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1일 오후 홍대 MHN미디어센터에서 배우 윤재인과 인터뷰를 가졌다.

윤재인은 우리에겐 사실 스포츠 아나운서로 더 익숙한 이름이다. KBS N SPORTS 아나운서였던 그녀는 '아이러브베이스볼' 등 회사 간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귀여운 외모와 영어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2016년부터 프리랜서로 전향해 '침묵', '골든 슬럼버' 등의 작품으로 배우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신인 배우' 윤재인이 이번에는 연극 '옐로우 하우스'를 통해 첫 연극에 도전한다.

오는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아름다운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옐로우 하우스'는 한 시대를 가장 뜨겁고 극적으로 살아낸 청년 예술가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년문제와 사회문제에 끊임 없이 화두를 던져 온 극단 '99도'가 극단 '잎새'와 만나 뜨겁게 부딪친다. 홍승오 극단 '구십구도' 대표가 제작을 총괄하고 이상범 극단 '잎새' 대표가 극본과 연출을 맡는다. 홍승오, 박세화, 김영호, 김민우, 윤재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옐로우 하우스'는 2018년 3월 8일 기준으로 극단 '잎새' 측의 문제로 제작이 중단됐다.

'우리 연극'이란 말을 몇 번이나 꺼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또랑또랑한 말투와 눈빛으로 인터뷰어까지 빨려들게 만든 매력적인 신인 배우 윤재인과 나눈 이야기.

▲ 연극 '옐로우 하우스' 포스터

스포츠 아나운서에서 시작해 배우까지 된 과정이 궁금하다.

ㄴ 원래부터 연기에 관심이 있었어요. 아나운서 되기 전에 단편, 독립영화 배우로도 출연했었죠. 아나운서 시험을 본 것도 단편영화 감독님이 카메라에 찍히는 모습에 아나운서 느낌이 있다 해서 도전하게 됐었어요. 이쪽 분야에는 늘 관심이 있고 좋아했다가, 퇴사 후부터 웹드라마, 영화, 연극까지 연기의 폭을 넓혀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연극 '옐로우 하우스'에 출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작은 극단 작품에 참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어떻게 알게 됐나.

ㄴ 예전에 '날개'라는 단편 영화를 찍었는데 같이 출연했던 배우 친구에게 연락을 받고 하게 됐어요. 저는 늘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뮤지컬을 하기에는 노래 실력이 안 되고요(웃음). 연극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예 다른 분야의 사람이 연극을 하기엔 접근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일이 너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또 극단을 소개해준 친구가 '옐로우 하우스'에 대해서도 너무 좋은 작품이라고 추천했고 작품을 맡은 이상범 작가도 인정받는 젊은 연극인이어서 신뢰가 갔죠.

작품 참여하기 위해 미팅했던 경험에 대해서 듣고 싶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ㄴ 사실 뭔가 자세히 묻진 않았어요. 역할이 캐스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들과 제가 다같이 모였어요. 대본을 받고 가볍게 리딩하면서 레이첼과 조안나 두 여자 배역 중 어떤 역이 어울릴지 찾아갔죠. 그 결과 조안나로 캐스팅 됐던 거죠. 우리 연극 같이 하시는 분들 너무 좋은 게 인간적이고 따듯하고 밝아요. 극단 '잎새'도, '구십구도'도 제 또래라서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제일 나이 많은 배우도 저랑 3살 정도 차이여서 비슷한 또래끼리 좋은 연극 올려보자는 마음으로 모여서 서로 조금이라도 돕고 이끌어주고 있어서 무척 많이 배우고 잘 만들어지고 있어요.

 

윤재인이 본 연극 '옐로우 하우스'는 어떤 작품인지?

ㄴ 일단 '반 고흐'와 '폴 고갱'의 9주간의 동거 이야기에요. '고흐'는 예술공동체를 꿈꿨어요. 그래서 드가, 모네, 고갱, 기요멩 등등 당시의 화가와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그걸 판매한 수익으로 다같이 먹고 사는 이상적인 공동체. '옐로우 하우스'를 꿈꿨죠. 그곳에 폴 고갱이 합류하며 둘이 그걸 꿈꾸고 계획하며 벌어진 일들을 다룬 작품이에요.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참 유명하고 그 이야기 자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여러 인물들이 더 등장하는 것 같은데.

ㄴ 네. '옐로우 하우스'는 사실 실화를 기반으로 안의 내용을 새롭게 풀어낸 '팩션' 작품이에요. 실제 있던 일과 완전 똑같다고 할 순 없는데, 그런 걸 반영해서 풀어냈죠. 실제 이야기를 어디까지 하고 인물들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만들어낼까? 이런 것을 고민하는 중이에요. 이상범 연출이 최대한 배우와 많이 토론하며 동의를 이끌어내고 공감을 얻어 극을 완성해가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썼어요'라고 하기보다 배우들의 의견을 받아보고 심도 깊게 토론해서 극의 방향을 수정하면서 가고 있어요. 좀 더 '우리의 연극'이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서 애착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대본 읽었을 때의 느낌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ㄴ 일단 재밌어요. 총 5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분명해서 누가 나오든, 어떻게 부딪치든, 어떤 장면이든 스릴이 넘치는 느낌이에요. 화가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지루하지 않을까 싶잖아요. 그런데 제가 이 작품을 보면서 저 뿐만이 아니라 함께 토론한 모든 배우들이 느낀 건 '우리 이야기' 같다는 거 였어요. '그림만 그려서 먹고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건 사실 배우들도 '연기만 해서 먹고 살면 어떨까?' 싶잖아요. 하지만 대부분 연기를 위해서 연기 외의 일들을 해야하고요.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 아닐까 싶어요. 등장인물도 우리 곁에 있을 법한 현실을 짚어주는 사람. 지지하는 사람 등이 그대로 반영됐어요. 결국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무척 공감되고, 그래서 다들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극에서 맡은 '조안나'는 어떤 역인지.

ㄴ '조안나 봉제르'는 '테오'의 아내고 아이도 임신한 상태에요. 고흐에게 현실적인 면을 짚어주려는 인물이죠. 그래서 저희도 처음엔 좀 더 날카로워야할까 싶었는데 토론하면서 보니까 어쩌면 우리 다섯 중에 관객들이 가장 공감하는 인물은 조안나가 아닐까 했어요. 이상범 연출도 그래서 '조안나'를 악역처럼 표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고흐'를 압박하긴 하지만 이 시대에서 예술인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

윤재인과 조안나의 닮은 점은 뭘까.

ㄴ 저만 닮았거나 공감된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배우들도 연극만 할 수 없고 하니 다른 일도 하고 알바도 하고 하면서 살잖아요. 그렇기에 윤재인 외에도 심지어 배우들조차도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인 거 같아요. 고흐는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니까요. 공연을 보는 분들이라면 '반 고흐'에게도 공감이 가겠지만 '조안나'는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사실 연극 출연을 이슈를 위해 한두 번씩 '이벤트'성으로 도전한 배우들도 있었다.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 할 의향이 있는지.

ㄴ 계속 할 수 있다면 너무 영광일 것 같아요.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 연극부 활동을 했었거든요. '앞으로도 연극하실 거에요?' 라고 하시면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릴 거에요. 굳이 티내고 싶지 않아서 예전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나운서 시절에도 연기레슨을 계속 받았어요. 지금도 계속 받고 있고요. 제가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면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음 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맞아요. 그래서 계속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요. 신인 배우의 자세로 프로필도 돌리고 있어요. 연극도 계속 보러 다니고 있고요. 이번 '옐로우 하우스'가 제게 '좋은 기회! 대박!' 이런 게 아니라(웃음) 제 근처에 계속 있던 것 같아요.

이미 영화 등에 조금씩 얼굴을 비치고 있는데 연극을 하면서 다르다고 느낀 점을 꼽자면.

ㄴ 제일 다른 건 발성 같아요. 처음 리딩 때도 남자배우들 발성만 들었는데 정말 쩌렁쩌렁하더라고요. 울림이 큰 목소리였는데 아나운서 발성과도 또다른 면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계속 도움받아서 발전시키는 중이에요.

 

관객으로서 이 공연을 어떻게 봐야할까? 관전 포인트를 알려달라.

ㄴ 몰입해서 보실 것 같아요. 하지만 긴장감이 있다고 해서 어둡지는 않아요. 에너지가 있어요. '반 고흐'의 이상과 현실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조차 '반 고흐'의 의견이 옳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인물들의 에너지가 계속 부딪치며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극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이 '옐로우 하우스'를 통해 본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인 것 같아요.

윤재인이 생각하는 '빈센트 반 고흐'는?

ㄴ 안쓰러우면서 대단한 사람이에요. 당시 파리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고 동생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잖아요. 사람이라면 의식주가 더 중요할 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과 순수한 애정을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대단하면서도 그런 순수함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안쓰럽다는 말이 계속 있어요. 근데 그러면서도 대단하고요. 내일 먹을 빵을 포기하면서라도 그림을 그리겠다는 말이 정말 열정과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니까요. 지금 시대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참 드물텐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란 걸 알아서 더 감정이입되는 것 같아요. 예술하는 사람들의 가슴 깊숙이에 있는 꿈 같은 걸 실현하기 위해서 행동을 해봤던 사람이니까요.

 

연기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ㄴ 신인이니까 계속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연기하며 알게된 게 저란 사람의 캐릭터가 의외로 푼수같은 쪽으로 어울릴 거 같아요. 아나운서 시절엔 '아나운서'란 이미지에 그런 면이 많이 가려졌던 것 같아요. 의식해서 가렸던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코믹한 배역에도 도전하고 싶고 가릴 것 없이 해가면서 제 감정을 찾아가고 싶어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ㄴ 액션이 해보고 싶어요. 경찰이나 여형사처럼 센 역할.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요. 최근에 '미스티'나 그런 걸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어요(웃음). 사실 복싱이나 수영 같이 운동하는 거 좋아해요. 답답하면 동네 나가서 달리고 그러거든요.

 

'#미투' 운동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여성 인권을 비롯한 각종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여성 배우를 꿈꾸는 입장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 같은데.

ㄴ 저는 이게 비단 연극계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연극계에서 크게 터진 상황이라서 이슈를 받는 거고요.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인권 등이 아직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생각해요. 여성으로서 스스로 많이 느낀 건 예전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았고 주변 남자들도 피해 여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댓글도 그렇고 주변의 반응도 많이 달라졌어요. 저희도 연습이 끝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심도 깊게 토론했는데 남자 배우들도 다같이 하는 말이 이젠 터질 게 터졌고 우리 세대에서 바꿔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안되면 뒤에서라도 바꿀 수 있게 기반을 바꿔야되지 않겠나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이렇게 시대가 바뀌는 구나. 우리가 과도기에 있구나. 씻겨나가야할 것들이 씻겨나가는 상황이구나 싶었어요. 예전에는 사실 언론의 보도나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등이 미흡했지만, 미흡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제 이런 사태를 겪어가고 많은 여성들이 용기내고 남성도 함께 연대하면서 다같이 바꿔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공연을 기다릴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ㄴ 프로로서 연극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서 아무래도 무대 위의 제 모습이 저도 기대가 되고 궁금해요. 당연히 긴장도 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프로니깐 배우는 자세로 하고 있다는 말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배움이 준비돼서 보여줘야하니까요. 하지만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고 있으니 3월 말 공연 올릴 때쯤엔 최고의 컨디션으로 관객분들 만날 자신이 있어요. 많이 와서 봐주시면 좋겠어요. 공연 보러 오실 때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이 시대 많은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넓은 마음으로 봐주시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대에 선 저를 낯설어 하지마세요(웃음).

 

some@mhnew.com [장소제공] 해리스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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