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3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지난 6일 개막해 4월 15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모든 것이 변하던 1987년, 샛별다방 속에서 반짝이는 꿈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최근 멀티 캐스트를 바탕으로 한 스타시스템 위주의 대학로 흐름 속에서도 독보적인 면모를 보인 창작진이 함께한다.

참신하다는 표현조차 낡아보인 연극 '더 헬멧'의 김태형 연출, 폭발적인 대사로 '말의 힘'을 보여준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가, '광염소나타'를 통해 몰입도 높은 음악을 선보인 다미로 음악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오세혁 작가의 경험담이 바탕이 된 연극 대본 '홀연했던 사나이'를 2013년에 코미디 뮤지컬화 했으나 당시엔 정식 공연으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2018년에서야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를 무대에 올리게 됐다. 여기에 '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킹키부츠' 등에서 활약한 안무가 이현정까지 합세해 다양한 몸짓으로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 좌측부터 배우 윤석원, 박정표, 임강희, 임진아, 강영석, 박정원, 유승현, 김태형 연출, 다미로 음악감독, 배우 정민, 박민성, 오종혁, 백은혜, 하현지, 장민수, 김현진.

김태형 연출은 우선 "'홀연했던 사나이'는 기본적으로 희극"이라고 정의한 뒤 "희극은 단순히 웃기고 유머를 주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를 단순화해서 현실에 대한 비판, 냉소 등 구조적 문제를 웃음으로 가볍게 보여주며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는 장르다."라며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가 웃음 자체가 목적인 작품이 아니란 것을 언급했다.

이어 "어쩌면 사기일 수도 꿈일 수도,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를 꿈꾸는 순간만큼은 아름다운 순간이라 생각하고 그게 무책임하게 꿈을 꾸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나이를 통해 승돌이가 무언가를 깨닫고 얄팍한 가르침이라고 해도 삶에 영향을 끼쳤듯이 우리에겐 많은 꿈을 제공하는 예술이나 누군가의 말이 있다. 거기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걸,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자는 의미로 만들었고 공연에선 승돌이가 자기 일에 회의감을 느끼지만 다른 장르, 다른 공간,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걸로 공연을 마무리하게 된다."며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었는지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다미로 음악감독은 "희극이고 웃긴 포인트가 많지만, 노래로서 웃기려고 하지말고 넘버 내에선 진정성 있고 메시지도 가지고, 하지만 앞뒤 상황 자체가 재밌기에 진지한 넘버가 상황적으로 재밌게 가야 작품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며 작품의 음악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아무래도 5, 6년 전 만든 작품이기에 이번에 작업하며 연출님이 생각한 방향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과 수정을 해서 좀 더 현대적으로 가져가되 라이브를 5인조로 가져가야 하니 중극장 규모지만, 음악은 대극장인 '척' 하자고 했다."며 '홀연했던 사나이'가 가진 '허세'의 컨셉과 음악 컨셉이 일치하는 점을 전했다.

▲ 김태형 연출(좌)과 다미로 음악감독(우)

한편, 김태형 연출의 최근작 '더 헬멧'을 비롯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범생들' 등은 무대 역시 작품의 이야기처럼 뚜렷한 컨셉을 지닌 경우가 많았다. 이번 '홀연했던 사나이'에서는 '어항'이 그 컨셉이 됐다.

김 연출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은 반 원형구조로 관객에게 다가가기도 쉽고 너무 좋은 독특한 환경이지만, 그렇기에 한 쪽에만 시선이 노출거나 등만 보여주는 등 동선을 짜기 어려운 무대라 도전하고 싶지만 어려운 무대다."라며 극장의 특이성을 이야기했다.

또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방에는 항상 TV와 어항이 있다. 그걸 두면서 작가님과 작곡가님과 함께 어항과 금붕어. 그 안에 갇힌 금붕어가 감히 어항을 탈출해서 바다를 꿈꾸는 것. 허황되며 허세 같지만 사내가 꿈꾸는 것이 승돌에게 이어지는 거란 모티브의 넘버를 만들자고 했다."며 무대의 컨셉을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무대에 그걸 적극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어항을 뒀다. 어항 안에는 다방을 축소시킨 미니어처가 들어있다. 그래서 다방이란 공간이 어떤 거대한 수족관처럼 보이고 사나이가 감히 그걸 뚫고 나가고 승돌이도 갇혀있던 공간을 벗어나는 것으로 무대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이야기와 무대를 설명한 뒤 "무대 위에 있던 프레임이 묘하지만 어항같은 느낌을 줄 수 있게 하기 위해 위에서 내려오는 라이트를 구성했다."고 '어항'이란 컨셉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무대 위에 드러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뚜렷하고 독특한 성향을 지닌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캐스팅 또한 화려하며 신선하다.

'사나이' 역에는 정민, 박민성, 오종혁이 출연해 매력적인 비주얼과 가창력 위에 선보이는 정신 없는 연기로 관객에게 웃음을 던진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극을 이끄는 승돌 역에는 유승현, 박정원, 강영석이 출연한다. 승돌이의 엄마로 '차만 파는' 샛별 다방을 운영하는 마담 홍미희 역은 임진아와 임강희가, 전교조 활동으로 낙인 찍혀 교감이 되지 못한 만년 선생 황태일 역에 박정표와 윤석원이, 지리한 현실 속 아름다운 사랑과 영화배우의 꿈을 간직한 김꽃님 역에는 백은혜와 하현지가, 어머니에게 돌아갈 날과 꽃님이에 대한 사랑을 꿈꾸는 청년 고만태 역에 장민수와 김현진이 출연한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나이' 역에는 배우 정민을 제외하면 희극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던 박민성, 오종혁이 출연한다.

 

김태형 연출은 이에 대해 "공간과 장르가 불일치되는데서 오는 재미를 찾으려 했고 '사나이'가 대표적인 캐릭터였다."고 설명하며 "'사나이'는 대극장 주인공처럼 하자는 주문을 많이 한 것 같다. 기껏해야 김치와 라면을 찾고 있지만, 신에게 애원하며 내 고뇌가 느껴지냐고 노래하고 마지막 노래 부를 때도 '유다'나 '예수'라고 생각하며 연기하고 노래해달란 주문을 했다."며 '사나이'란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혔다.

이어 "'사나이'는 그 자체가 너무 유머러스하거나 개인기를 보여주거나 농담 따먹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자기 일에 집중하고 진중하게 밀어붙이는데 그게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유머를 불러일으키는 컨셉을 잡았기에 캐스팅을 할 때 애초에 멋있는 배우들, 대극장 같은 성량과 벨칸토 창법으로 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서 섭외했다."며 캐스팅의 기준을 설명했다.

▲ 승돌 역의 강영석, 유승현, 박정원, 사나이 역의 정민, 오종혁, 박민성 배우.

이렇듯 독특하고 생소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배우들마저 매료시켰다.

오종혁 배우는 "무대 위에선 날라다니다 무대 뒤로 들어가면 창피함이 그제야 느껴진다. 역할과 저 사이의 위화감이 큰 캐릭터기에 저희가 이 역할로 무대 위에 서있고 연기하는 거 자체가 에피소드다. 사나이 대사는 앞뒤를 바꿔서 해도 워낙 입만 열면 거짓이고 허세라서 실제로 공연 중에 가사나 대사를 바꿔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더라. 실수해도 모르는 캐릭터다. 저희가 실수한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며 흥 넘치는 공연 소감을 전했다.

 

박민성 배우는 "정말 저는 개그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따듯하고 감동을 주는 휴먼 장르, 눈물을 자아내는 작품이라 전해듣고 약간 기대하며 '나도 정서적으로 뭔가 강한 작품을 하겠구나' 했는데 대본을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처음 작품을 접한 당황스러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남들 앞에서 이런 많은 관객을 웃겨야 하는 건 제가 아닌 다른 이의 몫이었는데 주도적으로 나서서 하려고 하니까 정말 부끄럽더라. 무대 뒤에 가면 느껴지는 자괴감, 관객 앞에서 발가벗고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가 이걸 웃기려고 하면 안되고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진실로 다가가야 그 상황이 웃기게 받아들여지는 거란 느낌이 어느 순간 들어서 그 뒤부턴 정말 철판을 깔고 미친놈처럼 팔딱거리며 뛰어나디고 있다."며 '사나이'를 표현하는 과정과 느낌을 설명했다.

 
 

정민 배우는 "연출님께서 즉흥적인 걸 많이 열어주셔서 연습하며 어떻게 나올지 서로 감을 못잡아서 웃느라 연습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연습 과정을 밝힌 뒤 "우리만 너무 즐거운 것 아닌가 관객이 어떻게 보실까 했는데 같이 즐겁게 봐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힘들게 연습한 게 보답 받는구나 싶다."는 이야기로 공연 전의 우려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뮤지컬 '빨래'의 빵아저씨 등을 통해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을 선보인 박정표 배우는 "같은 직종의 선수들이 보면 욕먹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면서도 "플롯만 가지고는 스토리가 기승전결이 있다거나 하지 않기에 저희 에너지로 밀어 붙이지 않으면 재미가 반감될 거 같아서 에너지를 다 쓰고 있다."며 '홀연했던 사나이'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밝혔다.

임진아 배우 역시 "'이블데드' 이후 최대치의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사나이에게 저희가 힘을 몰아주지 않으면 사나이가 이상한 연기를 할 때 민망할 거 같아서 에너지를 최대한 몰아주고 있다."고 넘치는 에너지가 작품의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김 연출은 마지막으로 "'홀연했던 사나이'는 뮤지컬로서 한국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코미디, 휴먼 드라마 스타일로 만들고 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주성치 영화 스타일을 만들어 보자는 게 처음 시작이어서 비논리적이고 과하거나 옛날 스타일의 유머를 구사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반대로 세련되기도 하며 끊임 없이 유머를 던지려고 애쓰고 있다. 저희가 웃음으로 여러분 마음을 열어놓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가볍게 툭 던지는 공연이다"라고 전하며 "당분간 찾아보기 힘든 장르가 아닐까 싶으니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는 말로 관객의 성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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