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20일 오후 2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이 오랜 친구들,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양으로 돌아온 '재하'(류준열)와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진기주)을 만나 함께 보내는 특별한 사계절을 그린다.

 

4계절 풍광을 모두 담은 것이 특징이다. 촬영하면서 에피소드 많았을 것 같은데. 긴 기간 동안 촬영하면서 변화가 무엇이 있었고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지?

임순례 감독 : 한국의 사계절을 담아야 하고 영화에서 보셨겠지만, 사과꽃, 누렇게 익어가는 벼, 산수유, 탐스럽게 열리는 사과, 토마토 등이 영화상으로 보여져야 됐다. 일 년 내내 상주하면서 찍을 수가 없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찍어야 하다 보니 비와 눈을 기다렸다가 찍어야 하고 해서 고충이 있었다. 지나고 나니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벼 세울 때이다. 영화에서처럼 김태리 씨가 다 세운 게 아니다. (웃음) 스태프들이 들어가서 했다. 난생처음 벼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한꺼번에 20명 넘게 들어가서 했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해야 따라 들어오기 때문에 먼저 들어갔다. 제작팀이나 연출팀이 뭐가 뭔지, 어느 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몰라서 문소리 씨랑 김태리 씨가 토마토 먹는 장면에서 뒤에 하얀 꽃이 참깨꽃인데 안개꽃이라고 한다던가, 아카시아 꽃 꺾어오랬는데 등나무 꽃을 꺾어오거나 하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강아지에 대해) 성견은 '진원'이고 아기 강아지는 '오구'가 겨울 시즌에 같이 찍어야 했다. 큰 강아지와 작은 강아지를 같이 찍어야 했는데 '진원'이는 카라(임순례 감독이 대표로 있는 동물보호시민단체)에서 개 농장으로부터 구조한 아이이고 멋있게 성장했다. '오구'는 천안에 있는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임시 보호하고 계신 분이 있어서 피디랑 제작 실장이랑 '오구' 2개월 때 보러 갔다. 그 집에 4남매가 있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마리는 암컷이어서 성견(진원)이 수컷이다 보니 할 수 없이 '오구'가 선택됐다. 원래는 겨울만 찍고 입양을 보내고 청소년 백구는 다른 아이를 찍으려고 했는데 피디가 입양하고 우리랑 너무 정이 들어서 원래 예상을 깨고 봄, 여름까지 찍었다. 우리와 같이 성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렇지만 '오구'가 지금 우리 곁에 온 지 거의 만 일 년인데 잘 자라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걸 보면 너무 행복하다.

 

영화 전반에 요리 장면이 돋보인다. 평상시 볼 수 없는 독특한 요리들이 나오는데 영화 만들 때 요리 만드는 방식은 무엇이었나?

임순례 감독 : 요리 선정이 굉장히 중요했다. 시루떡이나 막걸리 같은 한국적인 요리나 전통 요리 등과 젊은 층이 좋아할 수 있는 크림브릴레, 파스타도 했다. 요리는 엄마의 기억과 관련된 요리, 곶감, 밤조림 등 집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따른 요리, 친구들과의 관계 회복, 관계 형성을 좋게 하기 위해서 선정된 요리도 있고, 정서에 맞는 계절에 맞는 요리로 설정했다.

요리 선정은 프리 프로덕션에서 이미 결정이 됐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분이 시연해주셔서 비주얼 확인하고 요리 만드는 과정을 전부 김태리 씨가 스튜디오에 가서 전체를 익혔다. 현장에서 어색하거나 서툴지 않게 미리 요리를 다 했다.

 

직접 만들고 연기했다고 했는데 신경 쓴 부분은?

김태리 :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얼만큼 능숙해야 하는 것이었다. '혜원'이한테 주는 요리는 특별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 프로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야무지게 해야 했다. 나름 자기 요리를 개발해서 먹으려는 친구니까 그런 것들이 잘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팀이 영화에 함께 해서 뭔가 할 때 항상 먼저 보여달라고 하고 어떤 식으로 해야 능숙해 보이고 재빨라 보이고 맛있어 보이는지 묻고 익혔다.

 

친구들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오랫동안 죽마고우인데 살리기 위해 어떤 부분에 포인트 줬나?

진기주 : 셋이서 실제로 친해지는 것만큼 편하고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걱정했는데 이상하게 두 분한테는 낯을 가리지 않게 되더라. 두 분도 처음 봤을 때부터 편안하게 첫날 바로 말을 놨다. 실제로 친한 것이 가장 신경 썼던 거고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류준열 : 아무래도 지방에서 촬영하다 보니 숙소 생활 하면서 가까워진 것 같다. 보통 촬영 끝나고 나면 각자 스케줄 있는데 각자의 스케줄을 공유하는 것만큼 쉬운 게 없는 것 같다. 아침은 혼자 먹었는데 저녁은 늘 같이 먹었다. (아침에 류준열이 새벽 다섯 시에 식사해서 김태리와 진기주 둘이 식사를 같이 했다고 한다)

김태리 : 호흡이라기보다 시골에서 소꿉친구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거기서 낳아서 자라서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느낌이 어떻게 하면 들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이 우려스러웠었는데 두 분 다 자연 친화적이고 시골에 잘 어울려서 무리 없이 잘 녹아든 것 같다.

 

사년만에 복귀작으로 연출했다. 어떤 메시지 전달하고자 했는지?

임순례 감독 : 사실 감독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영화를 보시는 분마다 가져가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에 말로 규정하기가 조심스럽다. 우리들이 도시에서 사는 방식들이 다들 너무 비슷비슷하지 않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회사 가서 돈 벌고,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에 늦게 들어오고, 매일 쉴 시간 없이 피곤하고, 지하철에 사람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너무 지치고 피곤하고, 도시에서 보면 웃거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너무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하다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좀 보면 새롭게 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했다. 굳이 말씀드릴 수 있는 메시지라면 그런 정도일 것 같다.

 

진기주 첫 영화 출연 소감을 듣고 싶다.

진기주 : 후반 작업하실 때 잠깐잠깐 봤던 것을 제외하고 전체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다. 이런 자리가 어떤 자리일까 신기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나란히 셋이서 보니까 너무 재밌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는 건데 친구들 나오는 장면만 봐도 너무 좋았다. 너무 그때가 생각나서 신기하고 좋았고 상영관 안에 보고 계신 분들이 영화를 보면서 웃어주실 때 깊이 몰입해주시는 게 공기로 느껴져 너무 행복했다. 영화를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상상만 했던 건데 실제로 알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고 좋다.

 

극 중에 재하가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돌아오는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공감한 부분이 있는지?

류준열 : 그동안 모든 배역을 준비하면서 100% 공감하고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촬영하는 내내 조금씩 '재하'를 알아가면서 보낼 때 즘에는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보냈는데, 매번 작품마다 그런 것 같다. '재하'같은 경우에는 '혜원'의 동네 친구로서 '혜원'에게 영감도 주고 아픈 말도 하고 위로도 해주는 역할이었는데 실제로 주변에서 친구들한테 그런 역할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농담 삼아서 '해결사'라던가 '한방이 있는 친구'라고 얘기하는데 가장 힘들 때 계속 솔루션을 주는 역할을 한다. 데뷔 전에는 영화하고 연기하고 연출하는 친구랑 어울렸다면 데뷔하고 나서는 동네 친구들을 더 많이 찾았던 것 같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예전에 호흡했던 그 시간을 갖고 싶었고 그리웠다. 데뷔하고 외로웠던 순간에 이 영화를 하면서 이 친구들을 만나고 동네 친구들과 같이 일하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큰 위로를 받았고 극 중 안에서 '혜원'과 '은숙'이 갖고 있던 고민을 같이 나누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이런 환경친화적인 촬영은 처음일 것 같은데 다른 촬영장과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김태리 :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감독님 만나서 프리하고 준비할 때부터 그런 뉘앙스가 많이 환경친화적이었다. 현장에서도 역시나 굉장히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 개인적으로도 많이 변화한 것 같고 그런 종류의 생각이 공부라는 것보다 경험으로서 자연스럽게 변했던 것 같다. 생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연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하는 것들,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감독님의 힘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 현장에서 에피소드 관련해서 많았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밭일을 하니까 어떤 작물이 어떨 때 심겨서 어떨 때 자라나고 어떤 것에 약하고 어떤 것에 강하게 자라나고 또 어떨 때 맛있는지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던 게 즐거웠다.

진기주 : 그렇게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느꼈던 게 촬영하는 기간 동안이 유일한 것 같다. 진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던 것은 여기서는 한 번도 못 했던 건데 그곳에서는 늘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조금 걱정은 했다. 내가 시골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좋았다. 그 안에 내가 있다는 게 좋았다. 촬영하면서 힐링하고 온 느낌이다.

 

영화 분위기에 맞게 환경 관련 사회적 활동도 하고 최근에 아프리카 가서 봉사도 하는 행보가 있다. 이런 사회적 활동이 배우 류준열이나 인간 류준열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줬나?

류준열 : 시나리오를 읽고 임순례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말에 굉장히 반가웠던 거는 이미 귀농하셔서? 귀농이라기보다 시골에서 이미 살고 계시고 실제로 자연을 너무너무 사랑하시고 동물들을 너무 아끼고 사랑하시는 감독님께서 하는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라는 것이 영화를 할 이유로 충분했다. 류준열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고 나도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만드는 영화처럼,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나도 같이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받은 사랑을 돌려드려야겠다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개인적으로 그 일을 하고 그런 친구들과 만나고 그런 사람들과 같이 행복하고 어울리는 게 인간인 나한테도 도움이 되고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리게 되다 보니까 이런 영화도 선택하게 되고 감독님께 같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단순히 일을 하고 작품을 하는 측면보다도 그냥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순간순간에 했던 선택들이 그런 식으로 연결돼서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메시지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는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어떤 걸 받아갔으면 하는지?

임순례 감독 : 요즘 관객들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살면서 너무 주변의 일들이 복잡하게 돌아가니까 뭔가 남의 시선이나 남의 눈치도 많이 보고 '내가 과연 잘살고 있는 걸까?' '내가 느끼고 있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나 맞는 걸까?' 등 자꾸 회의를 가지고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영화를 보시는 동안만 1시간 40분, 100분 동안 편안히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누구든지 만약에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 선한 마음속에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나 그런 건 다 옳으니까 어떤 불안감이나 회의감 없이 편안히 살면 좋겠다. 이 영화를 보고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얻어가면 좋겠다.

 

영화 선택할 때 '아가씨' 끝내고 많은 제안을 받는 시점에 이 영화를 선택해서 많은 분이 궁금해했다. 굳이 '리틀 포레스트'여야 했던 이유가 있다면?

김태리 : '아가씨' 이후에 리틀 포레스트를 선택한 것은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시나리오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그중에서 가장 함께 하고 싶던 시나리오였다. 선택하면서 뭔가 주저함이 없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년이라는 시간, 사계절을 찍는다는 영화에 대한 것도 어떤 분들은 왜 그거를 선택했냐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나한테는 기주 언니가 말한 것처럼
나 자신이 힐링할 수 있는 부분도 사실 없잖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년의 시간 동안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서 느낀 것은?

김태리 : 변화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항상 변하고 있는 것 같고 지금 이 순간도 계속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순간순간 힘들었던 지점들이 있지만 지나고 나면 다 즐거웠던 추억이고 한편으로는
그런 부분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 같다. 그런 지점이 우리 영화랑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촬영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라면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분들 만나고 영화를 이제 처음 봤으니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면 변화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으로서 4년 만의 복귀작이다. 전작이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담았던 작품인데 4년 만에 선택한 작품이 '리틀 포레스트'였던 이유는?

임순례 감독 : '제보자' 끝나고 중국 영화 제안을 받았다. 낯선 나라에 가서 영화를 하나 찍어보는 것도 재밌겠다 생각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이 한국에서 개봉했다. 그 당시에 보지 못했는데 '제보자'를 제작했던 제작사 대표님이 그 당시에 좀 힘든 일이 있었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힐링이 되셨다고 제안을 했다. 그 시점에 중국 영화 끝나고 한번 생각해보자고 했는데 중국 영화가 계속 딜레이가 돼서 어느 정도 일정 시점 지나고 안 하기로 했다. '리틀 포레스트'를 하기로 결심한 것은 한국 영화가 너무 큰 대작 위주로 제작이 되고 있다. 대작을 하다 보니 소재나 이런 것들이 자극적이고 화려하고 굉장히 스피디하고 블록버스터 위주로 가는 것에 대해서 좀 그렇지 않고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도 관객에게 순간적인 감각적인 재미는 아니더라도 또 다른 영화적인 재미와 의미를 줄 수 있지 않겠나 했다. 작은 영화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류준열 씨 말대로 양평에 자리를 잡은 지 12~13년 정도 됐는데 작물을 키우거나 시골 생활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경험이 있으니까 안 어울리는 영화도 아니고 해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영화가 일본 원작이 있고 일본판 영화가 따로 있다. 올해 일본판이 있는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한국에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의 감성이 일본판 보다는 훨씬 더 잘 맞고 더 감흥이 많이 들긴 했다. 한국판 만들면서 어떤 점에 차별점에 집중을 해서 만들었나 ?

임순례 감독 : 일본 원작은 상당히 일본적인 감성이다. 그것들을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국식으로 잘 각색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어린 딸을 두고 가는 굉장히 중요한 설정인데 일본 판과 다르게 떠나는 시점을 대학 수능 후로 늦췄다. 한국 관객들이 수능 전까지는 이해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 수능 치르고 가면 그거는 좀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시점을 정한 것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한국의 농촌 치안이 불안한데 어떻게 젊은 여자가 혼자 시골에서 생활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일본에 우체부가 찾아오면 따뜻한 일이 일어날 것 같고 뭔가 그런데 한국에 우체부가 찾아오면 영화의 장르가 바뀔 것 같고 이런 불안감을 관객들로부터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가까이에 고모가 수시로 들락거리고 친구들도 불필요하게 자주 왔다 갔다 한다. 일본판에서는 고양이가 있지만 우리는 더 든든한 백구가 옆에서 같이 생활하게 하는 등 이런 것들이 사실 '혜원'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이 안전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어떤 장치였다.

일본은 버전이 두 개 다. 1, 2편으로 나누다 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리듬도 누리고 호흡도 있고 많은 분이 일본 영화의 그런 부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우리 영화는 처음부터 1, 2편으로 기획을 하는 거는 '신과 함께'도 아니고 (웃음) 2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무조건 한편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한 편안에 사계절을 다 담다 보니까 시간적인 물리적인 압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호흡이 빠른 게 있고 한국 관객들이 일본 관객보다 워낙 빠른 영화에 익숙해져 있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고민했다. '혜원'이가 요리를 하는 주방의 요리 기구들도 그랬다. 시골집이라는게 방문 열고 들어가서 아궁이로 장판이 다 타 있고 이런 미장센보다는 요즘 관객분들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도 모던하게 하고, 엄마가 요리에 굉장히 전문적인 경험이 있다는 설정 하에 기구도 조금 더 트렌디하게 가져가면서 젊은 관객들이 조금은 이 공간에 대해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식의 배려들을 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관계성이 중요하고 재밌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각자 친구 두 분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진기주 : 캐릭터에 빗대서 한마디로 표현하면 극 중에서 '혜원'이가 '은숙'이한테 아픈 곳만 쿡쿡 찌르는 친구가 있다고 하는데 '재하'한테는 '너도 만만치 않아'이고, '혜원'이 음식들을 '은숙'이가 참 좋아해서 '셰프'이다.

류준열 :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하모니가 어땠냐 친구 역할은 어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잊었던 현장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두 친구가 나를 굉장히 놀렸다. 서로 놀리는 게 동네 친구들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다. (김태리를 가리키며) 동네, (진기주를 가리키며) 친구

김태리 : '은숙'이 같은 경우에는 '혜원'이와 정반대에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서 배울 점이 있는 굉장히 '솔직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재하'는 어떻게 보면 판타지 같기도 하다. 어떻게 저렇게 단단하고 그럴 수 있는지 굉장히 이상향 같은 '이상적인 친구'인 것 같다.

 

중간에 고향으로 돌아오고 잠시 서울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마음가짐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김태리 : 다시 봄에 시골로 고향에 돌아왔을 때 마음은 예고편이나 홍보 멘트에서 했던 것처럼 '답을 찾으러 고향으로 내려왔다'는 말이 많은데 사실 답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답이 중요치 않은 곳, 답이라는 건 결국 성공, 아니면 실패, 어떤 것이 맞아, 어떤 것이 틀려 이런 거지만 '혜원'이의 고향은 그런 것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실패가 실패가 아닌 곳, 순수하게 결과만 있는 곳, 도시에서 전전긍긍하고 거절당하는 것 실패하는 것에 얼마나 불안해했었는지에 대한 마음이 열리고 나름의 답이 찾았다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다시 겨울에 고향으로 내려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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