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극단 민들레 송인현 대표를 만났다. 연극연출을 하고 있지만, 연극작업에 있어서 배우와 연출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만드는 작업이라 생각하여 스스로를 그냥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플스 103회 게스트. 극단 민들레 송인현 대표

 

 

[▶]을 누르면 송인현 대표와의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Q. 극단 민들레와 주요작품은?

ㄴ 극단 민들레의 대표적인 작품은 ‘똥벼락’과 ‘돈 도깨비’ 그리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이 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한 작품보다 앞으로 할 작품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아동청소년극의 중요성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 그 장르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ㄴ 사실 연극에서 아동청소년극을 구분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품의 중심에 어린이가 있을 뿐이다. 아동극이라고 하면 뭔가 수준이 낮을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예술가는 장르와 상관없이 전력을 다해 작업해야 하므로 그 수준을 나누고 싶지 않다. 그저 난 연극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다만 내가 만든 작품 중에 꽤 많은 작품은 아이들과 나누고 싶고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아동극의 위상이 약한 것은 사회적인 책임도 있고 나를 비롯한 아동극 작업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그 가치를 낮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에서 연극이 갖는, 특히 어린이 대상 연극의 위상이 재설정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것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이란 뭔가 가르치고 습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이 교육을 버렸을 때만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많은 기관으로부터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쳐달라 부탁받는다. 그럴 때 의뢰한 사람들은 아이들이 연극을 직접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단지 보는 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극을 직접 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좋은 연극을 많이 보고 나서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을 때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억지로 시키면 때론 폭력이 될 수 있다. 연극을 통해 사회가 얻을 가치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심어주어야겠다고 미리 정해놓는다면 그 순간부터 왜곡된다.

얼마 전 마포중앙도서관으로부터 청소년들과 연극작업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총 10번 모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중에 문학수업이 있었고 그것을 제외하면 내가 그들과 만난 시간은 5~6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고 공연한편을 올렸다. 중학생이었지만 그들 스케줄 때문에 한 번 만나서 두 시간 이상 연습을 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공연이 가능했던 이유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는 마포중앙도서관 청소년교육센터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들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하는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나를 채근하지 않고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기며 맡겨주었다. 대본도 공연 이틀 전에 나눠줬다. 그 이전에는 ‘어떤 장면을 만들까’, ‘어떻게 구성할까’를 이해하는 데 주력했다. 연극작업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을 완전히 달리한 것이다. 학생들은 그렇게 느슨하게 해도 극의 내용을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잘 만들어진 결과를 보여주기보단 작업 자체가 얼마나 즐거운지를 먼저 느끼게 해야 한다. 대개 어른들이 잘 만들고자 하는 욕심에 아이들에게 반복연습을 시키고 힘들게 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방식을 평가할 때 아이들 스스로가 자존감이 높아졌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것 역시 내가 논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아이들이 만족했으면 된 거다. 사회는 나에게 자꾸 이런 작업을 통해 무엇을 이뤘는지 묻지만, 앞으로도 그런 결과를 목표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 재담연희극 돈도깨비 공연사진

 

Q. 외국의 좋은 사례나 인상적으로 본 공연이 있다면?

ㄴ 아주 유명하고 훌륭한 극장에서 본 공연도 있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공연은 호주의 학교 중앙계단에서 본 연극, 덴마크의 교실에서 본 연극, 역시 프랑스의 어느 학교에서 본 연극들이다. 이런 연극들이 나에게 더 많은 영감을 주었고 그걸 본 뒤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연극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하게 됐다. 학교에서 하는 연극은 무대장치나 의상이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관객이 상상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연극이다. 우리 일반적으로 연극의 3대 요소를 암기하듯 교육받았고 기억하고 있다. 연극은 연출이 상상한 것을 무대에 올리는 게 아니라 거기에 관객의 상상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외국의 학교에서 본 작은 연극들은 관객이 연극의 3요소 중 하나에 포함되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 깨닫게 해주었다.

거기서 본 연극에서 또 하나 배운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연의 완성도와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공연의 ‘완성도’는 아마 상업적으로 포장된 시각일 수 있다. 담백할수록 본질과 가까워진다.

 

Q. 연극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

ㄴ‘스쿨씨어터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명칭을 우리말로 하고 싶었지만, 서구에서 부흥하는 공식명칭이기 때문에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 왜 유럽에서 연극을 많이 보는지 이유를 살펴보면 유엔의 정신과 연결되어있다.

‘문화향유권’은 인간이 가진 기본권리라고 유엔에서 정하고 있으며 아동권리협약에서도 누구나 균등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아이들의 문화생활이 사회를 얼마나 품격 있게 만들 수 있는가를 여러 유럽 국가는 알고 있다. 누구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에 이런 협동조합 활동으로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에도 문화에 대한 기본조항을 넣는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도 유엔 회원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의 기본정신을 따르는 것을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문화를 향유케 하는 것이 ‘사람들에 대해 배려’ 정도로만 인식하고 부모의 관심과 주머니 사정 때문에 아이들의 문화체험 정도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또 사회 취약계층에게도 그들이 문화예술을 접했을 때 삶이 달라지고 자생력이 더 강해진다는 걸 말하면서 당장엔 생필품을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Q. 희곡 없이 연극을 만든다는 것은?

ㄴ 예술작업은 매뉴얼이 생기는 순간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희곡도 매뉴얼이다. 그것을 연극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단서’ 정도로만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텍스트에 천착해있는 것 같다. 설령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극작가라 하더라도 21세기 우리 사회에 왜 셰익스피어가 필요한지를 먼저 찾아내야 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최대한 살린다고 해서 운율 있는 대사를 단순히 번역극으로 접근해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 관습을 벗어버리고자 완전하게 배우들과 대화를 통해 희곡 없이 공연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문학’이 주는 힘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연극에서 텍스트의 배제와 문학적 가치에서 고민하던 와중에 읽었던 책이 바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었다. 한참 희곡 없이 연극을 만들면서 스스로 문학적 갈증이 있을 때 만난 작품이기 때문에 나에겐 대단히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매번 공연을 올릴 때마다 그 책을 답습하진 않는다.
배우들과 계속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극의 대사를 자신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면 더 편해지고 연습하는 시간도 훨씬 덜 걸린다. 배우와 연출도 동등한 입장으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

 

▲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 공연사진

 

Q. 연극 교육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ㄴ 어려서 공연을 본 사람들이 나중에 자라서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된다. 공연에서 받은 메시지와 영감은 그 사람이 성장한 뒤에도 나타난다. 연극은 이런 토양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확산되며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금 사회처럼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경쟁하며 살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염려스럽다. 아이들이 커서 연극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진 않더라도 관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나라 공연장들을 연극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만들고 문화예술정책을 주도한다는 점 때문이다.

 

Q. 아주 어린 시절에 보았던 공연은 잘 기억을 못 하지 않나.

ㄴ 선입견이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만 그 사람에게 축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본 공연의 줄거리를 기억해야만 그 작품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인지’라는 것은 인간이 가진 많은 뇌 영역 중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만으로 우리는 사회에서 절대적인 평가를 받는다. 좋은 심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는 어디에도 없다.

뇌신경학자가 말하기를 12개월에서 24개월 정도면 인간의 뇌가 어느 정도 완성된다고 한다. 이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좋은 경험은 좋은 음악이나 다양한 소리를 듣는 일이다. 인지라는 것은 감각과 운동이 결합한 것이다. 감각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공연이다. 공연을 보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인식하고 무대 공간이 주는 부피감도 느낄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의 감정이 섞인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다. 그리고 운동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놀 공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좋은 걸 먹여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젠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 베이비드라마 새 공연사진

 

Q. 공연예술지원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말해달라.

ㄴ 지원정책의 성격을 보면 국가가 문화를 통제한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지원사업 하나에 많은 행정인력이 필요한데 사실 그들이 현장의 중요성은 잘 모른다. 결국, 행정력으로만 통제하려 하면 시장이 다 죽어 버린다.

93,4년 경 미국의 라마마 극단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의 지역극단에 불과한데 전 세계적으로 그 극단을 살리기 위해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그 극단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내가 본격적으로 어린이 공연에 몰두하게 됐다. 민간극단들이 스스로의 생존법을 알리고 자신들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Q.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ㄴ 1년에 5~10개 작품을 매년 해왔다. 오랫동안 연극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연극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예술이 예술 그 자체로 사회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본다.
 그 기준으로 보면 우리 사회에선 예술이 생존력을 잃었다고 본다. 그래서 관객이 선뜻 주머니를 열고 만나는 공연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을 배경으로 한 공룡 이야기를 계획하고 있다. 화성에만 존재하는 공룡화석이다. 공룡 이야기는 신화 이전의 ‘무엇’이며 신화와 현실이 공존하는 존재로 상징된다. 

 

▲ 플스 103회 방송을 마치고

 

▲ [글]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김효상.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플레이투스테이지'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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