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 하나금융센터의 새로운 도전과 변신, '클럽원'(Club1)

▲ 건물외관, 진달래&박우혁_Skin&Cell_2017 ⓒCha Dong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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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유명한 작가 섭외보다 좋은 작품 발굴에 주력…작품 선정에 경력, 스펙은 중요치 않아"

자본의 개념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건물에 난 구멍들은 무엇인가?

ㄴ 이 건물의 주제는 '통기'(Ventilation)다. 5원소의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었다. 빨판같이 생긴 곳에 원형의 판이 고정돼있고 이게 일정시간이 되면 돌아간다. 전기를 따로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친환경적인 개념을 담고 있으면서도 미관상 다양한 연출을 한다.

▲ 진달래&박우혁_Skin&Cell_2017 ⓒCha Dong Hoon

외관상으로도 독특하지만 예술작품들이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작품 선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ㄴ 작가는 큐레이터도 추천을 하고 저희도 추천을 하고 여러 군데서 추천을 받는다. 건물의 컨셉이 정해지면 그 건물에 맞게끔 변경이 된다. 작가는 3배수로 뽑아 놓고 투명성을 가지고 토론을 거쳐서 결정한다. 전체의 컨셉에 어울리는 작가들을 뽑아낸다. 시안 검사도 몇 번에 걸쳐 진행된다.

▲ 파블로 발부에나_Site study[corridor]_2010, 미디어작품 ⓒPablo Valbuena

작가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젊은 작가 위주라든지 아님 알려진 작가라든지?

ㄴ 그런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하진 않는다. 흔히들 경력, 스펙으로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오로지 작품 그 자체만 놓고 본다. 좋은 작품인지, 건물의 컨셉과 맞는지가 중요하다. 설치된 작품들 중엔 권오상 작가나 외국 작가처럼 유명한 사람들의 작품이긴 하지만 절대 그런 편견에 의해 선택된 작가들은 아니다. 작품을 선정할 땐 형평성이 중요하다. 생각해보라. 유명한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내가 기획을 했다', 혹은 '좋은 기획을 했다'라고 말하는 게 기획자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런 기획을 하려면 애초에 기획자가 무슨 필요가 있나?

▲ 화장실에 설치된 조명, 이중근_천사나무_2017 ⓒLee Joong Keun

기획자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재발견’을 하는 사람이다. 해외 유명 작품이나 작가를 캐스팅해서 기업 이미지를 브랜딩 하는 그런 기업들이 있다. 해외에서 유명작품 사들이고 작가들 섭외하고. 그런 식으로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건 쉽다. 하지만 그건 우리만 살아남겠다고 동아줄 걸고 빠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하게 말하면 작가들이 성장할 토양을 죽이는 일이다. 

처음에 디렉터님과 대화를 시작했을 때, 이 프로젝트 취지가 작가들에게 또 하나의 장을 마련해줌으로써 작가로 커갈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해주고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취지라면 신진작가들에게 조금 더 기회가 주어져야하지 않을까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ㄴ 사실 워낙 시장이 작다보니 젊은 작가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 같은 것조차 파이 나누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실제로 가난한 작가들은 작품을 내보일 장(場)도 많지 않으니 그들의 인식이 잘못된 거 라고는 할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거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최소한 우리 프로젝트에서만큼은 경력과 스펙을 제외하고 오로지 작품 하나만으로 보겠다고 한 거다. 명성이나 자본에 기대어 특별대우를 하지 않고 작품만으로 작가를 선정하겠다는 의도다. 작가들은 사유도 해야 하지만 노동을 해야 한다. 작가들이 언제까지 돈도 못 벌고 그림만 그리고 있어야하나? 그런 불만과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 슈퍼카 주차장, 1빠키_원형의 진폭과 선의 층위들_2017_정정주_Transfer_2017 ⓒ대안공간루프

작품을 설치하면서 혹시라도 아쉬운 점이 있었나?

ㄴ 갤러리가 실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물이 혐오스럽거나 충격적인 내용이거나 사회 비판적인 건 들어오기 힘들다. 그래서 (작품이) 완전 신선하다, 혁신적이다 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느정도 녹여낼 순 있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 전공은 안하셨는데 감각이 뛰어나신 것 같다. 특히 단가를 낮추시는 능력이 뛰어나신 것 같다.

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내가 가진 능력은 바닥을 많이 긁어서 그렇다.(웃음)

인터뷰 내내 기획자로서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대화를 이끌어나가던 김기라 작가 앞에는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2016, 저자 엘링카게)이 놓여있었다. 아트디렉터로서 그가 추구하는 확고한 방향성과 소신 뒤에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과 고민이 엿보였다. 

김기라 작가는 있는 것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고 좋게 만들 지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 같았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장장의 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지하층부터 꼭대기층까지 공간 구석구석을 소개해줬다. 그가 앞서 말한 '철학'이 공간 곳곳에서 묻어났다. 도슨트를 자처한 그는 시간이 갈수록 지친 기색은 커녕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번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땀과 애정이 컸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나은행 '클럽원'(Club1)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와 공간에 담긴 철학을 알고나니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이 만들어낸 KEB 하나금융센터의 변화를 삼성동 '클럽원'(Club1)에서 함께 만나보자. 당신도 곧 새로운 공간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끝>

▲ 하나은행 '클럽원'(Club1) 런칭에 아트디렉터 역할을 맡은 김기라 작가

*김기라(1974) 작가는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회화 학부과정과 조각과 석사를 졸업하고 런던골드스미스 컬리지에서 순수예술 석사와 언어와 문화연구이론 포스트 드플로마과정를 마쳤다.

'신기루 궁전' 2006 영국 카운실 킹스린 아트센터 개인전, '2008 루프갤러리 개인전'2009 국제갤러리 개인전'두산 아트센터 한국 개인전, ' 패리지갤러리 서울'2015 국립현대미술관 등 12 회 개인전들과 Transfer 2011-2012 Korea-NRW 독일쿤스트 할레 뒤셀도르프, 독일오스트라스 하겐 미술관, 대만 MOCA Taipei, 카오슝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 플라토 삼성미술관, 중국 Spring centre of Art, 인도 The Guild Mumbai, 영국 Liverpool Biennial 2010, 상하이 민생미술관, 독일 Kunstverein Bochum, 터키 이스탄불 SantralIstanbul, 슬로베니아 The Bienniel of Graphic Arts, 체코 Prague Biennale, Karlin hall, 이태리 Fondazione Sandretto re rebaudengo, 난징 트리엔날레, 난징미술관, 아르헨티나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칠레 Museum of Contemporary Art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으며 현재까지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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