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3층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서울시극단의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오정화 홍보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제작발표회는 2015년부터 지속된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에 대한 소개와 함께 '너와 피아노', '나의 엘레닌' 두 작품의 소개 및 주요 장면 낭독과 기자간담회로 이뤄졌다.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은 장막 또는 단막희곡 1편 이상 발표 이력이 있으며 활동기간 내 장막희곡 1편 집필이 가능한 만 35세 미만의 극작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즉 완전 신인을 데뷔시키는 것이 아닌 이미 데뷔했으나 현재 국내 공연계의 특성상 활동이 여의치않은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 김광보 예술감독

서울시극단의 김광보 예술감독은 이날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젊은 작가들이 소모품이 되거나 공연을 올리기도 전에 연극계를 떠나는 현실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을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창작플랫폼은 경쟁구도로 가지 않았다"며 경쟁을 통해 작품을 탈락시키는 게 작가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체체파리'의 송경화 작가는 이에 대해 "멘토인 고연옥 작가님이 이 작가가 이 작품을 '어떤 의도'로 쓰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그 의도가 드러나는 길을 함께 잘 찾아내셧다고 생각한다."며 작가에 대한 존중이 있다는 점을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편, 이날 많은 이의 관심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연출에게 쏠렸다. '이윤택 성폭력 사태'의 주요 폭로자 중 한 명인 김 연출은 사전에 '창작플랫폼' 관련된 질문만을 받겠다고 했음에도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피할 수 없었다.

▲ 김수희 연출

기자들이 "최근 사태로 인해 한국 연극이 무너졌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김 연출은 조심스럽지만, 위축되지 않은 태도로 "한국사회에 만연한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였고 거기에 취약한 예술계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여성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상황을 정리했다.

김광보 예술감독 역시 "연극의 민낯이 까발려졌다고들 말씀하시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리셋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변하며 한국 연극의 희망이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너와 피아노'와 '나의 엘레닌'은 초현실적인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만화에서 볼법한 스타일로 일상적인 설정 속에 던져지는 과감한 사건이 눈길을 끌었다.

▲ '너와 피아노' 낭독 장면

'너와 피아노'는 강압적인 피아노 선생과 그녀의 총애를 받는 제자 '윤슬', 그리고 '윤슬'을 동경하면서도 자신의 현재 처지에 안도하는 '소은'과 '여진'의 이야기를 통해 구조 속 개인의 선택을 다뤘다. 선생의 총애를 받으면서도 선생을 거리낌 없이 대하고 임신 소식을 밝히는 윤슬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나의 엘레닌'은 반복되는 일상 속 무기력한 삶을 사는 '승율'과 과학교사가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 '엘레닌'의 존재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렸다.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은 이외에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담아냈으며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창작극 '체체파리'와 임시교사인 자희와 그녀가 중학교 때 자살한 친구 영훈의 어머니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창작극 '네가 있던 풍경'까지 총 4작품을 공연한다.

'너와 피아노'는 3월 15일부터 18일, '나의 엘레닌'은 3월 22일부터 25일', '체체파리'는 3월 29읿부터 4월 1일, '네가 있던 풍경'은 4월 5일부터 8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나의 엘레닌' 낭독 장면

김광보 예술감독은 "비슷한 연배의 다른 작가들이 거대담론을 많이 이야기한다면 젊은 작가들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걸 통해서 그 안에 숨어있는 거대담론을 꺼낸다"며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임을 밝혔다.

또 이번 기자간담회는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광보 예술감독과 민새롬 연출을 제외하면 간담회에 참여한 6명의 작가, 연출가가 모두 여성이었던 것. 김광보 예술감독은 이에 대해 "특별히 의도하거나 경향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작품 자체만이 선정대상이었음을 밝히며 다른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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