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우람 기자] "열심히 일하다가 회사 은퇴하고 나이 들면, 자그마한 텃밭이나 가꾸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야겠다..." 이 같은 막연한 은퇴 공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국내에서 가드닝(Gardening)은 삭막한 도시에서는 하기 어렵고, 나이 들어서 하는 취미라는 고정관념이 오랫동안 있었다.

해외로 잠시 눈을 돌려보자. 수백 년 전부터 가드닝 문화가 단단히 자리 잡은 유럽과 인구의 3,700만 명이나 다양한 가드닝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일본을 보면, 가드닝은 장소나 나이와는 관계가 없는 매우 일상적인 활동으로서 사람들의 삶에 자리잡고 있다.

 

꾸준한 취미로 가드닝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드닝은 주기적으로 식물에 물을 뿌리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길게는 일주일에 4~5시간씩 시간을 내며 공간과의 조화로움을 고민하고, 잎 하나하나를 닦고, 흙을 골라내며 느리고도 충만한 돌봄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정비하는 시간으로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외의 가드닝 문화가 힐링과 여유로움의 상징으로 소비되면서 식물카페와 가든 스튜디오와 같은 이색적인 공간이 생겨났다.

특히 몇 년 사이 미세먼지와 공기 오염에 대한 대안으로 공기청정 식물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식물을 키우면 죽이고야 마는 '식물 킬러'들을 위해 실내에서 기르기 쉬운 식물도 많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현재 국내에서 한창 이목을 끄는 인테리어 트렌드는 '플랜테리어(Planterior)'다.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플랜테리어는 삭막한 회색 도시에서 식물을 활용하여 자연 친화적이고 생기 있는 실내 공간을 꾸미는 동시에,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고독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반려동물을 택하면서, 관련 산업 규모는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무책임한 입양으로 유기되는 생명에 대한 사회적 문제도 함께 만들어냈다.

반려동물을 돌보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최근 '반려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동물이 줄 수 없는 식물만의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꾸준한 돌봄 그리고 햇볕과 바람, 흙과 물과의 만남에 따라 반려 식물은 쑥쑥 자랄 수도, 더디게 자랄 수도 있다. 사람의 변화는 눈에 잘 안 보이지만 식물은 계속해서 조금씩 나날이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따스한 봄을 맞이하여 일상의 작은 활동으로 가볍게 가드닝을 시작해보자.

비교적 키우기 쉽다는 반려 식물을 입양해보면 곧 자연스럽게 마음을 쏟고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시들거나 축 처진 잎 하나 생기면 신경이 쓰이고, 잎이 반짝이고 생기 넘치면 뿌듯하고 설렐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관심을 쏟은 것들은 소중해질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평범한 일상에 물든 작은 식물 하나가 당신의 모든 일상을 소중하게 물들일 것이다.

pd@mhnew.co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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