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태민 기자] 그야말로 파격이다. '수녀다운'수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술을 마시고 대뜸 삿대질에 고성을 내지르는가 하면 아예 사람 면전에 대고 야한 농담을 일삼는다. 그것도 바로 수녀가! 뮤지컬 '넌센스2'에 등장하는 수녀(nun)들은 남다른 센스를 자랑한다.

고상하고 순결해야 한다는 잘 조여진 코르셋을 과감히 거부하고, 수녀복 밖으로 그들만이 가진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다. 수녀다움에서 저만치 멀어졌지만, 이 넌센스(Nonsense)가 그리 불편하진 않다. 온갖 규율과 통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이 작품이 보여주는 상식에의 도전은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다.

'넌센스2'는 호보켄 수녀원의 수녀들이 지난해 있었던 성공적인 자선 콘서트를 기념해 감사무대를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 다섯 수녀들은 그들이 가진 욕망을 숨기지 않고 표출한다.'

 

자애로움의 대명사라도 되는 마냥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원장수녀 메리 레지나는 자신보다 예쁘고 특출한 재능에 질투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녀원의 영원한 2인자로 군림하는 허버트는 시종일관 큰 목소리와 거친 태도로, 생각에 없던 고해성사를 절로 하게 만든다.

수녀원의 주축이 되는 이 두 인물은 ‘수녀’라는 단어가 주는 정적이고 절제된 느낌과 아주 많이 동떨어져 있다. 수녀복이 주는 근엄한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종일관 우스꽝스럽게 행동한다. 그 차림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때는 '아뿔사' 싶기도 하다.

반면, 사근사근한 말투와 조신한 걸음걸이로 "수녀라면 이래야지"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아주 흡족하게 하는 인물도 있다.

겉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이들도 정상이 아니라는 건 누구라도 알아챈다. 음악회에서 솔로 무대를 꿈꾸며 이박사 노래를 열창하는 로버트나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리 찢기를 선보이는 전직 발레리나 메리 레오, 컨츄리 콘테스트 수상에 빛나는 엠네지아까지. 통통 튀는 재기발랄함으로 무장했지만 이 역시 수녀에 어울리는 매력이라고 하긴 어렵다.

저런 이들을 과연 수녀라고 할 수 있단 말이냐, 하고 의문을 품는 사람이 더러 있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수녀이기 전에 한 인간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면 수녀이길 강요하는 시선과 편견이 그녀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닫게 된다.

기도하는 자세가 노래하고 춤추는 일상보다 더 나은 삶이라고 단언할 수 없음을 그제야 느낄 수 있다. 이 뮤지컬은 수녀원과 수녀를 규정하고 있던 우리들 머릿속의 상식을 완강히 부정함으로써 도리어 내가 속한 사회의 상식을 곱씹어보게 한다. 비상식으로 배제될 것이 두려워 나다운 삶을 포기하는 대중들에게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게 와 닿는다.

 

한편, 이야기는 엠네지아가 사실 프란체스코회 소속이었다는 반전이 드러나면서 예측 불가능한 양상을 보인다. 이 한바탕 소동 가운데 드러나는 속물적 본심과 계산적 행동은 또 한 번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뮤지컬 '넌센스2'는 25주년을 맞아 더욱 다채롭게 트렌디한 코드로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탄탄한 구성과 흥을 돋우는 뮤지컬 넘버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대학로에서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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