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3일 오후 3시 동양예술극장에서 연극 '아홉소녀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전막시연으로 열렸으며 이후 간단한 기자간담회와 포토타임이 이어졌다.

연극 '아홉소녀들(부제:Push & Pull)'은 9명의 이름 없는 소녀들이 벌이는 '놀이'를 통해 다양한 주제들-페미니즘, 성폭력, 차별, 비만, 동성애, 이주민 문제-을 관객과 함께 마주보는 작품이다. 극작가 상드린느 로쉬(Sandrine Roche)의 '아홉소녀들(Neuf petites filles)이 원작이다.

▲ 좌측부터 황찬용 움직임 담당, 배우 한철훈, 허은, 김혜영, 까띠 라뺑(Cathy Rapin)연출, 임혜경 대표, 배우 김시영, 권기대, 김진곤, 이지현, 홍철희, 김신록

2011년 초연 이후 전세계에서 공연되는 작품이며 공연을 올리는 극단 프랑코포니의 창단 10주년 작품이자 12번째로 한국의 관객에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극단 프랑코포니는 프랑스어권의 동시대 희곡을 선보이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번역과 드라마트루기를 맡은 임혜경 대표는 "작품이 저희에게 찾아오는 건 인연이 있는 거 같다. 이 작품을 꼭 하려고 찾은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읽고 이번엔 뭐할까 하다가 창단 10주년도 되고 좀 괜찮은, 기념비적인 작품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아홉소녀들'이란 작품을 만나게 됐는데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예산상의 문제도 있어서 각색해서 몇 명을 줄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해보자는 생각에 밀고 갔다. 이 작품의 내용적인 면에서 어떻게 보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여러가지 연극계의 상황에 대해서 연결점이 있는 거처럼 보시는 분들도 계신 거 같다. 여러 각도로 보실 수 있을 거 같다. 저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골랐다기보단 보편적이면서 동시대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어서 선정하게 됐다"고 기념비적인 10주년 작품으로 '아홉소녀들'을 선정한 과정에 대해 밝혔다.

또한 "프랑코포니라는 게 '불어권'이란 의미라 퀘백 작품도 했고 낭독공연으로도 다른 작품들을 하고 했다. 저희가 원하는 건 17, 18, 19세기 작품보다는 동시대의 다른 공간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 이야기를 하고 교류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 위주로 해서 저희와 공감하는 지점을 찾게 됐다. 사실 쉬운 작업은 아니다. 너무 유럽적이고 프랑스적인 이야기면 우리가 공감하기 쉽지 않으니까 보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고 있다"며 극단 프랑코포니의 작품 선정 원칙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번 '아홉소녀들'은 세 명의 남성 배우와 여섯 명의 여성 배우가 함께 '아홉소녀들'이 돼 무대 위에서 그 끼를 발산한다.

이에 대해 까띠 라뺑(Cathy Rapin)연출은 "여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남성의 역할이 필요했다. 여자 남자 따로 둘 수 없고 그냥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이야기긴 하지만 남자들이 연결된 거고 그걸 굳이 분리시킬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들도 고통을 당하고 힘들면 울기도 하고 그게 성별에 따라 다른 게 아니라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안에도 작은 아이러니는 들어있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옷을 입고 공연하며 여성의 문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진곤 배우는 "시작할 때 검은 옷에서 여성의 교복같은 옷을 입게 되는데 여자분들은 그게 본인의 나이대에서 예전의 어린 나이로 돌아가는 느낌이라면 저는 배우로서 존재하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남자니까 남자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과정을 느끼게 되더라. 어떤 여성을 연기하거나 표현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사람을 이해할 때 남자여자 구분을 두고 싶지 않아도, 근본적으로 남성으로서 정말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떄문에 정말 이해할 수 없기에 그래서 더 그 끈을 놓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 연극계의 많은 일들 때문에도 더 그런거 같다. 그럴수록 더 꾸준히 바라보고 꾸준히 함께해야한다"며 '아홉소녀'가 된 소감을 밝혔다.

 

상드린느 로쉬는 학교 운동장의 아동들이 가진 잔인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크리에이션'(1992)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 워크샵을 진행하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 희곡을 작업했다.

김진곤을 포함한 아홉 명의 배우들(권기대, 김시영, 한철훈, 김진곤, 김혜영, 허은, 이지현, 김신록, 홍철희)은 무대 위에서 다양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에게 불편함을 유발시키거나, 때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느낌을 주지만, 아이들이 어른들을 흉내내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민낯을 발견하고 섬뜩함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홉소녀들'은 이렇게 실험적이고 낯선 방식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임혜경 대표는 이에 대해 "원래 텍스트를 보면 인물의 이름이 전혀 없다. 오직 -(하이픈)만으로 각각의 대사를 구분한다. 그걸 비슷한 테마나 반복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 같은 배우가 소화할 수 있게끔 나눠 줬다. 모아놓고 보니까 타입화된 인물까진 아니지만, 각자의 캐릭터가 보이지 않게 생기고 그로 인해 오히려 배우들이 더 많이 보여진 것 같다"며 창작 과정을 설명했다.

김신록 배우도 이 과정에 대해 "역할 없이 쓰인 대사를 연출님이 배분 하셨다. '1번이 하면 좋겠다. 2번이 하면 좋겠다' 그래서 사실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세 달 정도 연습하면서 배우들 각각에게 어울릴만한 대사를 주셨다. 예를 들면 저는 주로 시스템의 비판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너 왜 그런식으로 말해? 너 왜 엄마가 애가 많은데 왜 이해를 못해? 왜 이 사회에서 여자와 여자가 안돼?' 그러다 보니까 모든 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말하게 되더라. 그런 어느날 연출님이 매씬 다른 인물이 보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고민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 보수 등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양하게 말을 한다. 그래서 씬마다 같은 타입의 대사여도 조금씩 두려워하거나, 무척 그런 말을 좋아하거나, 의심하는 사람, 믿는 사람. 그런 식으로 풀어내면서 어떤 한 가지 색을 가진다고 해서 한 유형의 인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며 보충했다.

 
 
 

동시대성을 강조한 극단 프랑코포니는 어째서 2018년에 '아홉소녀들'을 가지고 온 것일까.

임혜경 대표는 "작품이 23장인데 다 각각 다른 이야기라서 한 이야기의 스토리라인처럼 보면 정신없어지니까 개별적인 이야기라는 걸 짚어주시면 좋을 거 같다. 각각의 내용은 현재 상황과 연결시킬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기에 공연하며 즐기고 관객들도 뭔가 느끼고 즐거움을 갖고 가는 작품이길 바란다"며 각 관객의 마음 속에서 이야기가 이해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홍철희 배우는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열린 시선으로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봐주시기 바란다"며 인사를 마쳤다.

some@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