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4일 오후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뮤지컬 'THE BROTHERS KARAMAZOV,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이하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쓴 소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방대한 인물이 담긴 이야기를 압축하고 각색해 자식에게 살해당한 아버지 표도르 까라마조프와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스메르쟈코프 네 명의 형제에게 초점을 맞췄다.

김경주 작가와 이진욱 작곡가, 오세혁 연출이 모인 이 작품은 2016년 수현재 작가데뷔 프로그램 '통통통 시즌1'을 통해 발굴됐다. '까라마조프-대심문관'이란 이름으로 2017년 2월과 10월 쇼케이스를 거쳐 개발돼 쇼케이스가 열렸던 수현재씨어터에서 오는 4월 15일까지 본공연을 올린다.

▲ 오세혁 연출

오세혁 연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 '표도르'가 저세상으로 잘 떠나는 과정. 장례 절차에 맞춰 만들고 싶단 상상을 했다. 아들들이 아버지를 두고 부끄러워하고 증오하고 멀리하기도 하며 서둘러 눈을 감겨드리고 염하며 땅에 묻고 꽃을 던지고 물로 씻어내려 하지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흔적이 깨끗하게 씻겨질까? 싶었고 '까라마조프'에는 얼룩, 덧칠이란 뜼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해도 잘 씻어지지 않는 남은 얼룩은 아들들이 계속 깨끗하게 해야하는 것 같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마지막까지 거의 퇴장 없이 아들이 있는건 끝까지 서로의 행동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싶었다."며 쇼케이스를 거쳐 본공연으로 완성된 과정을 설명했다.

표도르 역에 김주호와 심재현, 첫째 아들, 퇴역장교 드미트리 역에 조풍래와 김보강, 둘째 아들, 유학생 이반 역에 강정우와 안재영, 셋째 아들, 견습 수도승 알료샤 역에 김대현과 김지철, 사생아이자 하인인 스메르쟈코프 역에 이휘종과 박준휘가 출연한다. 심재현, 김보강, 강정우, 김대현, 박준휘는 개발과정이 아닌 본공연에서 새롭게 합류한 캐스트다.

 

이에 대해 오세혁 연출은 "캐스팅이 오래걸렸다."고 말하며 "창작진, 제작진들과 함께 많이 논의했다. 1년 동안 준비하며 애정도 생기고 정말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서로 추천하는 배우를 이야기하면 각자 만나보고 노래를 들어보기도 했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어려운 이야기고 깊은 생각이 펼쳐지는 이야기라서 배우들과도 계속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듣고 싶었다."고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정말 농담이 아니라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이 다 좋았지만, 이번 작업은 특히 거의 공연 전날까지도 너무 즐거운 분위기로 했던 것 같다. 어떤 배우는 극장에 와서 이렇게 기분 좋은 적 처음이라고 하셨고 그 마음 변치 않으셨음 좋겠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날 프레스콜은 전막시연과 기자간담회, 포토타임 순으로 진행됐다.

전막시연을 통해 드러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서사적인 개념보다는 말 그대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죽은 표도르가 영혼처럼 등장하며 현재와 회상을 오가던 또 다른 창작 뮤지컬 '카라마조프' 보다 더욱 더 시공간을 초월하며 관객들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나누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그러한 의도를 반영하듯 무대와 형식 역시 100분의 러닝 타임 내내 배우들의 등퇴장을 최소화하고 암전이 전혀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쇼케이스 당시에도 창작진이 밝혔던 것처럼 일종의 의식, 제사처럼 보이는 느낌을 강하게 전했다.

▲ 김경주 작가

김경주 작가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대해 "형제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고 실제 등장 인물은 21명 정도지만, 네 형제와 아버지를 내세워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밝힌 뒤 "개인적으로 원작에서 '대심문관'이란 서사시가 있다. 이반이 극 중에서 쓴 논문인데 그 서사시가 인간 안에 담긴 내면의 순수성, 악마성에 대한 질문이 많이 담긴 텍스트라 개인적인 호기심이 많았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그 대심문관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다."라며 작품의 출발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전했다.

김작가는 이어서 "이 작품 통해 하고 싶던 이야기는 인간 안에 있는 내적 근거들이 사실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욕망이 무척 더럽지만 한편으로 매혹적이다. 그 이중성이 인간에게 다 있는거 아닌가. 신이 우리를 닮았다면 신의 의지가 선한 의지고 그게 아름다움이라 생각했다. 인간이 아무리 악마가 속삭여도 아름다움(선한 의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을 거다. 이런 이야기를 이 작품을 통해 펼쳐보고 싶었다."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통해 하고 싶던 이야기를 밝혔다.

그는 또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 완독하기 어려운 책이다. 저 역시 그랬다. 배우, 음악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논하며 같이 만들어가고 하며 나온 작업이다. 기존의 뮤지컬 문법보단 질문이 많이 담긴 이야긴데 새로운 뮤지컬 형식이랄지 뮤지컬을 통해 교감하는 방식을 고민해보고 싶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고 싶었음을 알렸다.

▲ 이진욱 작곡가

음악감독을 겸한 이진욱 작곡가는 "뮤지컬 넘버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고 넘버보단 음악적으로 만나는 드라마와 합일된 지점에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멜로디. 예를 들어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넘버라면 하나의 송이 있고 폼이 있지만 우린 어떤 게 노래고 어떤 게 드라마인지 이분법으로 나누고 싶진 않았다. 연출님, 작가님과 새로운 뮤지컬 문법을 거창하게 탄생시키자는 거보다는 무엇이 더 잘 어울릴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한 지점이 처음 리딩할 떄 배우님들이 대본을 읽는 순간이 곧 음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걸 많이 반영하려 했다."며 음악 역시 기존 문법에 얽매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만큼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친절하지 않은 면도 있었다.

또 극 후반부에서 이반의 장기간에 걸친 독백은 마치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경주 작가는 "창작진과 계속 공유했던 키워드가 '헛소리'였다. 저는 원작 읽으며 가장 매혹적이었던 건 그 특유의 신경질이었다. 세계에 대해서, 내면에 대해서 이토록 아름다운 신경질을 낼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에 음악과 라임을 더해 관객과 공감하고 싶었고 많은 배역들이 저마다의 키워드를 남발하고 있지만 그걸 바탕으로 세계를 쌓아올리고 있지 않았나 싶어서 근사하고 멋진 헛소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게 의도였다. 그게 이반을 통해 좀 많이 나왔던 것 같다."며 '헛소리'가 작품 자체에서 의미 있는 키워드란 점을 강조했다.

 

오세혁 연출은 여기에 덧붙여 "연출하기로 하며 마음먹으며 꽂힌 두 단어가 '발작'과 '덧칠'이었다."고 밝힌 뒤 "발작이 정말 병의 증세를 말하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자기 생각, 화, 부끄러움, 올바르지 못한 게 있는데 그걸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시대인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어떤식으로든 털어내고 고백하는 순간 발작하듯 울부짖고 울고 웃고 했을 때 사람에게 다가오는 다른 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오히려 깨끗하기만 한 것보다 인간의 아름다운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걸 보여드리려 노력했다."발작이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오 연출은 이어 "덧칠은 무언가를 씻겨내려 한다고 해서 깨끗하게 씻겨내질까? 오히려 계속 덧칠해서 계속해서 좀 더 깨끗하게 만들면 어떨까 했다."고 '덧칠'이란 키워드를 설명한 뒤에 "대단한 원작을 두고 만들기에 욕심내고 오래 생각해서 만들고 싶었다. 두 가지 단어에 꽂혀서 가고 있고 작품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어려움을 위한 어려움이라기보단 원작에 이만큼 다가갔단 생각이 들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몇 년 이상 계속해서 다가가보고 싶다."며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뜻을 밝혔다.

 

또 기존 작품에서 보기 힘든 점으로 무대 위에서 직접 흐르는 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작품 준비하며 마지막에 각자 자기고백 끝나고 아버지가 떠날 때, 그제서야 아버지의 얼굴과 손과 발을 씻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들들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어두운 걸 고백했기에 남을 씻겨줄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연출에 대해 설명하며 "무대디자이너와 이야기할 때 일종의 의식같은 공연이니까 마지막에 경사로 된 무대에서 물이 흐르면 좋겟다. 씻겨주는 물이고 그가 마시던 보드카기도 하고 죽으며 건너는 강이기도 해서 인물들이 뿌렸던 게 다 흘러내리지만 흔적이 남았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 연극계 내 성폭력 고발에서 시작된 이윤택 연출 성폭력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제사, 의식이란 키워드는 이번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설명할 때 중요한 단서 중 하나인데 오세혁 연출은 이를 두고 과거 쇼케이스 당시 연극 '오구'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한 바가 있다. 실제로 그는 이윤택 연출과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작업을 하는 등 이윤택 연출을 향한 존경을 드러낸 바 있다. 그의 희곡집 '레드채플린' 역시 이윤택의 추천서가 실려있다.

오세혁 연출은 이에 대해 "사실 밤을 새고 나왔다"면서 "기사를 읽고 나서 많이 참담하고 분노가 치솟는 상태다. 사실 정말 연극계에서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이신데, 그런 이야기가 들려왔을 때 좀 믿을 수 없었던 거 같다. 연희단거리패 출신도 아니고 해서 이게 뭘까? 싶었다. 많이 참담하고 절망스러운 상태다."라며 이윤택 연출에 대한 당시의 감정을 이야기했다.

 

이어 "저 또한 행동을 해야할텐데 본인이 하신 일에 대해선 책임을 지고 끊임없이 용서를 구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저를 포함 많은 연극계의 인물들도 그 중력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도 어떤식으로 저를 씻어내야할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저도 그런 상처를 누군가에게 준 적 없는지 돌이켜봐야할 거 같다."며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우리 안에 있는 어두운 것, 밝혀내지 못한 걸 밝혀내는 작품이고 배우들, 창작진들과 마지막까지 진실하게 공연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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