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어디서나 커피를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요즘, 흔하지 않은 바리스타의 이야기가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다.

대학로 뮤지컬 카페인 전용관(구 두레홀 4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카페인'(연출 성재준 / 작곡 김혜영 / 음악감독 원미솔 / 프로듀서 김인태)은 혼성 2인극으로 한 공간에서 일하게 된 바리스타와 소믈리에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두고 다투다가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켜가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카페 바리스타 세진 역에는 공연계에서 발군의 노래와 연기실력으로 차세대 스타로 주목 받는 한서윤, 랑연, 장혜민이, 유머와 재치로 무장돼 있는 와인 소믈리에 지민 역으로는 신진범, 이민재, 유현석이 출연한다.

지난 1월 24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뮤지컬 배우 랑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관객들에게 '리틀잭'에서 보여준 신비롭고 아련한 첫사랑 '줄리'로 기억됐다. 하지만 오는 25일 막공을 맞이하는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에 보지 못했던 발랄함과 경쾌함, 매력적인 춤과 다채로운 음색을 소화하며 새로운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깊은 풍미가 담긴 커피향 같은 그녀와 나눈 이야기.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랑연입니다.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춤도 추고 작사도 해요(웃음).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은 어떤 작품이고 무슨 캐릭터인지 설명해달라.

ㄴ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은 뮤지컬 '카페인'이고 거기서 '세진'이란 여자 배역을 맡았어요. '카페인'은 2인극 뮤지컬이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최초의 2인극 뮤지컬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10주년을 맞아 다시 올라왔어요. 소믈리에 남자와 바리스타 여자가 밤낮을 한 공간에서 공유하며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인데 유쾌하고 황당하고, 지금 시기로 보면 옛날 느낌도 있는, 아날로그적 느낌의 작품이에요. 제가 아날로그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카페인'은 사랑! 이에요(웃음).

공연을 봤지만, 오래된 작품이지만 핸드폰이 생겼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더라. 요즘 2000년대 중반 작품들이 다시 올라왔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서 비판 받은 작품이 많았는데 '카페인'은 어떤지.

ㄴ 너무 많이 빠르게 시대가 바뀌어서 작품도 빠르게 시대를 따라가야 하는 게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그게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사람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또 쉽게 바꾸면 작품의 특성을 훼손할 수도 있고요. 물론 변화를 주면 좋겠다는 점들도 있겠지만요(웃음). 사소한 예를 들면 이젠 스마트폰이라서 전화를 건 상대를 알 수 있잖아요. 누군지 미리 알고 받으면 대사의 톤 등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데 그런 걸 배우가 해결해야 하는 지점이 된 것 같아요.

 

배우 랑연의 2018년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ㄴ 지금 목표는 특별히 정하진 않았어요. 작년, 재작년을 되짚어 보니까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데 왜 없을까? 했었는데 돌이켜 보니까 많은 일을 했더라고요. 아무래도 연애보다 일을 택하는 성격이라서요(웃음). 그렇다고 이젠 연애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2018년엔 저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하면서 작품이 당장 없어도 좀 진득히 기다려볼까 해요. 이 작품이 2월 말에 끝나는데 몸 쓰는 쪽이나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걸 공부하고 싶어요. 다만 음반이 많이 밀렸어요. 작곡가가 계속 보채더라고요(웃음). 앨범 작업을 틈틈히 하고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다녀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제게 찾아오는 작품을 좀 맞이하고 싶어요. 그렇게 저를 쉬게 하고, 새로운 걸 경험하는 일들이 제가 작품을 들어가서도 잘 공연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해야지'라고 부담을 가진 채 작품을 맞이하면 작품하면서도 좋은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하지만, 건강에서는 부정적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좋은 에너지를 만들고 행복할 수 있는 해가 되고 싶어요.

작품을 만나고 캐릭터에 접근할 때 어떤 방식으로 인물을 만들어가는지 궁금하다.

ㄴ 사실 저는 앙상블이 아니라 배역을 맡았던 게 '그리스'의 '패티', '살리에리'의 '테레지아' 언더스터디, 그리고 첫 주연을 '더 넥스트 페이지'의 '심청', '리틀잭'의 '줄리', '카페인'의 '세진'이잖아요. 그래서 아직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노하우는 없는 것 같아요. 한낱 '미생'이거든요(웃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본에 충실한 것 같아요. 물론 예를 들면 시대적 배경이 필요한 작품이 있죠. 예컨대 '리틀잭'의 '줄리'는 대공황 시기부터 1960년대까지 당시의 역사적 배경, 그때 입던 패션 같은 면을 보면서 이 캐릭터가 왜 그래야 하는지를 찾았죠. 그렇지 않은 현대물의 경우 대본 자체를 많이 봤어요. 어떤 함축적, 연극적 언어가 아니라 일상 언어를 많이 쓰는 작품이기에 대본을 읽으면서 그 인물의 어투 등에 익숙해지고, 어색하다 싶은 부분은 창작진과 함께 의견을 나눴죠. 내 캐릭터가 됐다 싶은 건 연습을 마치고 공연을 올려서 관객들과 호흡을 몇 차례 나눈 후인 것 같아요. 사실 이 부분에서는 딜레마까진 아니어도 고민이 있었어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내 캐릭터를 딱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관객들은 제 캐릭터를 보면서 저마다의 해석을 하시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창작진의 1차 창작, 배우의 2차 창작, 관객의 3차 창작이 되는 셈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무대를 보여주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제 몸에 맞는 익숙함을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통 같은 공연은 회차가 길어질 수록 대본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카페인' 같은 경우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대본을 계속 보고 녹음도 매회차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예전 녹음본과 함께 비교하고 들으며 계속해서 리마인드하고, 캐릭터를 단단히 구축하려고 해요. 그래서 가끔 녹음 파일을 틀어보면 다른 배우들이 장난하거나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맛에 또 듣기도 하죠(웃음).

 

아직 섣불리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뮤지컬 배우 랑연이 생각하는 '뮤지컬 연기'란?

ㄴ 사실 뮤지컬 연기만 해봐서 사실 다른 장르의 연기가 다르다는 건 알겠지만 '뮤지컬 연기'가 뭘까 특별히 고민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웃음).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노래에 대해서도 특별히 기술적인 고민을 해보진 않는 거 같아요. 그거보다는 노래 가사에서 가장 목적이 되는 텍스트를 말하듯이 해서 전하려고 해요. 물론 기술적으로 봤을 때 말이 어미가 빠르거나 끝말이 흐려지거나 '쪼'가 있거나 한 건 고쳐야겠지만요. 재밌는 게 사람이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말이 빠르든 느리든 톤이 튀든 '무슨 말을 하는지'가 들리잖아요. 저도 제 말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사실 그걸 최종적으로 어떻게 관객에게 전하게 되는가 하는 방법은 창작진들이 고민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누군가를 레슨할 때라면 어떻게 해야한다 그런 방법은 있겠지만 실제로 무대에 있을 때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게 해석인 것 같아요.

OBS '씨네뮤직' 콘서트 등 뮤지컬 외의 다른 활동도 보여줬는데 소감은 어떤지. 또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사실 많은 분들이 '랑연'은 연기나 춤 등 다른 것보단 노래를 좀 더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편이고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웃음). '뮤지컬 노래'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저는 그런 것 없이 자유롭게 하려고 하거든요. 저는 작년부터 디지털 싱글도 계속 내고 있는데요. 거기서도 그냥 노래지만, 뮤지컬에서 노래 부르듯 하는 면이 있는데 저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기에 새로운 느낌의 곡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여러 장르의 행동을 하지만 실제로는 일맥상통하는 행위가 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죠. 그게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뮤지컬만 하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본업인 뮤지컬에서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게 됐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건 원론적인 이야기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기회가 닿아서인데요(웃음). 제가 하고 싶어해서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는 연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액션 배우도 꼭 해보고 싶어요.

 
 

'카페인'에서도 인상적인 춤 실력을 발휘했다. 몸을 무척 잘 쓰던데.

ㄴ 어릴 적부터 발레, 한국무용, 스포츠댄스 등등 자잘한 걸 많이 해봤는데 공부하기 싫어서(웃음) 합기도, 특공무술 다니고 싶었어요. 원래는 부모님이 사체과 보내려고 하셨을 정도에요. 실제로 편입을 알아보시기도 하셨을 정도죠.

여성으로서 무대에서 배우 활동하기 녹록치 않다. 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 연기, 매력이 있을텐데.

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우선 '카페인'을 보러 오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굉장히 폭넓은 연기나 표현이 '카페인'에 들어있어요. 춤, 노래, 연기를 엄청 많이 해야돼요. '세진'이가 작품 속 넘버 16곡 중 11곡을 부르거든요. 노래도 듣기 좋지만 난이도가 높아요. 표현이 풍부하거든요. 사실 그래서 '카페인'을 공연하기로 한 면도 있고요. 그런만큼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어요. 앞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건 정말 많지만 그 중에 몸 잘쓰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웃음). '카페인'을 통해 많은 걸 보여드리고 있어요. 힘들지만 이 작품을 하고나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어떤 캐릭터가 하고 싶다고 해도 그 작품이 제게 오리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다만 그동안 걸어온 길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못해본 하나 하나에 모두 욕심이 나요. 그것들을 만나서 매력적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소망과 자신감이 있어요(웃음). '카페인'의 '세진'도 그렇게 만났고요. '줄리'에서 '세진'이를 보여주면서 저는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직 많은 분들이 보진 못하셔서 그게 아쉽다면 아쉽죠. 단순히 객석이나 극장의 크기를 떠나서 대극장에서 하나의 노래를 위해 모든 걸 쏟을 수 있는 역도 해보고 싶어요.

 

휴식을 취하며 하는 취미가 있다면 무엇인지. 배우가 아닌 인간 랑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면이 궁금하다.

ㄴ 취미가 딱히 없는 편이에요. 주로 쉴 때는 잠을 많이 자긴 하지만, 집청소를 좋아해요. 그리고 집에서 해도 되는데 굳이 커피숍에 컴퓨터를 들고 나가서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보내요. 사실 돈에 꼼꼼하진 않아서 있으면 쓰고, 없으면 말다가 그런 날 몰아서 정리하곤 해요(웃음). 아예 쉬는 날에 고향인 이천을 꼭 내려가요. 지금은 은평구 주민인데 다른 주민들이 연락하면 매번 이천에 가있어서 지역주민 아니란 소릴 듣죠(웃음). 그리고 집 근처에 서점이 있어서요. 독서를 해볼까 하고 가면 책 구경만 하고 와요. 그리곤 카페에서 가사를 적거나. 뭔가 하려고 찾아다니다가 다시 집에 오는 편이에요(웃음). 맞다. 가끔 바느질도 해요. 내 거라고 새기고 싶을 때 옷에 이름을 새겨놓거든요. 이게 제일 독특한 취미네요.

마지막으로 본인의 공연을 보러 올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ㄴ '카페인'을 보러 오시면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저를 보실 수 있어요(웃음). 제가 춤추는 모습, 연기하는 모습, 노래하는 모습, 그외의 다양한 모습이 많이 담겨 있어요. '리틀잭'의 '줄리'와는 다른 매력의 '세진'을 만나러 저희 카페에 한번 들리시면 어때요?

 

공연을 앞둔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깊은 이야기를 듬뿍 담아낸 그녀는 "끝으로 꼭 할 말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덧붙여달라고 전했다.

"정말로 창작진 분들과 배우들이 엄청 열심히 준비해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지금 함께하는 배우들, (한)서윤 언니, (장)혜민이, (신)진범 오빠, (유)현석이, (이)민재, 그리고 공연 관계된 모든 스태브 분들까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 모두들 '카페인'하세요!"

some@mhnew.com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