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크리에이터

 

[문화뉴스 MHN 김태민 기자] BJ 박비단(29세)과의 만남은 제2롯데월드에서 이뤄졌다.

요새 다들 입는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지만 한 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동그란 안경을 끼고 카리스마 넘치던 그녀가 최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영락없이 어린 소녀같은 모습이었다. 실례를 무릎쓰고 나이를 물었다.

"저, 29살이에요."

박비단은 현재 유튜브에서 역사와 시사, 그리고 영화 이야기를 하는 채널, '박비단 뉴스토리'와 일상 채널인 '박비단:다람쥐생활' 채널, 총 2개를 하고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주제를 방송에서 다루는 그녀는 외모에서도 발랄함과 섹시함이 공준했다. 특히 정면과 옆모습이 완전히 달랐다.

앞모습은 방송에서 보던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였는데 옆모습은 성숙하고 섹시한 분위기가 풍겼다.

방송을 시작한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ㄴ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계기는 아프리카TV 뷰티 담당자분의 제의였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뷰티유튜브를 취미로 하고 있었거든요. 한창 뷰티방송인을 모집하고 계셨는데, 저는 그때 직장 때문에 처음엔 거절했었고, 몇 개월 후에 한번 더 제안을 주셔서 얼떨결에 첫 방송을 하게 됐죠.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화장 지우고 첫 메이크업 방송을 했던 게 기억나요. 그땐 정말 서툴렀고 회사 때문에 주기적으로 하진 못했지만, 점점 더 영상매체에 매력을 느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이미 회사를 다니면서 코스모폴리탄 어워즈 수상 및 잡지 출연 등을 했던 터라 이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 많이 놀라워하진 않았습니다. 지금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찾은 것 같다고 응원받고 있어요."

비단님의 방송 특징은 무엇인가요?

ㄴ "저는 항상 의미있는 당신의 시간을 같이 의미있게 보내기를, 그리고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뿌듯하면서도 편안하셨으면 좋겠어요. 메인 주제가(역사,시사등)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부담 없이 다가가고 싶고, 그렇게 봐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요. 사실 우린 모두가 역사와 시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잖아요! 그렇지만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게 쉽지 않죠…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제가 아는 것, 몰랐는데 알게 된 것들을 같이 공유하는 친절한 영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엔 혼자 자료 조사를 했습니다. 관련 서적이나 영상들을 다 털어 보면서 대본 작성을 했고, 역사컨텐츠는 생방송, 촬영, 녹화, 영상편집까지 모두 다 혼자 했어요.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장기간 반응이 미미했지만, 그냥 계속 노력했어요.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역사와 시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제 채널의 구독자로 점점 모이기 시작했어요. 그중에 한 분은 주제 선정에 도움을 주시다가, 현재는 제 컨텐츠 작가가 되셨죠. 대본에 시간 투자하는 시간이 줄었고, 자료 조사하는 시간도 줄었어요. 혼자였을 때보다 작가님과 같이 의논하고 고민하니까 정확도도 높아졌고요. 그런 의미에서 '잡다한 생각'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노하우라기보다는…제가 선정한 주제에 관해서 지식인의 입장이 아닌, 이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 과정을 잘 풀어서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어렵지 않게 들어주시는 것 같고요"

 

앞으로도 역사 중심의 방송을 계속 이어가실 생각이신가요?

ㄴ "채널을 열심히 키워서 역사의 대중화, 시사의 공론화를 실현하고 싶어요. 대중의 매개체로 자리 잡고 싶고요:) 저는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역사 선생님도 아니고, 그냥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역사에 정답은 없잖아요. 역사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에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사 또한요! 어렵다고 생각하는 역사, 그리고 시사.. 친구처럼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요.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저도 모르는 점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열심히 자료 조사도 하고, 책도 읽고 뉴스도 틈틈이 보고.. 어려운 설명이 아닌, 간단 명료하면서 정확하고 친근하게 함께 할 거예요! 주제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아서 고정관념을 깨는 게 항상 어렵더라고요. 매번 고민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리고 일상 채널인 다람쥐 생활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날을 특별하게 공유하며 좋은 에너지를 주는 채널로 자리 잡고 싶어요! 묘하게 일상에서 무뎌졌던 것들에 대한 필요성을 상기시키고, 보시는 분들마다 살림을 유발하는 채널이거든요! 허허"

그녀는 노력파다. 방송에 대한 욕심이 생겨 스피치 학원까지 다녔다. 앵앵거리는 귀여운(?) 말투를 고치고 또박또박 발음하는 법을 익혔다. 중복되는 부분을 잘라내고 자막을 붙이는 등 편집에 심혈을 기울인다.

"아직도 제가 말을 못한다고 생각해서 일단 떠오르는 말을 다 적어두고 겹치는 걸 빼서 최대한 간결하게 만든다. 어떤 영상에서 같은 말이 반복되는 걸 보면 참 보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편집을 많이 한다. 말을 딱 끊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데 저는 편집/자막 많이 들어가서 말 못하는 걸 인정하고 집중을 시키기 위해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ㄴ "1인 미디어는 개인의 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다움을 꾸준하게 어필하는 것.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근성이 필요하죠. 실제로 사람을 단번에 판단할 수 없듯이 나라는 사람을 계속 어필해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흐름.. 즉, 트렌드도 잘 알아야 하고 새로움을 겁내지 않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게 1인 미디어 속에선 영상 하나에 보일 수도 있고, 영상 100개에 비로소 보일 수도 있어요. 둘 다 맞는 것도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니에요. 과거에 찍은 영상이 빛을 볼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관건인 것 같아요."

"채널의 성향에 따라 구독자의 성향이 이루어지는데,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1인 미디어는 인기를 얻지만 매번 자극적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부담이 정말 많은 컨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자극적인 컨텐츠는 전략상 필요하기도 하고요! 가끔은 과감할 필요도 있어요. 그 대신 수위 조절도 꼭 필요한 것 같고요^^; 인생은 한방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근데 영상 몇 개로 뜬 기회는 그동안의 베이스가 없다면 금방 식어버리는 뜨거운 감자가 되겠지만, 그동안 쌓아둔 베이스가 있을 때의 한방은 정말로 노력을 보상하는 것처럼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그 속도가 더디더라도요. 절대로 남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조급해지지 마세요. 자신이 가장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언젠가 빛을 발할 거예요. 저도 꾸준하게 빛을 키워가고 있거든요:)"

뷰티 방송으로 출발했던 그녀는 원래 '하늘수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박비단'이라는 닉네임으로 변경했다. 알려진 이름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나름 큰 결단을 했다고 한다. 박비단의 '역사의 대중화', '시사의 공론화'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usedtog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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