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월 17일 뮤지컬 '아이러브유'에서 여자2 역을 맡은 배우 최수진과 만났다.

배우 최수진은 대중에게 소녀시대 수영의 언니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기자에게 최수진은 '뉴시즈'의 캐서린, '인더하이츠'의 니나, '록키호러쇼'의 자넷, '사의찬미'의 윤심덕, '어쩌면 해피엔딩'의 클레어 등 많은 역할을 맡아오면서도 결코 마찰음 없이 움직이는 톱니바퀴처럼 그 공연의 그 자리에 꼭 있어야할 것 같은 안정감 있는 배우였다.

최근 들어 당차고 진취적인 여성을 많이 맡아온 그녀가 이번에는 뮤지컬 '아이러브유'로 돌아왔다.

오는 3월 11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아이러브유'는 19개의 에피소드로 무장한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통통 튀는 젊은 세대의 사랑부터 중년부부가 권태로운 일상 속에 담긴 소중한 사랑, 여기에 죽음을 앞둔 70대에도 멈추지 않는 황혼의 사랑 등을 세련된 라이브 음악 속에 재치있고 아기자기하게 풀어낸다. 고영빈, 송용진, 조형균, 김찬호, 이충주, 정욱진, 간미연, 이하나, 이정화, 안은진 등이 출연한다.

누구의 언니가 아닌, 오직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 '최수진'과의 만남.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저는 2녀 중 첫째고 건강한 부모님,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난 3.9키로 우량아에요(웃음). 동생에게 키와 꿈을 다 나눠주고, 저만의 꿈을 찾아서 이 길로 잘 왔다고 생각하는 뮤지컬배우입니다.

이번에 공연 중인 뮤지컬 '아이러브유'. 뮤지컬이지만 사실 노래가 적은 편이다. 아쉽지는 않은지.

ㄴ 저희도 노래가 적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노래가 아예 없는 에피소드도 있어서 더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노래가 많이 도와주는 씬이 있어요. 뮤지컬이라면 사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달리는 장면들이 있기 마련인데 저희 작품은 정말 그 씬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노래들이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가사가 직설적이거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게 많아서 그런 점이 재미있어요.

최근 진취적인 여성을 많이 연기한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프레스콜 때도 보여줬던 '문자를 기다려'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본인의 경험이 녹아든 건지(웃음).

ㄴ 저는 카톡을 많이 해요. 연애할 때도 카톡하는 걸 집착 아닌 집착하는 게 있거든요. 연락하는 걸 쿨하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 장면이 너무 이해됐어요(웃음). 저는 소개팅하면 늘 연락이 왔기 때문에(웃음) 왜 안 오지? 오늘도 안 오나? 이런 건 없었지만, 연락을 기다리거나 '1'이 없어졌을 때의 마음. 이런 건 너무 잘 알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부러워요. 한 번은 무척 연락 신경 안쓰는 사람 만났을 때 죽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인터뷰에서 작품 이야기가 아닌 연애 경험 등을 묻는 걸 지양하는 편인데 '아이러브유'는 작품이 작품인지라 자연스럽게 본인의 경험담이 밝혀진다(웃음). 그런데 사실 원작에서는 '문자를 기다려' 에피소드가 집에서 전화를 기다리는 내용이다. 그렇듯 오래된 작품이다보니 '문자를 기다려'처럼 새롭게 디벨롭하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어렵진 않았는지.

ㄴ 연출님이 각색하실 때부터 경험이 많이 들어가고요. '이런 영상을 봤는데 재밌었다' 이런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가서 배우들도 이해 안 가는 부분이 거의 없이 연출님이 말하신 것들을 보며 테이블작업할 때 같이 공유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송)용진 오빠는 2막을 너무 공감하셨어요. 예전엔 1막을 공감하셨다면 지금은 '너희는 모르지? 정말 이래~' 하시는데 저희도 나중이 되면 그런게 더 생각날 거 같아요.

그렇다면 뮤지컬 '아이러브유' 속에서 특별히 더 공감되는 장면이 있는지?

ㄴ 사실 저는 공감이 안 가는 장면이 좀 많았고 연출님 이런거는 바꿔보면 어때요? 이런 게 있었어요. 너무 세지 않아요?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걸 많이 설득해주셨어요. 저는 노년이나 중년이 된 경험을 해보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내가 다른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심정이나 새로운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장면에 공감이라기보단 '저럴 수 있겠구나' 싶은 느낌이었어요.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요. 바람이나 배신이 아니라 또다른 차원의 이야기잖아요. 그래선지 어떤 에피소드에 공감을 했다기보다는 그런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갔어요.

다른 인터뷰를 보니 연기를 위해 할머니들이 나오는 인터뷰 등의 영상을 찾아봤다고 하던데. 좀 더 부연설명을 해준다면.

ㄴ 아기 이야기는 내가 애기일 때 있으니까 이해도 되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 노인이 됐을 때가 없기에 정말 '연기'해야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캐릭터나 모습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어요. 제 자체에서 아줌마 정도는 나올 수 있지만 할머니는 나오기 힘들 거 같아서 할머니만이 가진 공통적인 호흡이랄까요. 특정인물, 예를 들면 '외할머니처럼 해야지' 이런 게 아니라 노인들이 왜 저런 애티튜드가 나오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서 할머니가 나온 영화나 인터뷰를 봤어요.

 

한 때 배우를 그만두고 싶어했다고 했다. 그만두면 뭘 하려고 했나?

ㄴ 손으로 뭐 만드는 걸 좋아하고 네일도 좋아해서 네일아트를 배워볼까 하는 등 별의별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주얼리라거나. 진짜 구체적이었어요. 배우를 시작할때도 내가 이거만 매달린 사람에 비해 너무 늦지 않았나 싶었고 그때도 여전히 다른 사람보다 모자르지 않았나 싶었고 해서 좀 포기하려던 부분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배우 생활을 잘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추가 캐스팅 되면서 상복까지 생겼다(웃음). 추가 캐스팅 됐을 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ㄴ '인더하이츠' 할 때쯤이었는데 연습과 공연을 반복하던 시기였어요. 저랑 무척 친한 언니가 (이)지숙 언니가 교체된다고 누가 그걸 들어가서 할 수 있겠냐고 했는데 제가 그걸 한 거에요(웃음). 근데 저는 그냥 닥치는 대로 하다보니 그게 힘들었다는 건 나중에 와 닿았어요. 전 정말 혼자 연습 들어갔거든요. 주입식으로 연습해서 대본을 보면 새까맣게 됐을 정도였어요. 제가 만약 좀 영리했다면 단시간에 체화시켰을텐데 그 당시엔 사실 정말 로봇처럼 입력한 걸 출력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아쉬웠죠. 주변에선 저만큼 한 것도 대단하다고 해주셨지만, 제 주변에는 더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했어요. 다행히 지난 앵콜 공연 때 좋은 기회 또 주셔서 이번에는 좀 더 잘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땐 정말 2주 정도 연습해서 투입됐고 복잡한 이야기가 있어서 많은 걸 느꼈어요. 공연 올린 뒤 '확' 왔거든요. 앵콜 공연 연습도 일반적인 공연 연습보단 좀 적다보니 개인적으론 부족함을 느꼈어요. '클레어'의 대사나 행동이 많으니 여유를 가지긴 힘들더라고요. 연습 없이는 단순히 회차를 더한다고 해서 여유를 가질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니까요.

그렇다면 이번 뮤지컬 '아이러브유' 하는 느낌은 어떤지 궁금하다. 19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에 퀵체인지도 많은 등 다른 작품들과 다른 연기가 요구된다.

ㄴ 작품이 엄청 빠르고 전환도 많은데 걱정되지 않고 그냥 하다보면 끝나있어요. 작품 속에서 분량이 많으면 사실 '어떻게 하나' 했는데 이 공연은 마음가짐을 좀 더 가볍게 하는 것 같아요. 작품의 그런 면이 재밌고 같이하는 배우들도 워낙 친하니까요. 그래서 너무 재밌고 편안하게 하다보니 우리끼리 '으쌰으쌰'가 잘되고 있어요.

 

기자는 작품 보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이고 남녀의 차이 등을 다루기에 최근 몇 년 동안 발전된 젠더감수성의 시각으로 봤을 때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직접 공연을 보니 그런 면에서 볼 때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ㄴ 저는 연습 때도 걱정이 많았어요. 작은 단어도 꽂히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작품을 보시고 불편하게 여기신다면 그런 반응을 주시는 것도 오히려 감사한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공연 본 뒤에 서로의 불편함이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게 성과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결코 이게 정답이야.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 최수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든지 잘하는' 느낌이다. 한 쪽에 특화된 게 아니라 언제나 무난하고 믿음직스러운 배우.

ㄴ 특출나게 잘하는 배우도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뭘 시켜도 상상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수진이 그걸 한다고?' 보다 '최수진이 한다니 괜찮다~' 싶게 두루두루 잘하고 싶어요.

 

배우 최수진으로서 작품에 임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 궁금하다.

ㄴ 저는 제가 이해가 안 되거나 나로서 출발하지 않은 것에 흥미가 있어요. 연기는 '다큐'가 아니라 '연기'잖아요. 인간극장도 아니고 100% 최수진이 아닌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니까 그걸 잘하려면 그 사람 같아보여야 하고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걸 얼마나 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지 그런 연기를 하는데 흥미를 느껴요. '어햎(어쩌면 해피엔딩)' 같은 경우에도 아예 로봇이 되는거니까 재밌었고요. 흔히 싱크로가 맞다고 하잖아요. 연기 안 하고 등장만 해도 그 캐릭터 같아보인다. 이런 것도 좋지만, 최수진이 하는지 모르고 공연을 잘 봤는데 나와보니 '최수진이었어?' 이렇게 보이고 싶어요. 이순재 선배님이 요즘 너무 메소드 연기를 지향하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많이 해서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드물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에 공감 됐어요.

그렇다면 배우 최수진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나.

ㄴ 저는 교회를 다니다 보니까 이 직업을 하는 이유도 그렇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내가 행복하고 내가 좋아서. 이런 것보다 제 삶을 통해서 누군가가 위로받고 에너지를 얻고 영광을 돌리고 싶어요. 그런 걸 정말 잘 몰랐다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그런거 같아요. 세상적으로 '돈 많이 벌어야지', '사랑해야지' 그런 보편적인 이유 말고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분명히 있고 어제 생을 마감하지 않고 오늘 사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쉬는 날 주로 하는 취미가 있다면?

ㄴ 제가 쉬질 않아요(웃음). 다이어리에 아무것도 안 써있는 걸 잘 못 견디는 것 같아요. 친구도 만나고 공연 보러 다니거나 하다 못해 마사지를 받거나 하면서 스케줄을 계속 채우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예배드리고 성경 본 지 좀 된 것 같아요. 너무 이쪽 사람들만 만나려고 하지 않고 넓히려고 있어요.

뮤지컬 '아이러브유'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이번 공연은 객석이 너무 환해서 관객분들이 잘보이는데 공연 시작 전에도 객석 보며 누가 많이 오셨나 많이 보고요. 무척 조용한 공연도 있지만, 저희 작품은 객석에서 피드백이 바로 오거든요. 그걸 보면 관객이 많거나 적은 것과 관계 없이 소리내서 웃지 않아도 재밌게 보고 계시다는 느낌이 오는데요. 그렇게 봐주시면 저희도 더 힘나고 끝난 뒤에도 객석에서 반응이 오니까 더 에너지가 올라가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걸 앞에서 재밌게 봐주시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거에 그치지 않고 공연을 재밌게 보시고 돌아가셔도 에너지가 좋고 어제 본 공연 생각하며 또 기분 좋아져서 공연 보러 오시고요. 쳇바퀴 도는 삶에서 자극이 되도록요. 공연을 자주 보시는 분들에게도 분명 그 나름의 새로운 자극이 있으실 거에요. 얼마 전에 제게 '무척 삶이 힘들었는데 저 오늘 (공연)기억 가지고 계속 살게요. 항상 화요일에 보고 가면 (그걸로)일주일 살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분이 계셔서 너무 감사했거든요. 배우라는 게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다보니 그게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되면 좋겠다는 게 제 목표에요.

끝으로 배우 최수진의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

ㄴ 다시 보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게 좀 더 발전해서 다시보고 싶은 이유가 제 공연을 보시고 나면 희망이 생기는,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힘든 분들이 보러 오셔서 힘이 나는 공연이 되면 좋겠어요. 어떤 무대, 어떤 내용이든 최수진을 보면 힘이 난다고 할 수 있도록 노력 많이 할테니 그걸 받아서 주변에 또 나눠주시고 그럼 좋을 것 같아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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