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마크 로스코와 켄, 두 세대의 예술과 인생에 대한 치열하고도 뜨거운 논쟁을 다룬 연극 '레드'가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들을 다시 찾아온다.

연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 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가상인물인 조수 켄(Ken)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다. 도도한 자의식에 사로잡혀 새로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마크 로스코는 구세대로, 그의 편협하고 닫힌 사상을 당돌하게 지목하며 변화를 종용하는 켄은 신세대로 대표되며, 그들은 충돌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벌이는 치열한 논쟁은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라는 작품 속 대사처럼,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 간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논쟁에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넘어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는 것이다. 기존의 것이 새로운 것에 정복당하는 순환, 세대 간의 이해와 화합 등 삶의 본질에 관한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는 물론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연극은 혁신적이면서도 탄탄한 작품의 산실인 런던의 '돈마웨어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하고 2009년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2010년, 브로드웨이로 건너간 이 작품은 제 64회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6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특히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대니쉬 걸'로 또 한 번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에디 레드메인 (Eddie Redmayne)이 '켄'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1년 국내 초연된 연극 '레드'는 강신일, 강필석 두 실력파 배우의 열연으로 국내 연극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정보석, 한명구, 한지상, 박은석, 박정복 등 개성 있는 연기자들이 2013년, 2015년 공연에 합류하여 평균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이어갔다.

올해로 4번째 시즌을 맞는 '레드'에서는 이 작품으로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강신일, 한명구, 박정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배우 카이가 새롭게 합류, 생애 첫 연극에 도전한다. 공연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자연광이라고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마치 동굴과도 같은 마크 로스코의 작업실'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무대 그리고 관록과 신선함으로 중무장한 배우들의 시너지가 만나 그 어떤 시즌보다 밀도 있고 강렬한 레드로 무대와 객석을 물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2011년과 2013년, 두 번의 무대에 오르며 훌륭한 무대를 선보였던 배우 강신일 그리고 지난 시즌 새롭게 합류하여 뿌리 깊은 연기 철학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색깔의 로스코를 탄생시켰던 배우 한명구가 '마크 로스코' 역으로 돌아왔다.

배우 강신일은 "잠시 떠나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이 작품에 대한 그리움이 늘 있었다. 마크 로스코와의 세 번째 만남에서 어떤 새로운 것들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배우 한명구는 "연극 '레드'는 매우 '치열한' 작품이고 그것이 매력인 작품이다. 이번 시즌은 조금 더 밀도 있게 준비해 관객 분들과 더 정확하고 진한 소통을 하고 싶다" 는 소회를 전했다.

한편, 지난 시즌 흡입력 있는 연기로 많은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리며 이제는 당당히 연극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한 박정복이 다시 한번 '켄' 으로 분한다. 그는 "지난 시즌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한 발자국 떨어져 작품을 바라보고, 더 많이 고민해서 훨씬 더 단단한 켄의 모습을 선보이겠다" 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또한 크로스오버 뮤지션이자 뮤지컬 배우 카이가 '켄' 역으로 새롭게 합류해, 작품에 신선함을 더한다. 특히 이번 무대는 반듯한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뮤지컬 무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카이의 첫 연극 도전 작으로 눈길을 끈다. "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래를 배제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배우일까? 라는 고민을 항상 한다. 연극을 통해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레드'라는 훌륭한 작품을 만나 배우로서 더 단단해지고 굳건히 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며 첫 연극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전했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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