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통한 소통] KBS 전국민 합창대회 '하모니'

[문화뉴스] KBS가 창사 41주년 기념하여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국민 합창대회를 개최했다.

합창대회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전국의 아마추어 합창단들이 합창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TV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방송한다면 문화 활동의 기회 제공과 함께 소통의 장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이 지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전국민 합창대회인 '합창으로 함께 여는 세상, 하모니'(이하 하모니)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12월 KBS가 공식홈페이지 '전국민 합창대회 하모니'를 통해 성별·나이·국적의 제한 없이 50인 이하 아마추어 합창단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합창단 열풍을 일으켰다. 참가팀이 너무 많아서 1차 예선은 UCC 동영상 심사로 치러야 했고 지난 1월 서울과 부산, 대전에서 개최한 2차 지역예선에는 95개 합창단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최종 예선에 오른 23개팀은 KBS홀에서 "2곡 이상을 섞어서 각 팀의 역량과 개성을 4분 안에 표현하시오!"라는 미션을 받고 한 달 동안 맹연습한 곡들을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했다.

감동적인 사연들도 많았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어머니로 구성된 '장미회 합창단'은 어머니와 아이들이 재미있게 부를 수 있는 '엿 사시오'라는 노래를 멋들어지게 합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고향이 북한인 탈북가정 아이들로 구성된 '와글와글 합창단'은 한때는 숨어서 몰래 들어야만 했던 남한의 '오빠 생각'을 무대에서 목이 터져라 힘껏 불러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자녀 세대부터 노인 세대까지 두루 참여해 지역공동체가 하나 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 '거제시민합창단'은 이번 '하모니' 대회의 취지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타까운 사연들도 속출했다. 전교생이 34명인 김해 대진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대진 어울림합창단'은 우승 상금을 받아 합창단 운영비를 마련해 보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탈락하고 말았다.

예선에 참가한 어느 합창단의 남성단원은 하필 최종 예선일이 자신의 결혼식 날짜와 겹치는 불운(?)을 맞았다. 주례와 축가를 해 주기로 했던 합창단장과 단원들은 결국 최종 예선 참가를 위해 단원의 결혼식 참석을 포기해야 했다.
 
이밖에도 부모 세대와 1남7녀 자녀 세대, 그리고 이들의 손자·손녀들로 구성된 대가족팀인 '딸부자 삼대 합창단', 입양과 출산장려의 메시지를 담아 30명의 입양 어린이들이 결성한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은 예선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은 입양과 출산 장려의 메시지를 담아 자신들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 대가족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낸 '딸부자 삼대 합창단'의 공연 모습 
 
우여곡절 속에 마침내 2월 22일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7개 합창단이 서울 KBS홀에서 본선 경연을 치렀다. 가수 성시경과 이지애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본선 대회는 그룹 '부활'의 리더이자 2011년 '청춘합창단' 지휘자인 로커 김태원, tvN <오페라스타> 2012년 심사위원이었던 한경미 교수,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 작곡자인 지평권 음악감독 등 내로라하는 7명의 명사들이 엄정한 심사를 맡았다.
 
시각장애인 합창단 '라파엘 코러스'는 본선 무대에서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멋들어지게 합창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개구리와 올챙이'라는 재미있는 곡으로 본선에 참가한 '부천 경기 싱어즈' 합창단은 폐암 투병 중인 지휘자의 눈물겨운 사연이 소개돼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개그콘서트' 개그맨들 특별출연 자청
서울 남성합창단 '리더타펠'은 본선 무대에서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불러 실력파 합창단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독일어로 '노래의 원탁'을 뜻하는 '리더타펠(Liedertafel)'은 서울고등학교 OB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2011년에 감동을 안겨주었던 '청춘합창단'은 '사랑이란 이름으로'를 합창하며 축하공연을 펼쳤고, KBS <개그콘서트> '시청률의 제왕'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특별공연을 자청했다. 이들 개그맨들은 본선에 오른 단원들이 머무르고 있던 대기실을 찾아 단원들을 격려하고 인터뷰하는 등 대회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었다.
 
   
 
 
서울고등학교 OB 출신으로 구성된 실력파 합창단'리더타펠'이 아름답고 남성적인 목소리로 멋진 화음을 들려주었다.
 
이날 본선에 오른 팀 가운데 대상 팀에는 상금 3천만원, 2등팀에는 1,500만원, 3등 팀에는 1천만원, 그리고 최종 예선에 오른 23개팀 대표가 투표로 결정해 뽑은 '하모니 상'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시상이 끝난 뒤에는 경연에 참가한 합창단 전원과 심사위원, 청춘합창단이 다 함께 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합창하며 소통과 화합의 한마당을 만들어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대회와 관련해 "합창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유대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전국 각지에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애쓴 과정과 사연 하나하나가 이미 감동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합창대회를 주관한 KBS 예능국 한호섭 PD도 "3년 전보다 합창단의 노래 실력이 더 좋아졌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KBS 1TV는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하모니'를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동안 4부작으로 편성해 방송한다. 6~7일 밤 10시에는 지역 예선이, 8~9일 밤 10시30분에는 최종 예선과 본선 대회가 방송된다.
 
문화뉴스 김기훈 기자 kihoon@mu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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