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박정기] 동양예술극장(대표 유인택) 2관에서 극단 동양레퍼토리의 김종구 예술감독, 김성노 연출의 <체홉과 이오네스코의 산책>을 관람했다.

예술감독 김종구(1955~)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한 박사 출신의 명배우로 전 국립극단 단원이자 현재 동양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연극 태, 황색여관, 귀족놀이, 맹진사댁경사, 오이디푸스, 법에는 법, 물볼, 여관집 여주인, 우리읍내, 엔리코 4세, 테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한국연극100주년기념 백년언약, 세상이라는 거대한 연극, 홍어, 오이디푸스, 리어왕, 북어대가리, 귀향, 아버지, 두영웅, 혈우 등에 출연해 중후한 기량을 발휘하고, 두영웅으로 연기상을 수상했다.

연출을 한 김성노는 홍익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 경기대학교 공연예술학 석사출신으로 <리틀 말콤>, <등신과 머저리>, <에쿠우스>, <검정고무신>, <홍어> <아버지> <두 영웅>등 활발한 연출활동을 이어오며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동아 연극상 작품상, 서울연극제 연출상 등을 수상하고 '신춘문예 단막극 제', '아시아연출가전', '연출가포럼' 등 기존 사업과 더불어 '한국연극100년 시리즈',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등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한국연출가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서울연극협회 산악대 대장으로 활약한 건강하고 훤칠한 미남인 중견 연출가다. 현재 동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체홉과 이오네스코의 산책>에서는 체홉의 <청혼>과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가 김종구,의 해설을 곁들여 함께 공연된다. 김성노와 민경록이 각 공연마다 별도로 해설자로 등장한다.

안톤 체홉(Anton Chekhov, 1860~1904)의 <청혼>(1889)은 <곰>(1888)과 함께 습작기의 단막에 불과하지만 이 가벼운 소극에서도 안톤 체홉의 인생관이 드러난다.

인생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인 결혼을 위해서 청혼하러온 남자가 미래의 약혼녀와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데, 실상 두 사람은 서로를 원하고 행복한 결합을 바라지만 화기애애해야 할 청혼의 순간이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여기에 장인이 될 사람마저 끼어들어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물론 장인도 이들의 결혼을 적극 찬동하는 사람이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처구니없는 언쟁에 끼어들게 된다.

이 단막극은 러시아인뿐이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아무리 이성적으로 또는 정상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벌이게 되는 것을 그려낸 명작이다.

노총각 로모프는 이웃집 츄브코프 농가의 딸인 노처녀 나탈리아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정장을 하고 찾아간다.

로모프를 아껴왔던 츄브코프는 로모프의 청혼을 당연히 찬성하고 기쁜 마음으로 나탈리아를 로모프가 있는 응접실로 불러낸다.

나탈리아가 온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로모프가 본격적으로 청혼을 하기 위해 말을 꺼내던 도중 목초지에 대한 이야기게 나오게 되고 나탈리아와 로모프는 서로 자기집안 땅이라며 싸우기 시작한다. 도중 츄브코프가 개입되어 싸움을 더 일으키자 몸이 허약한 로모프는 심장이니 다리니 하며 응접실을 나가버린다. 부녀가 로모프에 대해 흉을 보던 중 나탈리아는 로모프가 자신에게 청혼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아빠에게 로모프를 다시 데려오라고 한다. 나탈리아는 사과를 한 뒤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렸는데 이번엔 사냥개 문제로 싸움이 터져버린다. 질수 없단 듯이 자기네 사냥개가 더 낫다며 싸우다 로모프가 쓰러져 버리고 만다. 나탈리아와 츄프코프는 혼란스러워 하다 로모프가 깨어나자마자 츄프코프는 두사람에게 빨리 서로 결혼하라 하고 나탈리아는 로모프의 청혼을 곧바로 승낙한다.

 

노석채가 로모프, 장연인이 나탈리아, 임상현이 츄브꼬브로 출연해 성격설정에서부터 연기력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개성을 발휘한 호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김대희가 로모프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외젠 이오네스코 (Eugène Ionesco, 1909~1994)는 루마니아와 프랑스를 오가면서 성장해 희곡과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대머리 여가수>는 '외젠 이오네스코'의 전쟁의 불안 속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웃음 속에서 현실을 비판했다.

<대머리 여가수>는 1, 2차 대전 중 국가의 지도자는 해외로 줄행랑을 치고, 극장은 파괴되어 연극을 할 무나 희곡작품이 단절된 상태에서 살아남은 배우들이 연극과 흡사한 공연을 자신들과 관객을 위해 급조한 작품이기에 엉뚱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데다가 평자들이 작가가 집필한 시대적 상황을 모르니, 부조리극이니, 반연극이니 하는 그럴듯한 수식어를 붙여 사용함으로써 세계에 퍼지게 되었다.

<대머리 여가수>에 등장하는 인물은 6명이다. 스미스 부부와 마틴 부부 그리고 하녀인 메리, 마지막으로 소방대장이 그러하다. 작품은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말장난과 우스꽝스러운 해학으로 펼쳐진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무의미한 대사와 극적전개는 연극적 형식을 따랐을 뿐 종래의 극작품에서의 기승전결이 없기에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고도가 나치의 지배 하에서의 프랑스의 해방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평자가 모르고 부조리니, 반연극이니 하고 해설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머리 여가수> 또한 평자들이 같은 언어로 수식을 했다. 그러나 분명 <대머리 여가수>, <수업>, <의자>의 본질 자체는 연극이며 관객에게 독특하고 새로운 표현형식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갔다.

<대머리 여가수>의 출연진은 모두 남성으로 남성이 여성 역을 연기한다. 이성원이 스미스, 이 준과 이재영이 스미스 부인, 전상건이 메리, 문경민과 최원석이 소방대장, 양대국이 마틴, 김민진과 정진명이 마틴부인으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극단 고문 권성덕, 기획 김춘식 임솔지, 미술 김인준, 음악 서상완, 의상 김정향, 분장 박팔영, 조연출 김성은, 디자인 원 희, 조명오퍼 임장현, 진행 안성민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동양레퍼토리의 김종구 예술감독, 김성노 연출의 <체홉과 이오네스코의 산책>을 혹한을 잊도록 만드는 한편의 폭소열풍희극으로 창출시켰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박정기.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공연명 체홉과 이오네스코의 산책
공연단체 극단 동양레퍼토리
예술감독 김종구
작가 안톤 체홉 & 외젠 이오네스코
연출 김성노
공연기간 2018년 2월 1일~2월 18일
공연장소 동양예술극장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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