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우람 기자]빙그레 김호연 회장이 브랜드 성장을 위한 공격적인 혁신 경영을 강조하면서 빙그레의 장수 제품인 메로나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1년 빙그레 아이스크림 신제품 개발 담당자는 시장조사 차 나갔던 동남아의 한 과일에 주목했다. 그것은 바로 멜론이었다. 멜론은 고급 과일의 대명사로 지금까지 고급으로 여겨지던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 값싼 수입 과일로 전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최고급 과일로 급부상하던 과일. 게다가 국내에 아직 멜론을 이용한 제품이 본격적으로 개발 전이라 시장 가능성이 컸다. 개발 가능성을 타진한 신제품 개발 담당자는 즉시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소에 의뢰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생소했던 과일인 멜론을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이전에 멜론이란 과일을 접해보지 못한 연구원들이 제대로 된 맛을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우선 백화점 수입 과일 매대에 조차 1~2개 있는 멜론을 모조리 사먹어 봤다. 그러나 그 당시 대중화되지 못한 멜론의 맛이 동남아에서 신선하게 즐겼던 것과 달랐던 것이 문제였다. 수입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 전혀 신선하지 않았고 텁텁한 뒷맛까지 났다.
 
이에 개발 담당자는 국내에 한 과일을 다시 주목했다. 멜론과 같은 사촌 지간인 참외가 그것이다. 동남아에서 먹었던 신선한 멜론은 그 당시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멜론과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참외의 맛 사이에 있었던 것이다. 이후 연구진들과 이 두 과일을 함께 시식하며 동남아에서 신선하게 맛보았던 멜론 아이스크림을 구현하기 위해 수개월간 제품개발을 계속 진행했다. 결국 수십 가지의 시제품을 만들면서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신선한 멜론의 부드럽고 진한 맛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듬해 출시된 메로나는 사각형의 진한 초록색으로 출시됐고 발매되자 마자 연간 2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현재까지도 국내 빙과계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메로나가 최근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고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브랜드, 아이스크림으로 도약하고 있다.

우선 메로나는 국내에서 활발한 콜라보를 통해 핫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빙그레 메로나는 패션브랜드 휠라와 'FILA X 메로나 컬렉션’을 선보였다. '코트디럭스’와 '드리프터(슬리퍼)’에 메로나의 멜론 컬러를 입혀 내놓은 제품이다. 멜론 색의 산뜻한 느낌이 10, 20대의 관심을 끌어 코트디럭스 메로나는 초도 물량 6,000족이 출시 2주 만에 모두 팔렸고, 추가 물량을 생산했다. 

메로나는 티셔츠에도 새겨졌다. 빙그레는 스파오와 협업해 메로나, 붕어싸만코, 쿠앤크 등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을 디자인한 티셔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사전 판매율이 35%를 넘어서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여기에 메로나는 생활용품으로도 변신했다. 메로나 수세미는 SNS상에서 화제가 되며 입소문을 탔다. 메로나 수세미는 빙그레만의 독창적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해외에서도 유명 브랜드가 생활용품으로 출시돼 좋은 호응을 얻는 것에 착안해 개발한 메로나 수세미는 디자인적인 요소뿐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까지 고려했다. 메로나 칫솔도 출시돼 큰 인기를 얻었다.  

빙그레는 메로나 해외 매출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한류 아이스크림의 선두 제품으로 전세계 16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메로나는 멜론을 기본으로 딸기, 바나나, 망고 등 각 나라의 선호 과일에 맞춰 판매돼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에서 메로나의 인기가 상당하다. 메로나가 처음 미국에 선을 보인 것은 1995년 하와이에 수출을 시작하면서다. 초기에는 한국교민을 상대로 판매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지시장에서도 판매가 증가하면서 현재 하와이 지역 세븐일레븐과 코스트코의 아이스크림 바 종류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 시장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빙그레 메로나는 국내 빙과업계로는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 판매한다. 빙그레는 2016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현지 법인을 설립 후 1년에 걸쳐 현지 생산을 위한 검토를 끝내고 미국 서부 워싱턴 주 밸뷰에 있는 'Lucern Foods’사와 OEM 방식으로 생산 및 판매에 돌입했다. 

빙그레는 그 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아이스크림을 수출해 왔으나 이번에 메로나를 생산하는 미국 파트너사인 'Lucerne Foods’는 Safeway 등 2,200여개 슈퍼마켓을 소유한 Albertsons Company Inc의 계열사이며 PB 제품생산 및 OEM 특화 공장이다. BRC 및 Kosher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각종 품질 인증을 바탕으로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인근에 있는 우유 공장에서 공급되는 신선하고 질 좋은 원료를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생산할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 

빙그레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아이스크림 수출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미국에서 연간 1,300만개 이상의 메로나를 판매하고 있으며, 교민 및 중국 마켓 내 판매를 기반으로 현지인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메로나는 1992년 출시 이후 국민 아이스크림으로 사랑 받아 왔고 지금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며 "장수 브랜드로 항상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람 기자 pd@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