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웃는 남자'가 첫 모습을 드러냈다. 제작진의 기대감은 '마타하리' 그 이상이었다.

지난 12일 오후 충무로 스페이스 아트1에서 뮤지컬 '웃는 남자'의 첫 번째 라운드 토크가 열렸다.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 측에 의하면 이번 라운드 토크는 정식 제작발표회 이전에 현재까지 준비된 '웃는 남자'를 보여줌과 동시에 스타 배우가 아닌 창작진과 작품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열린 행사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로 하는 작품이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어릴 때부터 입이 찢어진 채 버림 받은 아이 그웬플린과 그녀의 남매이자 연인인 장님 소녀 데아의 여정을 그렸다. EMK에서는 5년 간의 준비 끝에 오는 7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예술의전당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무대에 올린다.

엄홍현 대표는 "이렇게 기자와 스텝만 있는 자리는 처음으로 안다"면서 "제작발표회를 하면 모든 시선이 배우에게 가서 저희가 5년동안 얼마나 스텝들이 고생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라며 이 자리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엄 대표는 이어서 "저희는 아직 연습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상, 세트, 분장, 연출 등 모든 게 90% 이상 완성됐다. 저희가 이 '웃는 남자'를 꼭 월드프리미어로 올려야겠다. 전세계에 팔아야 겠다 생각해서 초연이지만 완성도 높게 만들려고 했다. 공연업계에선 없는 일일 것 같다"라며 공연 4개월 전에 작품을 공개하는 이유가 자신감에 있음을 드러냈다.

EMK가 뮤지컬 '웃는 남자'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앞서 밝힌 바에 따르면 SBS와 인터파크가 주된 투자자로 참여하는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175억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배역 오디션 등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작품의 개발 과정을 공개하며 뮤지컬 '웃는 남자'를 대작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왔음을 알렸다.

이날 라운드 토크를 통해 뮤지컬 '웃는 남자'가 어떻게 개발됐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우선은 각 파트 별로 제작 소감, 과정 등을 공개했다.

▲ 엄홍현 대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그레고리 포플릭 의상 디자이너.

연출과 대본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은 "이 작품 자체가 저희에게도 소중하고 기대된다"며 5년 전에 미국으로 가던 중 비행기 안에서 프랑스 영화 '웃는 남자'를 본 뒤 이야기에 매표됐고 프랭크 와일드혼에게 추천했다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는 이어 "프랭크 와일드혼도 비행기 안에서 세 번이나 봤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이야기한 뒤 EMK 측에게도 이야기를 전해주며 작품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로버트 요한슨은 "어릴 적에 본 것 중 고전 소설을 만화로 만든 게 있었다. 잊고 있었지만 내가 그때도 '웃는 남자'를 가장 좋아했다는 게 생각났다"라며 '웃는 남자'와의 특별한 인연을 전했다.

로버트 요한슨은 계속해서 "작년에 워크샵을 진행했다. 참여한 이들이 모두 이야기에 감동 받았고 음악을 듣더니 '지킬앤하이드' 이후 최고라고 하더라"라며  작품의 완성도가 이미 상당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는 끝으로 "지금까지 말씀드린 걸 무대에 생생히 살려내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열심히 했다. '웃는 남자'의 시그니쳐 멘트가 있다. '부자들의 낙원은 거지들의 지옥으로부터 지어진 것이다.' 그걸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이너들을 다 모았다. 매일매일 새로 영감받으며 감사히 일하고 있다"고 밝히며 현재 창작진과 스태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티져 곡, 메인테마 곡의 공통점은 바이올린"이라 밝히며 "다른 작품들과 좀 차별되는 건 바이올리니스트가 실제 무대 위에 서서 처절한 사랑, 싸움, 분노, 유머까지도 계속되는 변주를 이용해 주인공의 정서를 대변하고 극의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이번 작품의 특이점을 밝혔다.

또 김 감독은 현재 1막 22곡, 2막 20곡이 나왔다고 전하며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할 일은 아름다운 영어 가사와 정서가 한국 배우들 입을 통해서도 어떻게 지속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라 밝혔다.

▲ [2018 웃는 남자] 오프닝 무대디자인 ⓒ오필영/EMK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는 실제 무대 모형과 스케치를 공개했다.

오 디자이너는 대본 처음에 쓰인 '부자들의 낙원은 거지들의 지옥으로부터 지어진 것'이란 말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며 "어떻게 부유한 자의 세계 가난한 자의 세계를 보여주고 그걸 공존시키는지가 디자인적 첫 접근이었다. 이 이야기를 보면 부자들의 재미를 위해 가난한 아이들의 입을 찢고 상처를 주며 기쁨을 얻는다. 그런 표면적인 상처가 결국 내면의 상처까지 만들며 가난한 자들의 세계는 상처가 많지 않을까. 또 부유한 자들은 상처가 있더라도 엄청 과장되고 두껍게 자신들을 가릴 것 같다는 시점으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작품 컨셉을 전했다.

그레고리 포플릭 의상 디자이너 역시 의상 스케치를 공개하며 작품 컨셉트를 선보였다.

그는 "이미 로버트는 이야기꾼이다. 저도 이 작품을 모르다가 로버트에게 이야기를 듣고나서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비행기에서 거의 작곡 다 했다고 했는데 저는 로버트가 이야기를 하는 순간 머릿 속으로 그림을 그린것 같다"며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벌써 185개의 의상이 완성됐다고 밝힌 그는 또 어떤 '시대극'으로 국한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밝히며 "시대적으로 정교하진 않을 거다. 그러나 굉장히 드라마틱한 결과물을 보게될 것 같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보면서 자꾸 나온 단어가 'worlds'였다. '이 세상은 이렇게 분리됐어', '이 세상은 이렇게 연결됐어' 이런 말을 계속 들었다"라고 그 세상들(worlds)을 어떻게 표현하는 지가 자신의 역할이었음을 밝혔다.

김유선 분장디자이너 '웃는 남자'의 핵심은 '입'의 특수분장에 관해 밝혔다.

김 디자이너는 "작년에 이 이야기 듣고 한동안 길 다니며 사람들 입만 봤다. 오늘 기자분들 역시 입만 봤다. 앞으로도 완성도 높게 만들겠다"고 밝히며 '대극장에서도 잘 보일 것 같은' 현재 분장은 입 분장에만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 [2018 웃는 남자] 조시아나 공작부인 의상 디자인 ⓒ그레고리 포플릭/EMK

각 파트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우선 로버트 요한슨은 "캐스팅 이야기 하나도 안 해드릴 거니까 4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근데 정말 '대박'이다 싶은 배우들 다 모아놨다. 저도 같이 일하는 것만으로 설렌다. 제가 동문서답하는 거 같아도 그 이야기를 하면 배우에게만 관심 가질 거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스타' 배우를 이렇게 많이 보는 건 처음일 거다. 그런데 다들 자기들이 먼저 하겠다고 했다"며 엄청난 캐스팅이 기다리고 있음을 어필했다.

김문정 음악감독 역시 "이번엔 극에 욕심내서 두 소절 있고 네 소절 있는 배우들까지도 챙겨보기로 했다"고 덧붙이며 극의 완성도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음을 밝혔다.

엄홍현 대표는 "사실 '마타하리'보다 이게 먼저 올라갔어야 할 작품인데 좀 더 시간투자를 하다보니 두 번째가 됐다. 이건 누가 봐도 전세계에 한국이 이제 제작하는데 있어 최고구나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겠다 싶어서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의상 조금과 세트에서 처음과 마지막을 어찌할까를 해결 못했다."라고 밝힌 뒤 "이번 달 14일부터 16일까지 거쳐서 하남아트센터를 대관해서 조명, 세트 등을 다 설치해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이런 작업은 제작자로선 부담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건 장면 장면 해보면서 자꾸 자신감이 붙어서 진짜 세계로 갈 수 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뮤지컬 '웃는 남자'를 전세계적으로 히트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문정 음악감독은 "보통 연주자가 무대 위에 서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모션만 하고 소리를 피트에서 내는 경우. 악기 다루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실연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오디션이 고달팠던 이유기도 한 게 처음에는 두 번째로 접근했다. 그래서 아마 우리나라에 바이올린 경력이 있는 배우들은 다 지원했을 거다. 그런 방향으로 가다가 그래도 정말 제대로 바이올린 소리를 반영해야겠다 싶어서 저희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가 오디션을 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의 정서를 표현해주는 연주자를 섭외했다. 물론 연습을 통해 변경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최고로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거고 여기서 그웬플린의 정서는 바이올린으로 표현된다는 게 변하지 않는 첫번째였기 때문에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액팅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로버트 요한슨은 원작인 소설 '웃는 남자' 자체에 대해서도 뚜렷한 믿음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추세는 물론 뮤지컬 '레드북', 연극 '더 헬멧' 등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서사나 비중 등이 크게 주목받는 한국의 상황에서 '웃는 남자'가 어떻게 성평등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다행히 그런 면에서 빅토르 위고가 저를 다 도와줬다"고 답변했다.

그는 "'조지아나' 같은 경우 정말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캐릭터일뿐만 아니라 총명하다. 그렇게 똑똑하고 아름운 여성상이 있는데 거기에 너무 순수하고 모두의 굳었던 심장마저 굴리는, 'ET'만큼 마음에 남을 '데아'가 있다. 뮤지컬에서 눈 먼 여주인공을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남자주인공들도 주인공이라고 해서 계속 착하거나 성공적으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무척 성공만큼 실수도 많은 우리같은 존재로 표현된다. 그래서 빅토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제 일을 쉽게 만들어줬다"고 '웃는 남자'의 어떤 점에서 감명 받았는지를 설명했다.

또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성공한 극에는 '하트'가 있다"고 밝힌 뒤 "커튼콜 때 보면 관객들이 눈물을 닦는다. 전 그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며 '내가 성공했구나. 관객들 마음 움직였구나' 싶더라. 내가 '웃는 남자'에서 그걸 못 하면 여러분이 절 총으로 쏴도 되고 북한으로 보내도 된다(웃음)"는 농담까지 던질 정도로 작품성에 큰 기대를 표했다.

▲ 김문정 음악감독

김문정 음악감독은 여기에 더해 "이 자리 빌어 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뮤지컬은 표현되는 형태가 음악과 춤이다. 관객들이 간혹 어떤 작품이 스토리가 엉성하다 그런 리뷰를 보면 음악감독으로서 볼 때 아쉽다. 그런 스토리는 사실 책이나 영화로도 볼 수 있는데 뮤지컬의 형식을 통해 그걸 보여주는 균형성을 느껴주시면 어떨까. 연극과는 다른 형태라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며 관객들이 이야기가 어떻게 음악과 맞물리는지를 즐겨주면 좋겠다는 속내를 밝힌 뒤 "우리가 익히 아는 와일드혼의 대중성과 드라마의 밀집도가 있는 레치타티보 등으로 더 밀접한 이야기를 보여드릴 예정이다"라고 '웃는 남자'가 만들어지는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끝으로 EMK의 첫번째 창작 뮤지컬인 '마타하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순 없었다.

엄홍현 대표는 "손익분기점은 아직 못 넘겼다"고 밝히며 "두 번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성공이다 생각했는데 못 넘기고 아직 25억 정도 남았다. 다음 번엔 넘기지 않을까 싶다"는 전망을 밝혔다. 여기에 더해 "'웃는 남자'는 두 번 정도 공연을 거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않을까 싶다"라며 20만 이상의 관객이 든 '마타하리' 이상으로 성공하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듯 EMK 측은 '웃는 남자'를 두고 '마타하리' 이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도 스파이 생활을 한 여성 무희의 이야기인 '마타하리'가 분쟁의 시대를 살아간 개인의 삶과 고뇌를 유려하게 풀어내기보다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표현하려 했다면 '웃는 남자'는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삶이 더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들어 조금 더 직접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뮤지컬 '웃는 남자'가 '사랑 이야기' 이상의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대형 뮤지컬이 될 수 있을까. 오는 7월에 눈길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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