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Q. '군도', '명량'등에 묻혀 국내에서 그리 눈길이 가지 않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미국에서는 진짜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블록버스터급 히어로물 같은데, 얼핏 보면 미국식 B급코드물 같기도 하고…마음 편하게(?) '마블의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될까요? 

   
 

1988년 어머니가 병사한 직후 욘두(마이클 루커 분)에 납치된 피터(크리스 프랫 분)는 우주를 떠도는 무법자로 성장합니다. 신비한 능력이 숨겨진 오브를 훔친 피터는 욘두는 물론 사악한 로난(리 페이스 분)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피터는 로난의 명을 받은 가모라(조 샐다나 분), 현상금 사냥꾼 로켓(브래들리 쿠퍼 분)과 그루트(빈 디젤 분) 콤비, 그리고 가족을 로난에 잃은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분)와 아옹다옹하며 한패가 되어갑니다.

 

마블판 '스타워즈'

마블의 또 다른 슈퍼 히어로를 영화화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우주를 배경으로 개성 넘치는 5인의 모험을 묘사합니다. 가모라는 피터가 훔친 오브를 노리며, 로켓과 그루트는 생포에 현상금이 걸린 피터를 노린다는 점에서 악연으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말의 인연도 없던 인물들이 악연이 시발점이 되어 하나로 뭉치기에 로난은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그들을 '은하의 수호자' 즉 영화의 제목이 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라 부릅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말이 '나는 그루트(I am Groot)'였던 그루트가 동료들을 위해 희생하며 남긴 마지막 말이 '우리는 그루트(We are Groot)'인 것도 동료애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입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험을 겪는 와중에 강한 동료애로 뭉치는 줄거리의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점에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을 연상시킵니다. 결말에서는 자막을 통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돌아올 것이다'라며 후속편을 분명히 예고합니다. 시리즈화 역시 '스타워즈'와의 공통점이며 5명의 주인공을 모두 전면에 내세운 복고적인 포스터 또한 '스타워즈'와 흡사합니다.

냉소적인 표정의 이기적인 바람둥이이지만 내면은 따뜻해 동료를 사랑하는 주인공 피터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삼부작의 한 솔로를 연상시킵니다. '고대인'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버지의 정체가 숨겨져 출생의 비밀을 지닌 설정은 아나킨 스카이워커, 혹은 루크 스카이워커와 닮았습니다. 하지만 루크 스카이워커와 달리 피터는 아버지의 정체에 무관심합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죽은 어머니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이른 죽음 또한 스카이워커 부자와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수다스럽고 거친 로켓과 과묵하면서도 속 깊은 그루트 콤비는 역시 '스타워즈'의 한 솔로와 추바카 콤비, 혹은 C-3PO와 R2-D2 콤비를 떠올리게 합니다. 잔다르의 상공에서 로난의 거대 우주선 다크 애스터를 저지하려는 공중전이 펼쳐지는 와중에 가모라가 자매와도 같았던 네불라(카렌 길란 분)와 육박전을 벌이는 장면이 삽입되는 클라이맥스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단골 연출 방식이기도 합니다.

1970~80년대의 향수 자극

소년 피터가 욘두의 우주선에 납치되는 장면의 조명과 영상의 분위기는 스필버그의 초창기 SF 영화 '미지와의 조우', 'E.T.'와 유사합니다. 2011년 작 '슈퍼 에이트'를 통해 J. J. 에이브람스가 철두철미하게 오마주한 바로 그와 같은 영상입니다. J. J. 에이브람스는 내년에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7'의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피터가 오브를 훔치는 장면의 연출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레이더스'의 서두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원주민의 보물을 훔치는 장면과 흡사합니다.

베네치오 델 토로가 분한 티반이 등장하는 별 노웨어의 음습하며 무정부주의적인 분위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걸작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 된 서기 2019년 LA와 유사합니다.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된 엔딩 크레딧 후 추가 장면에는 티반의 소유물 중 하나로 1986년 영화화된 하워드 덕이 깜짝 등장합니다. 전반적으로 1970년와 1980년대 영화들의 향수를 일깨우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음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피터는 애장품 워크맨으로 어머니와 함께 듣던 1970년대 및 1980년대의 팝음악으로 가득한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 1탄(Awesome Mix Vol. 1)'의 카세트테이프를 애청합니다. 입체화로 일신한 붉은색 마블의 로고가 제시되기 전 소년 피터는 어머니의 임종 직전 10CC의 'I'm Not in Love'를 듣습니다.

피터는 전용 우주선에 카세트 데크도 설치해 동일한 테이프를 26년 이상 들어온 것으로 묘사되는데 과연 26년 동안 테이프가 어떻게 늘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극중의 주인공들은 아이언맨이나 토르를 비롯한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초능력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초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는 26년 동안 반복 재생해도 늘어지지 않고 버틴 카세트테이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피터가 뒤늦게 포장을 뜯어보는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은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 2탄(Awesome Mix Vol. 2)'의 카세트테이프입니다. 피터가 '스타로드(Star-Lord)' 즉 '우주의 제왕'이라 자칭하는 이유도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가 시발점입니다.

캐스팅도 볼거리

1990년대 이후의 SF 영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들도 존재합니다. 피터가 착용하는 가면과 붉은색 재킷, 그리고 그의 비행 장면은 1991년 작 '로켓티어'의 타이틀 롤 로켓티어와 닮았습니다. 오브를 훔치는 초반 장면에서 몸을 뒤로 눕히며 상대의 저격을 피하는 장면은 '매트릭스'의 너무나도 유명한 총탄 피하기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살아 움직이는 나무 그루트는 '반지의 제왕'의 엔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로레슬링 WWE의 스타 데이브 바티스타가 연기한 근육질의 거구 드랙스는 먼저 영화화된 마블의 슈퍼 히어로 헐크나 '판타스틱 4'의 벤 그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바타'와 '스타트렉'에 이어 또 다시 SF 영화의 히로인이 된 조 샐다나는 여전사 가모라로 등장합니다. 욘두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이 '아바타'에서 조 샐다나가 분장했던 파란색 피부를 지닌 것과 달리 가모라의 피부는 초록색인 것도 이채로운 설정입니다.

글렌 클로즈, 존 C. 라일리, 베네치오 델 토로 등 조연들도 화려합니다. 로난 역의 리 페이스는 '호빗' 삼부작에서 레골라스의 아버지 스란두일로 출연 중입니다. 브래들리 쿠퍼와 빈 디젤은 물론 타노스 역의 연기와 목소리를 맡은 조쉬 브롤린도 눈에 띕니다.

후속편을 위한 포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유쾌한 오락 영화입니다. 폭력의 강도가 강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분위기도 가볍고 발랄해 미성년자 관객이 즐기기에 부담이 없으며 중년 이상의 세대는 1970~80년대의 영화 오마주와 팝음악으로 인해 익숙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세대의 관객을 아우르는 것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매력입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 피터와 로켓이 탑승하는 산업용 포드가 전투용 포드보다 더욱 강력한 장갑을 지녔다는 설정입니다. 피터와 로켓은 육탄돌격으로 전투용 포드를 박살내며 위기를 돌파합니다. 그러나 전투용 포드가 산업용보다 장갑이 약하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2017년 개봉 예정인 후속편에서는 화분에서 부활한 그루트가 젊은 모습으로 재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피터의 아버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터가 성인이 된 후 등장하지 않았던 지구가 후속편에서 다뤄질 수 있습니다. 로난이 최후를 맞았지만 '어벤져스'의 엔딩 크레딧 후 추가 장면에 등장했던 타노스가 여전히 건재한 것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후속편 혹은 마블의 또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를 위한 포석입니다.

마블의 창시자 스탠 리는 초반부에서 젊은 여자와 희희덕대는 노인으로 등장해 로켓의 빈축을 삽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제작 과정에서 너구리와 나무를 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익살스런 자막도 보입니다.

[글] 아띠에터 이용선 artietor@mhns.co.kr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운영자. 영화+야구+건담의 전문 필자로 활약 중.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