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연극계 내 성폭력 아카이빙'이 필요하다.

최근 이윤택, 오태석, 이명행, 조민기 등에 이어 한명구, 윤호진, 조재현 등 다양한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연일 터지는 사태에 대중은 분노하면서도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는 연극계, 공연계 내부가 그만큼 심하게 변질됐다는 점이 1차적인 문제이며 일부 언론의 부적절한 보도 관행이 2차 문제로 보인다. 언론 측에서 사실 더이상 '일부'라고 부르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 ⓒ네이버 뉴스 검색

모 언론에서는 노골적으로 검색 '키워드'를 성폭력 관련 기사에 얹어서 보도한 뒤 내용을 수정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어디선가는 이미 밝혀진 내용을 익명 처리해 그럴듯하게 포장한 뒤 [단독]으로 보도한다.

피해자를 특정짓는 행동 등 외에도 이런 형태의 불필요한 재생산이 과연 피해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withyou'인지 돌아봐야 할 상황이다.

또한 동시다발적인 피해자들의 제보로 인해 각각의 제보에 연대와 응원의 힘이 모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1일 오후 '2018 #metoo 아카이빙'을 만들었으나 다양한 분야의 사례가 모여 그 힘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연극계 내 성폭력' 아카이빙을 따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한국여성의전화 SNS

아카이빙은 기록물을 모아둔 곳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무작위로 자료를 모으는 것이 아닌 검색 등에 용의한 선별된 자료를 의미한다. 각 가해자별 증언, 폭로 등을 정리함과 동시에 그들을 결코 잊지 않는 방식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2차 가해자가 된 언론에게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하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결코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편이 될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짓는 행위 등을 엄금해 2차 피해를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이러한 활동을 통해 현재 각 상황, 사정으로 구체적으로 실명을 걸고 연대의 뜻을 표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피해자 보호와 응원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면 연희단거리패의 경우 빠르게 해체를 선언하며 그들에 대한 흔적을 지우고 있다. 이윤택 씨 등 가해자에게 협력했던 지역 기관들 역시 빠르게 '이윤택' 거리를 철거하는 등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아무일 없던 것처럼' 만들면 안된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예술계, 교육계에 남겨 더는 그런 괴물들이 생기지 못하게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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