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조폭 영화를 찍으라고요?"

▲ 영화 '유리 정원'의 영문 포스터


[문화 뉴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베를린 영화제와 칸 영화제에서 두 편의 영화를 공식 초청받으며 '명왕성'과 '마돈나'로 화려한 데뷔를 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신수원이 작년 10월 한국에서 개봉한 신작 '유리 정원'으로 제16회 피렌체 한국 영화제를 찾았다.

2년 전 피렌체에서 영화 '마돈나'를 상영했을 때보다 더 밝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자연 속에서 동화 같은 이야기의 내용을 다루는 영화 '유리 정원'을 촬영하면서 즐거웠던 순간들을 전하며 인터뷰 내내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영화만큼이나 밝고 환했다.

▲ 환한 미소의 신수원 감독


Q. 피렌체 한국 영화제 두 번째 방문인데 피렌체에 다시 돌아온 소감과 2년 전 피렌체 한국 영화제의 모습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ㄴ 2년전의 피렌체나 지금은 여전히 아름답다. 피렌체 시내를 거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다. 올해 역시 새로운 작품으로 이탈리아 관객들을 다시 만나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두 번째로 피렌체 한국 영화제에 초대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지난번 소개했던 영화 '마돈나'에 비해 '유리 정원'은 장르와 분위기가 많이 다른 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관객들의 질문도 많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특히 영화의 배경의 된 숲과 영화의 속 장면들에 관한 질문들이 많았다.

▲ 영화 '유리 정원' 상영 후 관객들과의 대화

Q. 미적,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이탈리아 관객들로부터 영화의 아름다운 장면에 대한 찬사를 받았는데, 초록빛 필터를 사용한 듯한 영상을 연출하기 위해 특수 촬영을 했는지 궁금하다.


ㄴ 판타지한 분위기와 아름답고 기이한 두 가지 모습을 담은 나무들이 있는 촬영지를 찾는 게 중요했는데, 장소 섭외를 위해 여러달을 찾아다녔다. 실로 한국에서 고목나무가 있는 숲을 찾는 것은 어려운 숙제였는데, 숲의 환상적인 모습과 자연이 가진 두 가지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세 군데의 촬영장소를 확보했고, 실제로 존재하는 고목 나무의 모습 일부에 CG를 사용했다. 7월경의 나무의 색은 푸르고 강렬하다. 유리 정원을 위해 나는 연두빛을 원했다. 5월경에 내가 원하는 나뭇 잎의 색깔을 담을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나무 촬영 시기도 그때로 맞추었다.

특수 필터 사용없이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의 고심 끝에 자연광과 바람 자연의 도움을 활용해 최상의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결과물들이 카메라에 담겼고 영화 작업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바람과 햇빛이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탄생한 엔딩 장면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 시적인 영상으로 이탈리아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던 영화 '유리 정원'

Q. 현재 한국에서 영화계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 감독으로서 한국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ㄴ 언젠가는 일어났어야 할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관심이 지나치게 유명인들에게만 치우쳐있는것 같다. 영화계 뿐만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여성 차별문제는 우리 사회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해 있다. 나는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다만 진행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여성 영화감독으로 특별한 어려움을 겪거나 피해를 본 적은 없지만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남성과 동등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 신수원 감독과의 단독 인터뷰

 

▲ 좋은 작품으로 꼭 피렌체를 다시 찾고 싶다는 신수원 감독

다음 작품에는 다양한 관객층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곤란했을 수도 있는 질문에 ''나도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그 방법을 찾는데 고민한다. 하지만 조폭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를 찍으라고 한다면, 사양하겠다. 그건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 이야기를 하기를 원한다.''라고 대답하며 웃음짓는 그녀를 보면서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작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고집이 그녀의 지금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피렌체 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문하면서 피렌체와 이탈리아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 토스카나 지역의 자존심 '트러플'을 맛보며, 좋은 작품으로 이탈리아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신수원 감독, 혹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함께 그녀를 연상시키는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글]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문희선. Buon giorno! 르네상스의 요람 피렌체에서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탈리아의 문화 비밀을 'Cultura 이탈리아'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이탈리아 통신원 문희선입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