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2일 노가쿠 '하고로모'가 정선 아리랑센터에서 공연됐다.

'노가쿠'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무형 유산의 하나로 '노'와 '교겐'이 함께 어울린 일본의 전통극 장르다.

'노'는 650년 이상 공연된 무대예술형식으로 서민들의 '가부키'와 달리 무사, 귀족 등을 위한 장르다. 신에 관계된 이야기를 성스럽다고 여기는 소나무 무대에서 펼친다. 이는 야외극장에서 시작한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실내에서 공연돼도 이번 정선 아리랑센터의 무대처럼 무대를 그 안에 새롭게 제작한다.

 

오랜 시간을 내려오며 형식이 중요해진 장르기에 감정 표현도 가면의 각도를 통해 드러내는 등 가면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교겐'은 '노'와 함께 짝을 이뤄 '노' 사이에 들어가 극을 가볍게 하고 이해도 돕는 등 익살스러운 역할을 맡는다. 가면도 '노'와 달리 우스꽝스러운 형태다.

▲ 교겐 '붓시' 중 한 장면.

이번 공연은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전통극 초청공연 행사를 통해 한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일중 올림픽 컬처로드' 전통극 초청공연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올림픽 개최국 간의 지속적인 교류 및 문화 협력을 확대하고자 기획된 공연이다.

특히 '노가쿠'를 공연 중인 유파들 중 가장 유명한 'KANZE SCHOOL'이 공연했고 27대 후계자가 최초로 무대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그 의미를 더했다. 그야말로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공연이었던 셈이다.

이날은 교겐 '붓시'가 먼저 공연됐다. 신앙심이 깊은 남자가 자신의 집에 세운 불당에 모실 불상을 찾기 위해 수도로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어진 '노' 공연 '하고로모'는 그 내용이 친숙함을 더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선녀와 나무꾼'과 유사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나온 어부 '하쿠료'가 소나무에 걸린 아름다운 옷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가려 한다. 그러자 바닷물에 목욕 중이던 선녀가 날개옷을 돌려달라 간청하고, 어부는 '선녀의 춤'을 보여주면 돌려주겠다고 한다.

▲ 선녀 역을 맡은 '시테'(주연배우)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어부는 행여나 선녀가 옷을 받으면 도망칠까 걱정하지만, 선녀는 "의심은 인간에게만 존재하고 하늘에는 거짓이 없다"고 하며 옷을 돌려받은 뒤 천상의 나라에 대해 노래하며 봄날의 바다와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날개옷을 나부끼며 춤을 춘다.

▲ 이런 식으로 자막을 통해 극의 흐름을 설명해준다. 완전한 대사 자막은 제공되지 않는다.

'노가쿠'는 걸음걸이 하나도 정해진 형태로 걸어야 하는 극도로 절제되고 양식화된 연기, 가면의 의미 등이 중요한데다 일본어로 공연된 만큼 관객들에게 이야기의 감동을 온전히 전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의 공연이 있다는 것을 인터넷이 아닌 실제 눈 앞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동아시아 3개국의 문화를 피부에 와 닿게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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