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는 '마블', 한국에는 '광화문 시네마'

   
 
[문화뉴스] 극장가 '라이트급 에이스'의 박력 있는 슛을 선보일 영화 '족구왕'의 '엑스맨', '어벤져스', '스파이더맨'을 방불케 하는 탄생 비화와 함께 독립 영화의 새로운 길을 틔우고 있는 젊은 영화인의 모임 광화문 시네마를 소개한다.
 
최근 극장가에 재기 발랄한 '쿠키 영상'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어 화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마지막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예고편이 쿠키 영상으로 이어져있던 것은 물론 지난해 개봉한 '토르: 다크월드'의 쿠키 영상이 올 여름 극장가 화제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예고하는 영상이었다는 것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사실이다.
 
각기 다른 시리즈임에도 서로 다른 작품에 쿠키 영상이 삽입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들이 같은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 시리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할 수 있다. 
 
쿠키 영상(Credit Cookie)은 이제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하면 어김없이 연관 검색어에 '쿠키 영상'이라는 말이 뜰 정도다. 본편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이어지는 부속 영상인 쿠키 영상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중 1963년 작인 '007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에서 나온 영상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처럼 유구한 전통과 갈수록 더해지는 관객들의 관심 속에 블록버스터 영화의 지표가 되어 가고 있는 쿠키 영상이 영화 '족구왕'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 (왼쪽부터) '족구왕' 우문기 감독, '1999, 면회' 김태곤 감독
 
우문기 감독의 '족구왕'은 학점 2.1, 토익 점수 하나 없이 '맨 몸으로' 제대하고 캠퍼스에 돌아온 복학생 '만섭'(안재홍)이 사랑과 족구를 쟁취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설레는 심쿵 로맨스, 박력 넘치는 스포츠 액션, 100분 중 90분을 웃게 만드는 명쾌한 코미디로 2013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최고의 호응을 이끌어낸 후 여전히 입소문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족구왕'을 '블록버스터'라고 지칭할 수 있는 요소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블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쿠키 영상'의 존재이다. 마치 '토르: 다크월드' 마지막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쿠키 영상이 붙어 있듯, '족구왕'을 포함, 제작사 '광화문 시네마'의 모든 작품에는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이 붙어 있는 것. '족구왕'은 광화문시네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광화문 시네마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김태곤 감독의 '1999, 면회'의 쿠키 영상을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광화문 시네마는 웬만한 상업영화를 뛰어넘는 수준의 대중성을 가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최정예군단'으로의 저력을 가진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이다. 각자 제작, PD 등의 역할을 그때그때 적절하게 맡아 품앗이처럼 서로를 지원하며 물적,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젊은 연출자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다.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 역시 '1999, 면회'의 미술 감독으로 활약한 바 있는데, '족구왕' 전반에는 우문기 감독이 미술 감독으로 '활약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미적 감각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만화책의 컷 같은 화면 배치, 족구 경기에 참가한 이들의 '학과깃발' 디자인 등은 '광화문 시네마의 미술감독역' 우문기 감독의 디자인에 대한 세심한 욕심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광화문 시네마의 멤버들이 가진 '최적화된 규모에서 최고의 장면'을 뽑아내는 솜씨와 의지는 이들이 만들어나갈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좌표를 기대하게끔 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참고로 '족구왕' 마지막에도 쿠키 영상이 들어있다. 광화문 시네마의 차기작이 될 영화의 예고편으로, '족구왕' 엔딩 크레딧에 이어 확인할 수 있다. 
 
마른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몰려오는 가운데 '올 여름 다섯 번째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시원한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 '족구왕'은 오는 21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하며 결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유쾌하고 통쾌한 한 방을 선사할 예정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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