을 완성하고, 그다음 집행부로 잘 넘기도록 3개년 중장기 계획을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로드맵을 이야기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송 회장의 이러한 로드맵이 어느 정도 실현 중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또 연극계의 이슈에도 최근 서울시가 저소득 연극인 전용 임대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발표한 부분부터, 최근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등장한 '1000원짜리 연극'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다.

   
 
서울연극협회 회장 당선 후 두 달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ㄴ 선거 유세 기간 세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후 1주일 정도 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뭘 하려고 왜 나왔겠느냐는 근본적인 생각을 했다. 일하려고 하니 간부들의 인선을 잘해야 했다. 축구팀을 잘 짜야 축구를 잘하는 것처럼, 이사진 구성, 정책분과 전문위원들을 구성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또한, 서울연극협회가 새롭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 전 집행부의 구성도가 남아있어서 남이 보면 뭐라고 하겠나 싶어서 빨리 바꿔야 한다고 했다. 마음이 조급해서 회원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방지영 부회장이 3년 동안 할 건데 왜 이렇게 서두르냐고 했다. 방지영 부회장이 한 번 바꿀 때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동의하며, 홈페이지 개발 중이다.

여기에 3년 동안 서울연극제가 어떻게 갈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최용훈 연출이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을 맡았다. 전 집행부에선 서울연극협회가 직접 운영했는데, 세분화와 전문화되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나눴다.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역점을 뒀기 때문에, 기대는 내년에 하면 좋을 것 같다. 올해는 전 집행부가 그린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

이용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 세종문화회관 이승엽 사장과도 이야기했다. 그래서 수요일 빼곤 다 출근하고 있다. 방지영 부회장도 국립극장에 사표를 내고 바로 출근하고 있다. 현재 서울연극협회 내부 조직개편을 가졌고, 제1팀부터 제3팀까지 행정서비스를 정리하고 있다.

   
▲ (왼쪽부터) 방지영 부회장, 송형종 회장, 지춘성 부회장 당선자가 선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울연극협회
문화뉴스와 당선 후 인터뷰 중에 3년 중장기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 특히 "1년차에 사람을 통합하겠다"고 했는데 지켜지고 있는가?

ㄴ 이사진 구성을 다양하게 했다. 그래야만 서울연극협회가 다양하게 갈 수 있다고 봤다. 가까운 사이를 모두 영입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하지만 불편한 사람들과도 같이 일을 해야 불편한 일이 없어지고, 다양성이 공존해진다고 본다. 서울연극협회 회원의 이해나 요구가 다양하므로, 그 다양성을 위해선 다양한 시각으로 하나의 목적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책자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엄중한 위치다.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영상대가 세종시에 있어서, 세종축제 부위원장을 3년 했다. 세종대왕이 어떤 분인가 고민했다. 훈민정음만을 이야기하는데, 이 분은 정말 사람을 사랑했다는 생각 했다. 사람 아래에 훈민정음이 있었고, 문화와 사군육진이 있었다.

이 시대의 리더는 세종을 연구하면 된다. 단순히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테스크포스와 싱크탱크 같은 집현전을 만들었고, 백성들이 무엇이 불안할까 해서 김종서를 보내 사군육진을 설치했고, 해시계도 만드는 애민사상처럼 정책분과위원장들이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리더는 내가 더 불편하고 힘들지라도 회원들과 나아질 수 있다면,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

이번에 이사로 뽑은 분 중에 잘 몰랐던 분들이 수두룩했다. 서울연극협회라는 이름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나가볼까 한다. 박웅 선생님, 기주봉 선생님, 윤여성 선생님부터 정범철 연출 같은 젊은 연출가까지 세대를 어우르는 구성을 하고 있다. 분과위원들은 현 이사진보다 전문적인 구성을 하기 위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 중 파격적인 인사는 송현옥 세종대 교수를 이사로 임명한 것이다.

ㄴ 남편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을 국회의원 하기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연출할 때 같이 5~6편의 작품을 했었다. 세종대 교수로 가기 전부터 알았는데, 연극을 정말 사랑하고, 소박한 인물이다. 그런 시야를 담보로 했다. 개인적 성향과 반대라고 생각하겠지만, 서울연극협회의 회장 자리라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감수해야 하는 사항이다.

   
 
4월에 열리는 서울연극제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직접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의논을 하겠다고 본지 토론회 당시 이야기했다.

ㄴ 당선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바로 달려가겠다 했는데, 좀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정철 공연지원부장과 통화했다. 이용훈 사무처장, 박두현 문화나눔본부장도 만나면서 계속해서 서울연극협회와 상생의 길을 그려보겠다는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이번 서울연극제 대관은 아르코예술극장은 신청하지 않았고, 대학로예술극장을 신청한 상태다. 서울연극제의 가치를 인정하고, 내년 38회는 같이 공유하면서 문화를 키워가자고 의견을 전달했다.

올해 서울연극제는 최용훈 예술감독 체제로 위원들이 구성되고 잘 준비 중이며, 선택과 집중을 해서 메인 공연에 포커스를 많이 두려 한다. 점차 서울연극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연극 퀄리티가 보장되는 쪽으로 가게 될 것 같다. 올해까진 이 체제로 가고, 내년부턴 번역극까지 개방하겠다. 국제화 시대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다. 34년 만에 참여하는 대한민국 연극제는 전국체전처럼 가는 것이고, 서울연극제는 수도 서울이라는 지역적 서울이 아닌 뉴욕 브로드웨이처럼 최고의 연극인들이 모여 서울시민들과 향연을 벌일 최고의 연극제로 로드맵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서울연극제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관련 논란이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닌가?

ㄴ 이번 서울연극제 기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체 기획공연이 아르코 예술극장에 잡혀 있었다. 이미 이전 집행부에서 대관 신청을 마무리해서 넘겨받은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내년을 기대하면 좋을 것 같다. 현재는 연극인의 터전을 뺏겼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제는 앞으로 다른 이야기로 다뤄야 할 것 같다.

   
 
최근 대학로에 '1000원짜리 연극' 등장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에 대한 서울연극협회 회장의 생각을 듣고 싶다.

ㄴ 그게 왜 나왔는지, 당황스러웠다. 연극을 가지고 장난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본다. 연극의 가치는 생동감 있고, 영화처럼 무한 복제가 되지 않고, 손뼉 치며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여러 소셜커머스 등에서 이벤트의 목적으로 연극이 전락하고 있는 것이 마음 아프다.

공연문화가 그들의 가치를 땀과 바꾸는 것인데, 대부분 상업 연극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행사성이 깊고 그렇다. 본질적 연극 정신과 거리가 먼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면 누가 돈을 들여 오랫동안 연습해서, 정제된 작품을 만들어내겠는가? 공연은 영화라는 예술과 달리 살아있는 배우와 땀과 가치를 인정해주고 사주는 관객이 중요하다.

좋은 관객이 있어야 좋은 작품이 있는데, 일반 저가 상품을 산 것 같은 관객의 수준과 배우들의 노력이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굉장히 가슴 아픈 '상징'이 되어버렸는데, 문화정책수립자들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메르스로 인해서 연극이 힘들어지면 '농사꾼'에게 잘되게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관객'에게 1+1 예매 기회를 줬다. 라면 가게도 아니고, 1+1은 '천박한' 문화예술 지원이다. 어이가 없었다. 너무 마음 아팠다. 나는 농사꾼 아들이다. 만약 올해 냉해를 입으면, 다음 농사를 잘하도록 지원해 만들어주는데, 이건 아니었다. 천원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정책 하신 분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문화는 문화만의 논리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짜 연극인들은 차라리 안하면안했지 모멸감이 들었다.

1+1 지원이 끝난 3월부터 관객 수가 주는 곳이 많아졌다.

ㄴ 그게 문제다. 미국 나이키나 코카콜라가 많이 썼던 전술이다. 중국이든 어디든 개방되기 전에 콜라를 먹여주면 알게 모르게 중독이 된다. 지금 1+1 지원은 중독이다. 중독에서 못 풀려난다. 공연은 10만 원 내고 볼 수 있고, 50만 원이라도 볼 수 있다. 가치문제를 정책 만드는 사람들이 조작하게끔 한다. 대관정책을 하면서 오히려 도태됐다. 농사꾼은 끊임없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비료만 주면 안 된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는 본성이 있다. 그것이 연극 정신인데 아쉽다.

   
▲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왼쪽)이 권희석 SM면세점 대표이사(오른쪽)와 MOU 체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하나투어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로 기사화된 것은 SM면세점과의 문화예술 상생 업무협약 MOU였다. 자세한 내용이 무엇인가?

ㄴ 우리가 먼저 제시한 건 아니다. 김진만 연출이 소개해 준 것이었다. SM면세점을 운영하는 하나투어 측이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협회로선 수익사업으로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SM면세점과는 관광객이 면세점을 이용하고, 저녁 시간 대학로 공연을 서울연극협회가 추천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차로 투어하듯이 보내주는 건데, 어찌 보면 중요한 것이다.

인사동과 대학로가 문화 특구다. 중국에서도 1년에 600만 관광객이 오지만, 대학로에 볼거리 있는 공연이 없다. 대학로에 다양한 공연이 있으면 좋겠고, 공연장에 자막기도 설치했으면 좋겠다. 근본적인 건 극장의 특성화다. 쉽지 않을 것 않다. 제반 기술 시설에 대해 종로구나 서울시가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중국 가서 장예모 감독의 공연을 네 번 봤다. 공연장에서 중국 사람들과 호흡하고 느끼니 친숙해진 것 같다. 대학로가 좋은 조건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극장시설이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SM과 맺어진 계약이 유효하면, 중국 관광객이 대학로에 유입시킬 기회가 온다. 기반을 극장이 혼자 할 수 없으니, 종로구와 서울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연극제 경연으로 서울지역이 참여하는 것은 34년 만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

ㄴ 서울과 지방이 분리되어서 열렸던 것이었다. 서울은 서울연극제, 지방은 전국연극제로 분리됐다. 서울과 지방의 실력차가 있어서 서울이 다 상을 받는다고 해서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제 합쳐서 제대로 해보자 하는 의견이 있어서 대한민국연극제가 출범했다. 서울은 올해 대학로 엘림홀에서 적은 예산으로 준비해 10팀이 공연해 1팀을 뽑는데, 아쉬운 점도 있다.

   
▲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지역 예선 포스터
앞으로 4~5월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 매칭펀드를 해주면 대한민국연극제 예선을 각 구립극단이 속한 구민회관에서 올리려 한다. 또한, 서울은 전체 연극인의 90%가 사는 만큼 내가 봤을 때 최소 3팀~5팀 정도는 참가해야 진정한 대한민국 연극페스티벌이 될 것 같다. 전국체전처럼 한 팀만 뽑는 것은 아쉽다.

이러한 아쉬운 점이 있는 가운데 서울연극인들이 지난겨울에 연습했고, 엘림홀에서 공연 중인데 각 구에서 응원하러 많은 이들이 와서 만석이 되고 있다. 서울연극제가 극단 중심이라면, 대한민국연극제 예선은 각구지부 중심이다. 그래서 내년 그림은 4~5월에 대학로에서 서울연극제를 하고 각구엔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예선이 구별로 열리는 것이다. 그러면 봄엔 서울시가 연극으로 만발한 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게 되는 셈이다.

팜플랫도 통합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심사위원이 강동문화센터, 강북문화센터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대학로 중심에 묶인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것이다. 생활 연극으로 각구 문화센터에 들어가고, 진짜 퀄리티 있는 공연은 서울연극제로 오게 할 것이다. 또한, 추진 예정인 국제연극제를 6월에 놓으면 연속적으로 서울 연극 문화를 상당히 끌어내지 않을까 싶다.

최근 서울시가 저소득 연극인 전용 임대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ㄴ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대주택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하는데, 연극인 임대주택을 만들어 준 것은 개인적으로 고마운 일이다. 1호 설계가 끝나서, 한성대 부근에 만들어지는데 12가구 형태로 좋게 지어질 예정이다. 공동체 의식이 느껴질 수 있도록, 안에 사람들이 같이 작업할 수 있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 연극인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 서울시
지하에 보면 50평 정도 연습실이 있고, 1층에 북카페도 있어서 마을 사람도 올 수 있게 한다. 좋은 현상인데, 대학로에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과 평생 연극을 하시고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 못 한 원로연극인도 있는데 다양한 세대가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대신 모범적인 분이 들어가야 서울시의 지속사업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연극은 가치를 같이 나누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제일 중요한 게 '연극 놀이'다. 스태프, 배우, 연출 등 누구 하나 무너져선 안 된다. 연극을 한다는 사람은 마음을 공유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상생하는 것이 연극과 비슷하다.

최근 당선된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신임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바 있나?

ㄴ 양천지부 회장 선거할 때 잠깐 만나긴 했다.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못 했다. 정대경 회장님도 서울에서 쭉 작업하신 분이고, 서울 연극인의 현황 문제를 잘 알 거라 생각한다. 같이 잘 풀어갈 것이라 보고,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당선 후 정리하고 시간이 물리적으로 안 됐던 것 같다. 앞으로 이사회도 있고, 대한민국연극제 청주 회의도 있으니 수시로 만나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그동안 서울연극협회 회장으로의 이야기로만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제 연극인 송형종으로 질문을 던져본다. 평소 본인의 연출 철학을 듣고 싶다.

ㄴ 인생 삶의 깊이가 곧 연극인 것 같다. 젊은 나이 대학 다닐 때, '갈매기'의 '뜨리고린'처럼 전위적이고 앞서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90년대 후반, 혜화동1번지 활동을 할 땐 남들이 못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연출이라 생각했다.

이제 50이 넘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조화로움에 화두가 있다. 조화로움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아 어려운 것 같다. 억지 고집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하수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의란 이름 아래 학생들에게 엄청나게 억지 부렸다. 지금 시각이 지나니, 상대도 마음이 아플 것이라는 생각이 생겨났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연극 가지고 장난하지 말고 멋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군더더기를 버리고,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는 연출이 좋은 것 같다.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이 백성만 보고 가는 것처럼, 작품 속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관객만 보고 가는 투명하고 정확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영상대에서 연극 교육자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본인의 수업 철학은?

ㄴ 연극도 무대에서 한 번뿐, 인생도 한 번뿐이기 때문에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고 중요한 것 같다. 멋있게 가르칠 게 아니라 진짜를 가르치자는 철학이 있다. 이 길이 얼마나 가치 있고 힘든 일인지, 동시에 가르쳐야 해서 엄하게 가르친다. 단순히 부러워서 온 학생들은 자퇴를 시켜주는 게 목표다.

진짜 직업이 되고, 프로페셔널하기 위해서 과거 10년 동안 한국영상대 근무하면서 아침 7시에 출근해, 9시 수업 전엔 학생과 운동장 같이 뛰고, 밤늦게까지 같이 생활해 왔다. 주로 현장의 이야기를 가르쳐주면서 스스로 학생들이 터득하게 했다. 오늘 인기 있는 선생보다 먼 훗날 기억나는 선생이 내 마음 속 철학 중 하나다.

문화뉴스와 인터뷰했다. 본인에게 문화란 어떤 의미인가?

ㄴ 정치, 경제가 나라에서 중요하겠지만, 보이지 않지만 없어선 안 되는 게 문화다. 정치, 경제만 발달한 나라는 독재국가일 확률이 높을 것이고, 문화가 융성하게 발전하는 나라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 풍요로운 사회, 선진국일 확률이 높다. 문화가 작동하지 권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여러 사람을 위로하는 그런 존재라 본다.

▲ 서울연극협회 송형종 회장이 문화뉴스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영상]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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